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시인(3)

조회 수 251 추천 수 0 2026.04.01 10:18:08

 

                                우리나라 최연소 등단 시인, 이형기(3)

 

                                                                                      강희근(경상대 교수)

 

  그 회의의 시점이 2006217일이었다. 이로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진행 과정에 관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시상금과 부대 예산 마련을 위한 실현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형기문학상의 전말을 기록하는 무크지 [시인의 눈](2, 2006. 6. 20) 권두언인 <이형기문학상 제정에 붙여>의 한 대목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우리는 대단히 겸손한 마음으로 이형기문학상이 제정되었음을 세상에 알립니다. 이 문학상은 비평 부재의 시대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는 시집들을 수십 명의 시인이 직접 읽고 평가하는 획기적인 기획입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이 기획은 그 준비 기간이 짧아 미숙하고 분석 결과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시인의 눈'이 가진 뉴 프론티어 정신은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형기문학상이 기존의 문학상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게 기획되고 시상되는 것임을 매우 의욕적으로 밝히고 있다. 1회 이형기문학  상의 수상 대상 시집은 지난 1년간 출간된 시집들 중 격월간 시전문지 '시사사'의 한 코너인 <시집 속의 시 읽기>(20053, 4호에서 20061, 2호까지 1년분)에 수록되었던 53권의 시집이었다. '시사사'로 등단한 시인 20명이 53권의 시집을 모두 읽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예심의 단계를 거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집 50권을 구입하기 위해선 권당 6천 원으로 잡으면 한 예심위원당 30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가며 20명의 위원이 구입할 시 600만 원의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시사사' 회원들이 힘을 모아 예심위원들에게 시집 구입비를 후원해 주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예심위원들은 3월 한 달 동안 시집 53권을 모두 읽었고, 10점을 만점으로 한 점수표를 꼼꼼히 작성했던 것이다.

 

410일경이 되어서야 점수표와 예심평이 나오게 되었는데 합산하여 상위 점수를 얻은 10권의 시집이 본심 대상으로 오르게 되었다. 10권은 다음과 같았다.

 

고영,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김기택, ''/ 김명인, '파문'/ 김신용, '환상통'/ 맹문재, '책이 무거운 이유'/ 박진성, '목숨'/ 오세영, '꽃피는 처녀들의 그늘 아래소'/ 이재무, '푸른 고집'/ 천양희, '너무 많은 입'/ 함민복, '말랑말랑한 힘'

 

  '시사사'는 본심 심사위원으로 이승훈(한양대 교수), 강희근(경상대 교수), 원구식(현대시 발행인), 정과리(연세대 교수), 허혜정(동국대 교수)을 위촉하고 예심 채점표와 상기 10권의 시집 명단을 건넸다. 53일 심사위원들은 '시사사' 사무실에 모여 열띤 토론 끝에 수상 대상자로 김명인(고려대 교수) 시인을 최종 낙점했다. 수상 시집은 '파문'이었다. 1회 이형기문학상은 이런 절차와 과정을 겪어 수상자가 결정이 된 것이다. 상을 주는 '시사사'나 상을 받는 수상자나 가장 공정하여 하늘처럼 떳떳했던 것이라 할 만했다.

  본 연재 12회에 이형기의 제자 허혜정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이 내용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허 교수가 읽었다고, 감사하다고 어제 오후 전화를 해왔다. 전화 내용은 이렇다. "12회 연재분을 대량 복사해서 집안에 다 돌렸지요. 작은할아버지도 보시고, 아버지 (허천택 전 동국대 부총장)도 보시고, 그리고 강 선생님께서 아시는 저희 작은 아버지(허응택)도 보셨지요. 다들 진주와의 인연을 두고 깊은 감회에 젖으시더라고요. 작은할아버지의 함자가 외자로 '' 자신데요, 경남일보에 한때 논설위원으로 계셨다고 하시더군요."

  필자는 허 교수의 작은할아버지가 허명(許銘) 선생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이분은 우리가 어릴 때 진주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분이지만 능력이나 지식 면에서는 가장 뛰어난 인재라고 알려졌었고 또 그 이야기가 아직 필자의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허혜정의 말에 따라 허명 선생이 경남일보에 언제 관여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남일보 역사에 가장 밝은 장일영(전 편집부국장) 진주예술재단 부이사장에게 전화했다. 장부이사장은 "그분은 19663월부터 19692월까지 경남일보 논설위원을 지냈습니다" 하고 명쾌히 밝혀 주었다.

  그다음으로 진주예술재단 최용호 이사장에게 이형기와 '허완-허천택-허혜정' 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최용호는 허씨 일문이 명문가라고 말하고 그 집안이 원래 산청 신안면과 신등면의 경계지점인 용흥리에 있었다고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리고 허혜정의 아버지 허천택 교수와 고모 허옥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허옥란은 진주 사범학고 다닐 때 진주시내 고등학생 문학 써클이었던 '청천' 동인으로 활동했어요, 서울로 가 교편생활을 하다가 일찍 그만둔 걸로 기억되는데, 문재가 뛰어났었지만, 졸업 후 글쓰기를 이어가지 못했어요."

  필자는 허옥란의 이야기에 이르러서 진주시내 고등학생들이 문학 활동을 활발히 했던 시기는 1950년대 후반기라는 점에 유의하게 되었다. 촉석루도 타버리고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시기였으므로 오히려 청년 학생들이 문학에 열정을 쉽게 쏟았던 것이 아닌가 한다. '청천''영화' 두 개의 동인회로 분화되어 있었지만 멤버는 무시로 넘나들었었다. 이 세대는 1940년대 말에서부터 1950년대 초반에 이르는 이형기 세대 내지 정서를 후속으로 따르는 부류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최용호가 기억해낸 '청천' 멤버들을 학교별로 보자. 진주고등학교 학생으로 서정훈(전 진주 시장), 유충림(전 중등 교장), 김호영(시인, 작고), 허일만, 강동주(시인), 조종명(시인), 고재곤(시인), 강영구(MBC 보도본부장) 등이었고 진주사범학교 학생으로 허옥란(허혜정의 고모), 황경자, 박재창(작고, 전 대아고 교사), 김인순, 김안자, 조오현, 박종술, 이문형, 정정자(전 검찰총장 정구영의 동생), 손상철(전 여의도고교 교장), 유부웅, 강남구(소설가) 등이었고, 진주농고 학생으로 최용호(전 진주 MBC 이사), 박형수(종화스님), 김용철, 김원조, 김판용(전 동명고) 등이었고, 진주여고 학생으로 김정희, 이월수(작고, 시인), 남혜자, 김명자(필명 지연, 현 한국여류 문학인회 회장), 강은옥 등이었다.

  이들 문청(文靑)들은 이형기나 최계락 그리고 박재삼이라는 선배 문인들과 손이 닿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가까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필자의 진주고등학교 동기 중에서는 김재섭이나 이구용이 이들 [청천]이나 [영화] 동인에 일찍이 턱걸이로 가담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숫기가 많아 이들 뒤꽁무니에 따라다닐 엄두도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 멤버들보다 3, 4년 후배류에 속하여서 마땅히 거리를 두고 있을 밖에 없었다.

  최용호나 박재창, 서정훈, 허옥란이 그룹을 지어 다닐 무렵에 정재필이나 성종화, 강석호, 김영화, 손상철 등이 외곽으로 돌면서 진주 학생문단의 또 다른 자장(磁場)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 이런 숙성한 풍토는 어디서 온 것일까? 말할 것도 없이 개천 예술제의 영향이다. 1회 예술제의 수상자가 이형기, 박재삼이었고. 이를 따라서 진주의 문청들이 줄줄이 별처럼 솟아올랐던 것이다. ()

 

이형기 1.jpg

약력:

이형기(李炯基.1933.62005.2)

시인경남 진주 생경남 진주농업고등학교를 거쳐 1956년 동국대 불교과 졸업. 1949년 진주농림학교 재학생으로 [문예]지에 <비 오는 날>(1949), <코스모스>(1950), <강가에서>(1950)가 추천을 받아 데뷔. 16세에 등단함으로써 최연소 등단기록을 세웠다대학 재학 중부터 언론계에 투신근 30년간 종사했으며, [연합신문], [서울신문기자, [대한일보정치부장 및 문화부장을 거쳐 [국제신보편집국장 등을 역임하다가 1980년 언론계 통폐합으로 신문사를 그만두었다부산산업대 교수동국대 국문과 교수 역임. 1949년 16세의 중학생으로 [문예(文藝)]지에 시 <비오는 날외 2편이 추천되어 시단에 등단중후한 시들과 예리한 시론을 발표, <적막강산(寂寞江山)> <꿈꾸는 한발(旱魃)> <보물섬의 지도> <그해 겨울의 눈>의 시집과 <감성의 논리> <한국 문학의 반성> <시와 언어등의 비평집 등 10여 권의 저서를 냈다한국문학가협회상(1959), 문교부문예상(1966), 한국시인협회상(1976), 한국문학작가상(1982), 부산시문화상(1983), 윤동주문학상(1985), 대한민국문학상(1990),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1), 공초문학상(1993), 대산문학상(1994), 대한민국문학상(1995), 예술원상(1999), 은관문화훈장(2002), 서울사랑시민상(2003) 등 수상.

 

강희근

1943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호는 하정(昰玎). 진주고동국대 국문과를 졸업동아대 대학원 문학박사과정 수료. 1965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시집으로 <연기 및 일기> <풍경보> <산에 가서> <사랑제> <사랑제 이후> <화계리> <소문리를 지나며> <중산리 요즘등이 있음그 밖의 저서로는 <시 짓는 법> <우리 시문학 연구> <한국카톨릭시 연구> <글예술 이론> <오늘 우리시의 표정> <시 읽기의 행복> <경남문학의 흐름> <우리문학 맛보기등과 편저로 <한국 고전소설 20> <세계 명작단편 50>등이 있음국립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소장인문대학장도서관장전체교수 회장 및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의 부회장배달말학회장경남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현재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경남펜클럽회장공보부 신인예술상경남도 문화상조연현 문학상동국문학상시예술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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