당신 사랑 윤슬 되어

조회 수 227 추천 수 0 2024.01.28 1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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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사랑 윤슬 되어

 

                                                                                               정순옥

 

  당신 사랑 윤슬 되어 몬터레이 바닷물 위에서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찬란한 태양 아래 몬터레이 바다 잔물결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윤슬은 당신의 사랑이지요. 수많은 세월을 함께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사랑의 연서를 보내지 못했는데, 바닷가에 앉아 윤슬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연서를 씁니다. 당신은 넓고 넓은 초록바다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입니다. 말없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넓은 바다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에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을 동반자로 삼고서 평생을 말없이 살아오신 당신입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당신과 결혼한 날은 온 산과 들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밝은 햇살이 빛나던 따스한 봄날이었지요. 1976425, 우리 결혼도 탐스러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었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 지도 벌써 반세기가 되어 가는군요.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후 2개월도 못되어 결혼식을 올렸으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참 빠르게 결혼이 진행된 것 같아요. 까만 머리칼이 파뿌리와 같이 하얘질 때까지 행복하게 살라시던 주례사의 축복의 말씀처럼 지금 우리들의 머리칼은 파뿌리같이 하얘졌네요.

  신혼여행은 제주도 결항으로 서울 워커힐 패키지로 보냈는데, 아마도 우리들의 외국생활을 암시한 시간이 아닐까 해요. 1978923일 서울 김포공항은 이별의 눈물로 눈이 빨개지고 눈이 퉁퉁 부어오른 날이죠. 돌 지난 아들을 시부모님께 부탁하고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떠나야 하는 내 마음은 정말 천근만근 무거웠지요. 또한, 막내딸로서 사랑하는 아버지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눈물이 지금도 내 가슴속엔 한으로 남아 있답니다. 슬퍼 응어리진 마음은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눈물 콧물 닦으면서 비행기 안에 오르고 비행기가 창공에 떴을 때, 수많은 뭉게구름이 눈 아래로 보이는 신기함이 이별의 아픔도 잠시 잊게 해 주었지요. 그때는 지금과 달리 하와이를 거쳐 미국 본토로 왔기 때문에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벤 차에서 내려 가방을 가지고 승무원과 함께 뛰었던 생각이 납니다. 낯선 미국 공항에서 나를 맞이해 주고 계셨던 홍자 언니와 이 목사님이 얼마나 반갑고 감개무량하던지 지금도 가슴이 뛰는 기분입니다. 그 시절은 대부분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생활가이드를 주었기에 우리는 복 있는 사람들과 합류되었지요.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공부 직장생활 취미생활 세계여행 신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풍습이 다른 미주한인 1세로 열심히 살아왔죠. 인생살이도 사계절처럼 생활이 변하면서 쓴맛 단맛 매운맛 신맛 다 맛보았네요. 그래도 우리는 변치 않는 부부로 살며 자라온 환경과 형성된 성격을 이해하고 노력하면서 자식들 낳아 키우고 공부시키고 결혼시켜서 손주들까지 보았으니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복음만이 살 길임을 알기에 우리는 날마다 찬송하고 성경을 읽으며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 세계 인류를 위해서도 끊임없이 기도생활을 하고 있기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행복한 것은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구원받은 성도의 행복을 누리는 일이지요. 교회도 공동체라 여러 가지 의견차이로 갈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힘들지만 한 교회를 지키며 축복받은 장로·권사로 부족하지만, 복음사역에 참여하고 있으니 행복한 부부라고 말할 수 있겠죠. 또한, 부부 작가라 좋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행복해요. 당신은 한.영 시를 써 시집을 내고 저는 한·영 수필집을 내어 우리가 사는 지역 도서관에 보관되어 한인의 정서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좋지요.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은퇴 후의 삶을 누리고 있으니 무엇을 더 바라리오. 남은 인생은 좋은 작품 쓰고 적은 사랑 나누며 평안하게 살다가 본향으로 가는 삶이겠죠. 일상생활에서 당신의 규칙적인 삶의 패턴과 나의 불규칙적인 삶의 패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살아온 세월이 반세기를 맞이하게 되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살이에서 이 정도의 세월을 살았으니 우린 행복한 부부라 말할 수 있겠죠. 분홍빛 꽃이 피는 봄날처럼 살았던 세월도 초록으로 뒤덮던 찬란한 여름도 갈잎으로 변하던 가을도 흰 눈 내리는 인생의 계절도 우리는 늘 함께 하니 은혜 받은 부부라 말할 수 있겠죠. 지금 우리는 감사의 계절을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부부인지요. 건강한 몸과 마음과 아름다운 정서를 갖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금혼식을 기다리는 이 시간은 한평생 부부로 살아온 추억에 젖어듭니다.

  남은 생애도 서로 아끼며 신앙 안에서 살아갈 것을 묵언(默言)으로 다짐한 우리 부부이기에 행복합니다. 우리는 미주이민 1세로 열심히 살아온 아리랑 부부이기에 후세들에게 부끄럼 없이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가슴속에 간직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서로 격려하며 정성을 다해 거룩히 살아야 합니다. 나의 곁에서 날마다 숨쉬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당신의 사랑 윤슬 되어 아름답게 반짝이는 몬터레이 바닷가에서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은빛 윤슬이 가슴속으로 스며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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