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찬란한 햇살이

조회 수 43 추천 수 0 2024.12.15 18:23:43

청화대 노송.jpg

                             

                                     소나무에 찬란한 햇살이

 

 

                                                                                            정순옥

 

 

 소나무에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밟은 고국 땅, 특별히 청와대 녹지원 인근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노거수 소나무에. 우리나라가 천상의 축복을 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날마다 걷는 하이랜드 산책길에 있는 소나무에도 눈부신 햇살이 쏟아질 때가 많다. 나에게 소나무는 고국과 이민국의 정서를 연결해주는 가교역활을 해주고 있는 참으로 귀한 나무다. 내 가슴속에 촬영되어 있는 소나무는, 이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태어난 사랑나무 같다.

소나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무다. 꿋꿋한 기상을 품어내는 늘푸른 상록교목이다. 한국인의 드높은 기상을 대대로 품어내면서 사시사철 변함없는 푸름을 품고 있는 소나무. 그래서일까? 소나무는 예로부터 선비들의 충절이나 지조를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세 그루 소나무가 그려진 세한도에서, 충절과 나라 사랑이란 무언의 교훈을 배우면서도, 나는 늘 부족하여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고국 방문길에, 파아란 기왓장으로 지붕이 되어 있는 청와대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이 거주하던 청와대는, 2022년 윤석렬 대통령의 공약대로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표어와 함께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로 역사적 상징의 하나인 청와대가 75년 만에 개방되어, 낯선 곳에 대한 나의 궁금증이 풀려 기뻤다. 청와대엔 여러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과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해 주는 소나무가 많아서 흐뭇했다. 소나무는 작은 침엽수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기 때문인지 우리라는 한국인 삶의 정서를 주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의 문화인 현지 삶의 정서와 우리라는 삶의 고국의 정서를 융합해 새롭게 태어난 함께라는 미주이민 1세의 정서 속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어느 곳에서나 소나무를 보면,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다 함께 평화의 삶이 되기를 기원하곤 한다.

한국민을 대표하는 늘 푸른 소나무는 백송, 반송, 육송 등 종류가 많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변하여도 언제나 변함없이 푸른 소나무. 비바람 폭풍우에도 자기의 특성을 잃지 않고 평생을 푸르게 살기에 경이롭기까지 한 나무다. 언제나 파아란 하늘을 향해 당당히 고개를 들고서 침엽수들이 오밀조밀 모여 군락을 이룬 가지들을 드넓은 세계로 힘차게 뻗쳐내는 소나무. 소나무는 집을 지을 때 가장 선호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종류의 건축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오래된 거목일수록 비바람과 모진 풍파를 견뎌내면서 송진이 많이 흘러 생긴 옹이가 많은데, 공예작품에선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데 장점이 되기도 한단다. 아픈 삶이 흘려낸 피눈물 같은 송진이 귀하게 쓰임 받게 되니, 얼마나 좋은가. 내가 흘린 눈물도 어느 때가 되면 참으로 귀한 인생살이의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송진도 말라버리고 침묵으로 고된 세월을 이겨내, 껍질도 우둘투둘 해진 나이테가 많은 소나무에서 연륜의 강인함을 느끼는 내 가슴에, 새로운 희망이 생긴다. 내 삶의 소리를 아름다운 글로 표현해, 세계 속의 한 줄기 미주이민 역사를 써 내려가고 싶은-.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좋은 일만 하는 소나무가 부러워진다. 이 시간도 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아름답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주니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그뿐인가! 소나무는, 초봄에는 여리디여린 연두색 솔잎이 태어나면서 새 생명의 존귀함을 알려준다. 연한 솔가지 하얀 속살은 보릿고개가 있던 옛날에는 배고픈 사람들의 허기를 모면하게도 했었다. 신선한 솔바람 타고 풍기는 솔향기는 산소를 들이키며 사는 기분 좋은 삶의 맛을 음미하게도 한다. 잔인한 사월에는 노오란 꽃을 피워 젊은이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한다. 은은한 향기를 내는 송홧가루는 식재료나 건강식품으로도 사용된다. 여름날 진초록의 솔잎은 생의 환희를 노래하며 생의 의욕을 느끼게 한다. 뜨거운 여름날엔 신록으로 더위를 식혀주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시원케 한다. 무언가 그리움을 주는 가을날의 소나무는, 계절 따라 갈색 송방울을 만들어 산골에선 땔감으로 쓰여 추운 사람들을 따습게 해 주기도 한다. 나는 소녀 시절에, 소나무가 많은 앞산에서 갈퀴나무를 하다가 갈퀴나무 더미 위에서 깜박 잠이 들었었다. 그때 꿈을 꾸었는데, 산신령으로부터 광채가 나는 복주머니를 선물 받고서 행복해했던 동화 같은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다. 하이얀 함박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겨울날의 소나무는 온 세상을 아름다운 눈꽃송이 정원으로 만든다. 겨울 소나무는, 무거운 하얀 눈들을 등에 업고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눈꽃동산을 만들어 사람들의 가슴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도 산천 초목들이 추위에 떨면서 낙엽이 되어 사라져가도, 청정 푸른 색깔로 변함없이 의젓하게 자신의 절개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소나무.

어쩜 소나무는 한평생 좋은 일만 할 수 있는 걸까. 대한민국 사람들의 사랑 많은 하얀 소중한 마음들만 들어 있어서일까. 나는 가끔 소나무처럼 사랑만 하면서 살 수 없기에 안타까운 심정이 되면, 내면의 소나무는 나를 위로해 준다. “ 지금으로 족하다-“ . 나는 함께라는 미주이민1세의 정서속에서 희망을 품고 굳건한 땅에 뿌리를 내려온 한 그루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소나무. 이 순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랑 품은 소나무에 찬란한 햇살이 신비스럽게 내리쬐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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