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미문단》 문학상
공순해 수필가
2015년 《한미문단》 신인상
1. 시무문 신인상 당선작 없음
2. 수필부문 신인상 가작 -윤혜석
3. 소설부문 신인상 당선 -제봉주
4. 기타 장르 신인당선작 없음
5. 각 해당 신인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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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당선자 수필부문 신인상 가작 당선자 소설부문 신인상 당선자
공순해 윤혜석 제봉주
2015년《한미문단》수필부문 문학상 심사평
무엇보다 먼저 수필은 언어예술임을 상기해야 할 줄 안다. 그러므로 수필은 문학성을 지녀야 하며, 미적으로 형상화되어야 한다. 예술은 미(美)를 표현한다. 사물에 형식을 부여하여 그 사물을 아름답게 창조해 놓은 것이 예술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어떤 종류이든 그 안에 인생에 대한 해석이 있어야 한다. 독자들은 그 해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다시 말하면 수필가는 무의미 속에서 유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잘 창작된 수필 한 편에는 시의 요소인 리듬과 시적 감수성, 심상(이미지)이 담겨 있어야 하며, 소설적 요소인 서사적 스토리가 담겨 있거나 희곡과 같은 극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비평적 요소까지 지니고 있으면 더욱 좋다. 결국, 좋은 수필은 시적이며, 소설적이고, 극적인 동시에 비평적이라 하겠다. 이런 조합을 이룬 수필을 본격(本格)수필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본격수필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상에 대한 지속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조정, 개성적 시각이 필요하다. 여기에 따뜻한 시선으로 대상을 보아야 그 대상의 본질에 이르게 된다. 수필문학은 일상성을 소재로 하면서도 일상 이상의 그 무엇, 존재파악이란 철학적 본질에 이르러야 문학성을 획득하게 된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문학상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공순해의 <발효>이다. 그의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독자를 사로잡는 마력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작품 <발효>는 가장 문학성이 짙은 작품으로 서정과 서사 그리고 정서의 사상화, 사상의 정서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 수필은 제목에서 잘 나타나 있듯 ‘발효’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정서를 근간으로 하여 발효의 ‘본질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효란 시간과 공간의 어울림, 조화와 기다림의 과정, 즉 인간과 물질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만나는 과정이다. 자연과 인간의 욕망이 참다랗게 어울려 새로운 세상을 여는 상태. 만일 이를 창조의 과정이라고 부른다면 너무 과장이 되는 걸까.”라는 현상에 대한 통찰은 발효의 과정이 그러하듯 존재파악이란 수필의 궁극적 목표와 일치하고 있다. 이런 사물의 본질 찾기 즉 해석과 의미화가 “글쓰기의 수고도 이와 같지 않다.”라는 선언적 언술과 통섭하고 있다.
이런 해석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이 수필에서 전고(典故)의 인용을 통해 다각적 시각으로 사유세계가 펼치고 있다. 정련한 문장과 행간에 담긴 서정의 지성화가 갖는 깊이 있는 전개가 산고(産苦)의 고통을 감지하게 한다. 특히 “부끄럽게도 나는 글쓰기를 마음에 품은 지, 이태백의 과장법을 차용한다면 반세기가 넘었다. 그러나 일가를 이루기는커녕 이제 겨우 입문한 사람처럼 아직도 길 초입에서 빌빌거리고 있다.”라는 다소 겸손한 작가적 의식이 작가와 독자와의 거리를 적절히 조정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가 되어야, 허공이 공허한 것을 바로(正) 읽고, 그 공허한 허공의 뜻을 바로(正) 쓸 수 있는 경지에 닿을 수 있을까.”라는 함축된 결미의 진술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만의 수필적 성 쌓기에 성공한 작품으로 판단하였다. 그의 <낙원 부근> 역시 주제가 잘 구현된 수작이다.
2015년《한미문단》수필부문 신인상 심사평:
올해 신인상에 올라온 5명의 최종작품을 보며 고심했으나 당선작을 뽑을 수 없었다. 그중에 윤혜석의 수필 <추억하기 위하여>, <나무를 읽다>를 2015년 신인상 가작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두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아름답고 삶의 깊이를 추억하고 반추하게 한다. 수필은 이런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문학 장르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필 <추억하기 위하여>는 회고적인 담론을 소재로 하여 화자의 미적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과거라는 시간에 저장되어 있는 것들-기억하는 것들과 잊혀지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수많은 조각의 퍼즐-을 짜맞추는 삶에 대한 성찰이자, 존재의 해석일 것이다. 이런 ‘인간’에 대한 애정이 이 수필을 수필답게 만들고 있다.
또한 <나무를 읽다>는 여행 중에 만난 ‘자작나무숲과 라치폴 파인(lodgepole pine)숲’의 감동적인 장면을 무리 없이 그려냄으로써 이들 소재가 갖는 의미의 해석에 다가간 작품이라 평가되었다. 소재를 부려 쓰는 솜씨가 한 세계를 펼쳐나가리라 판단된다.
다만, 보다 참신한 제재의 발견과 주제의 구현이 요구된다. 주제를 향한 집중적인 사고, 참신한 해석과 의미화가 필요하며, 묘사와 서술의 조화, 정서의 지성화가 요구된다. 더욱 정련한 글쓰기로 그만의 세계를 이루길 기대한다.
- 수필부문 심사위원: 한상렬. 강정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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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한미문단》소설부문 문학상, 신인상 심사평
문학상:
먼저 문학상의 심사를 하면서 정종진의 작품 ‘아들 아이디’에 눈이 갔다. 하지만 개와 인간의 존재론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인데 구성상의 치열함이 없어 아쉬웠다.
신인 당선:
찬송가 들리는 맥주 바 (제봉주)
오늘날의 교회와 성도들의 생활을 풍자한 내용이다.
찌는 더위 속에서 하루의 힘든 일을 하고 집으로 올아 온 가장에게는 성경 읽기에 열중하는 부인이 있을 뿐이다. 시원한 맥주 한 컵이 있는 곳, 일상적인 대화가 있는 곳이 그의 안식처이지만…. 술 마신 자에게는 교회에서도 탕자취급을 할 뿐이다. 다소 교훈적인 결말이 아쉽지만, 언어를 다룰 줄 아는 기교가 엿보이기에 당선작의 가능성이 되겠다. 더욱 정진하시길 바란다.
소설의 평가조건은 다음과 같다.
한 편의 소설은 작가의 마음을 진심으로 대변해 주고 증언해 준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인간학,으로서 의의를 갖는다. 바로 여기에 소설 나름의 특징이 있다. 소설의 3대 평가 요소로서 주제, 구성, 문체(문장)를 듣기도 하고 인물(성격), 행동(플롯), 배경을 들기도 한다. 이런 요소들이 유기적인 연관을 맺으면서 인간을 추구하되 소설화로서 꿰뚫는다. 여기서는 평가조건으로서 소설의 특성을 제시하고 주제, 플롯, 시점, 인물, 문체(문장) 등을 살핀다. 1, 소설은 거짓말로 꾸며진 얘기다. 픽션으로 작가에 의해 창조된 가공적인 이야기로서 허구의 세계지만, 소설로 형상화된 통일성을 갖은 창조로서의 리얼리즘의 세계여야 한다.
2,소설은 리얼리티를 지닌 인생 표현이어야 한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리얼리티가 전재 되어야 한다. 소설은 리얼리티가 생명이며 그로 인해 진실이라는 사실을 캐게 된다. 그래서 소설은 없는 말을 참말처럼 꾸민 필연성(necessity)과 개연성 (probability)의 리얼리티이다. 3, 소설은 궁극적으로 인간 탐구다. 인간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는 인간학이다. 그래서 현대 소설은 인물묘사, 성격창조, 심리표현 등을 중요한 특질로 여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4, 소설은 또 하나의 예술인만큼 소설 미학으로서의 예술적인 기교를 필요로 한다. 무엇을 소설로 쓸 것이냐 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쓸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간 사상을 표현하고 탐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성을 갖지만, 예술적 형상화를 거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철학성과 예술성을 하나로 용해시키는 인생 옹호요 구제로서의 인간학이어야 한다. 소설은 주제가 뚜렷해야 한다. 주제 없는 소설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소설은 작가가 소설적 제재를 통해 주제를 찾아내어 이를 구체적으로 소설화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작가는 투철한 주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어떤 주제를 발견하는 능력이란 그 작가의 기초적인 재능이라 할 수 있다. 주제는 소설의 시초요 전체다. 주제에 의하지 않고는 소설은 그 형태를 이룰 수 없다. 소설의 주제는: 작품 전체 속에 용해되어있어야 한다. (사상의 설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설의 이론, 한용환과 이재인 등의 현대소설의 이해에서…)
c,참신성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소설부문 심사위원: 이언호 희곡·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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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미문단》시부문 문학상 심사평
여러 곳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명망 있는 시인을 문학상 후보에 추천이 들어왔습니다. 그분들의 작품집과 작품을 받았습니다. 심사평에 앞서 문학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3년 7월 1일부터 2015년 6월 말까지로 한정되어있으며 이 기간 안에 발표되었거나 출판된 작품집 중에서 작품 5편을 8월 31일까지 응모하게 되어 있습니다. 응모하신 한 분은 이 기간이 지난 작품집을 보내오셨고, 추후 마감된 후에 작품집을 보내오셨기에 기준에 합당하지 않아 심사에서 제외했습니다.
심사 대상인 된 분들의 시집을 최근 작품집과 2010년에 발간한 시집을 보내오셨는데 이건 아마 참고하라는 묵언의 말씀이라고 생각했으며, 인쇄한 시 7편을 약력과 함께 보내오셨습니다. 그 중 3편은 출간한 시집에 실려 있는 작품이고 남은 4편은 어느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인지 밝히지 않으셨습니다. 온라인을 뒤져 작품이 어디에 발표되었는지 찾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되지 못했습니다. ‘시○○ ○경’ 이라는 사이트를 살펴봐도 검색이 안 되어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심사평을 맡을 때만큼이나 곤란하여졌습니다. 언제 어디에 작품을 발표한지도 모르고, 심사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원고 말미에 적어주셨으면 좋았을 일이었지요. 바로 이런 일이 심사를 함부로 하는 일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편의 시가 창작되어 온라인과 여러 계간지, 출판지에 발표하는데 많은 양의 작품들을 두루 섭렵할 정도는 되어야 심사평도 맡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심사를 할 때는 양식과 절차에 문제는 없는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을 빼어난 문학적 작품을 고르는 일과 시인의 지성과 시적 완성도를 겸비하였는지 두루 살피는 일이라고 기준을 두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문단 등단은 늦게 하셨지만, 문학상 심사에 문단 등단 5년 이상으로 되어 있으니 해당이 되는데 충분하고, 대학교에서 교수로 여러 해를 역임하실 만큼 시인으로서 인정받고 문력을 높여가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아울러 작품을 보면서 <한미문단> 문학상에 걸맞은지 다각도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창작의 기쁨과 하늘의 별만큼 반짝이고 밝게 비추는 시어로 시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열 달 산모의 수양과 고통의 인내를 시 창작하는 일로 비유하셨으니 참 좋은 말이 아닐 수 없으며 시를 대하는 정갈한 마음조차 그리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문학상으로 선점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많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고민한 부문이 있었지만 50년, 40년 동안 시창작을 해 오신 분들의 작품과 견주어 과연 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동료 문인들에게 박수를 받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느냐고 했을 때 끝내 망설여지면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비록 응모하시고 당선은 되지 못하셨지만, 그 선한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하시기 바라며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작품으로 응모해주시다 보면 좋은 결과도 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시부문에서 문학상을 선정하지 못한 변명을 장구하게 늘어놓았습니다.
<한미문단> 문학상에 아낌없이 응모해주신 여러 문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대신하며 심사평을 마칩니다.
2015년 《한미문단》시부문 신인상 심사평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부문 심사를 했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시를 보면서 시인은 뭐하는 사람일까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며, 시인은 무엇을 추구하는지 반문하게 되었지요. 먼저 이번 본심 심사대상에 올라온 작품을 받고,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서 내린 결론은 전체적으로는 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인이라면 일반 사람들보다 더 세밀한 관찰로 물질의 내면을 뚫어볼 수 있는 투시력과 육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고, 수많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롭게 창작하는데 응축미, 메타포, 상징성 등 여러 시적 장치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문학적 작품으로 거듭나게 하는 사람입니다. 부족한 건 배우고 습득하면 통달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겉치레만 포장하여 호소하려는 건 진정한 내면의 세계를 드러내 보일 수 없어서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송○○ 씨의 <해뜰목에서> 시는 동생의 죽음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의 슬픔을 절절하게 표현하려고 했으나 마지막에서 적절한 비유가 되지 못하여 힘이 약해지고 슬픔을 반감하게 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갠지즈강변에서>, <클레오파트라 VII>는 차용시에 가까울 만큼 따옴표와 대화체를 그냥 옮겨다 놓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차용이나 인용한 부분이 있다면 어디에서 언급했던 내용인지 출처가 분명해야 합니다. 이 시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으려면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사건이나 대상에 관한 서술에 그치지 말고, 그에 대한 화자의 남다른 느낌을 새롭게 표현해서, 문학의 시가 가지는 장르의 특징을 기술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결실이 화자의 독특한 영역에 담아 일관된 숨결로 살아나게 해야 합니다.
김○○ 씨의 <빨랫줄> 시는 묶여있는 줄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중의법으로 대비시켜놓고 주변사물을 배치하여 한 폭의 그림 같이 그렸습니다. 아쉽다면 ‘생활’이라는 막연한 단어가 일상과 같아버리는 우를 범하여 시어가 추진력을 잃고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거라 사료됩니다. <분재>와 <홀몸 노인>에서는 운명을 쇠줄로, 개 줄로 묶여 있는 비유를 했는데 생각의 차이겠지만 주어진 운명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중의 하나가 꽃이 향기를 피우기 위한 인내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의 의지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 씨의 <리사에게>, <엄마> 시는 사랑과 가족애를 다룬 서사적인 내용이 함축미가 없어 다소 낡아 보입니다. <리사에게>는 사랑하는 딸과의 그리움에 사무친 이야기, 모녀간의 관계를 기술했지만 정작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조금도 표현되지 않아 별다른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7할은 내보이고 3할을 숨겨놓는 기술이 필요한데 너무 많은 걸 감추려고만 들면 관념적이거나 내면의 세계와 깊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옥기 어머니>의 내용 중에 ‘경애하게 될거외다’는 고어체로 현대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드문 표현입니다. 이웃과 따뜻한 사랑이야기는 모범이 되고 남지만, 시로 승화하기에는 문학적 기술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씨의 <호랑나비> 시는 습작하는 과정에서 근대 서정시의 운율과 절절한 사랑의 근원을 담아보려고 했으나 교정하지 않은 오자, ‘사뿐이’와 ‘뛰어넘어’는 행동의 모습이 불일치하고 어법에 맞지 않습니다. <침묵의 바다>에서는 11연에 ‘바이올린’, ‘멜랑꼬리’, ‘고리타분’의 어휘나 시어로 적합하지 않아 연을 생략하여도 시에 내용과 문맥상 전혀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거친 표현이 오히려 잘 이끌어가는 문맥의 맥락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응모한 다른 시에서도 너무 많은 행갈이와 연결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시의 묘미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호흡은 길되 내용은 간결하게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방○○ 씨의 <바람> 시는 사랑이라는 굵고 큰 테마를 다뤘으나 다소 미흡한 표현력이 걸립니다. 화자만의 시어라고해도 ‘까만 소식’의 단어는 생소해 보입니다. 시인만이 창안해내는 시어는 필요하지만 지나치다 보면 평이한 단어보다 못할 경우가 있습니다. <평행선(平行線)>의 사전적 풀이는 대립하여 합치할 수 없는 논리이고, ‘경계선’은 하나로 흑과 백, 하늘과 바다 등 평행선과 경계선의 동의적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시는 화자의 평소 철학이나 가치관을 의심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등식관계는 하나라도 사람은 물질이나 고정물이 아니라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랑은 나의 것이 될 수 있으나 사람은 나와 동행하는 삶의 동반자여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충 말하면 알아듣겠지 하는 생각보다 품위를 유지하는 어휘 선택에 신중을 기하신다면 더 좋은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창작했을 응모한 예비문사들의 노고에 박수를 드리면서 본심에서 구체적으로 시에 대한 숨결을 살펴봤습니다. 당선작을 내지 못하게 되었고, 가작이라도 가능한 선점 하려고 망설였으나 이보다는 좀 더 연마하여 최소한의 시인의 자질을 쌓고 당당하게 문단에 나올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빼어난 시보다, 훌륭한 시보다 오랫동안 문사로서 활동하면서 대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면 틀림없이 선점했을 것입니다. 이런 기대에 응모하신 여러분이 조금만 더 분발하신다면 머지않은 훗날 문단에서 뵙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며 심사평을 마무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시부문 심사위원: 김송배. 한길수 평론가
올해도 시의 수상자가 없네요. 올해는 소설도 나오고 내년에는 꼭 시에도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