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부르는 여인

조회 수 288 추천 수 1 2024.02.21 10: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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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랑새를 부르는 여인

 

 

                                                                                                        정순옥

 

 

  파랑새를 부르는 여인이 흥미롭다. ~~히 휘~히 두 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부니, 멀리 나뭇가지 사이를 나르던 파랑새가 여인 가까운 나뭇가지로 옮기면서 점차 가까이 다가온다. 여인은 오른쪽 손바닥 위에 땅콩 한 개를 올려놓고서 파랑새에게 “Come on, eat!” 한다. 마침내, 파랑새는 프~르 푸르릉! 날개를 치고 날라와 여인이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땅콩 한 개를 재빠르게 입으로 물고 다시 공중으로 날아간다. 여인은 행복한 미소를 띠고서 다시금 남편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신기한 광경을 구경하던 나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우~! 하며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사람이 애완 조류와 감정을 공유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사는 모습은 보았지만,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를 불러 정서적 교감을 갖는 모습은 생전 처음이다. 어떻게 하면 하늘은 날아다니는 야생 조류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가 있는 것일까. 나를 스쳐 간 그녀의 행복한 미소가 아름답게 아른거린다.

  내가 날마다 걷는 하이랜드 산책길에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애견이나 더러는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유모차에 앉혀서 끌고 다니기도 한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동물을 친자식처럼 사랑하여 아예 우리 아기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옷을 입히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 아기 옷이 나보다도 더 많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면 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아둔한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동물 애호가들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듯하다. 나는 날마다 동물 애호가들과 마주치면서 길을 걷는데, 어느 날 우연히 조류 애호가를 만났다. 내가 나무들이 많은 샛길로 발을 옮기고 있을 때,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손가락을 입에 대면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판단했다. 부인이 나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있고 남편은 옆에 조용히 서서 지켜보던 중 나를 보고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한 것이다. 나도 걸음을 멈춘 후 곁에서 숨소리를 낮추고 서서 지켜보았다. 어디서 새소리가 짹짹! 들리더니 여인이 휘파람소리를 계속 내면서 무슨 말을 하니까 빛깔 고운 파랑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파랑새는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여인 가까이 자리를 옮기면서 두리번거리며 나뭇가지 사이로 날았다. 마침내 파랑새는 여인의 손 위에 있는 땅콩을 입으로 잽싸게 물고선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파랑새를 부르는 여인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어떻게 공중에 날아다니는 야생조류와 정서교감을 누릴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대답해 준다. 어느 날, 그녀의 집 뒤뜰에 한 쌍의 파랑새가 날아와 모이를 찾아 쪼아 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서 그녀는 집에 있는 땅콩을 던져주었다. 그 다음 날도 찾아왔기에 또 땅콩을 던져주었다. 그랬더니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계속 찾아오기에 땅콩을 식당 유리창 가까이에 던져주었다.

  파랑새가 부부인 듯 두 마리가 찾아와 함께 땅콩을 먹기에 아예 물도 놓아 주었다. 부부가 아침 식사를 하면서 창밖을 바라볼 때 파랑새들이 날갯짓하면서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워 새들과 얘기하면서 아침 식사를 즐긴다. 부부가 혹시 늦잠이라도 자는 날은 파랑새들이 먹을 것을 달래는 듯이 부엌 창문을 부리로 콕콕 두드린다고 한다.

  어느 날 부부가 산책길을 걷다가 낯익은 파랑새를 보고 손 위에 땅콩을 올려놓고 휘파람을 불면서 반가워했더니 정말로 파랑새가 자기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 뒤로 계속 집 주위 나무들 사이에서 놀고 있는 파랑새를 불러 먹이를 주고 정서교감을 하면서 살고 지내니 즐겁기 그지없다 한다. 파랑새들과 정답게 정서교감을 나누며 지낸 세월이 벌써 5년이 되었다고 말하는 부부의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녀는 언제나 땅콩을 포켓 속에 가지고 다닌다면서 나에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광경이 보고 싶어 내가 한 번 더 청하니 또다시 한다.

  나는 파랑새를 부르는 여인을 보면서 우주 만물 모든 사물은 서로 정서교감을 하면서 살게 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정서적으로 무언가 서로 통하면서 사는 게 우주 만물의 생활법칙이 아닐까 싶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느낌이나 정서적으로 사랑을 느끼고 살면 기쁘고 행복한 삶일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면 외로움을 훨씬 덜 느낄 것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찰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사람이 아닌 애완동물이나 조류도 사랑을 주는 만큼 사랑을 되받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기본적으로 잘 보살펴 주어야 하고 꼭 살아갈 수 있는 음식을 주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파랑새를 부르는 여인은 야생조류와 인연을 맺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다. 그녀는 파랑새를 애완용으로 택하여 정서교감을 나누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어떤 사물들과 정서교감을 하면서 평화를 얻고 사랑을 느끼는 듯하다. 인연이 되어 만나는 모든 사물에 감사하며 마음을 활짝 열고 아름다운 정서교감을 누리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불러 정서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파랑새를 부르는 여인 되어 입술을 모아 휘파람 소리를 내어본다.

  휘~~히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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