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용서하는 것

조회 수 291 추천 수 1 2024.05.29 19:44:03

 

4.jpg

 

<고수열전 3>

 

                                                기다리고 용서하는 것

 

                                                                                              김 붕 래

 

 

미국 영화를 보면 좀 싱겁습니다.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키스까지 했는데, 점심때가 되면 집으로 전화해서 또 당신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 년 살다가 사랑이 식었다고 이혼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얼굴 한번 못 보고 혼인이란 것을 했는데도 오남삼녀 줄줄이 낳고 잘만 살았는데 말입니다.

 

아내의 고어 안해를 안방에서 빛나는 태양의 뜻이라고 우기면 이건 견강부회가 될까요?

사랑방에서 담뱃대 터는 소리만 들려도 저 영감탱이가 오늘은 왜 심술이 났는지, 안방 문 여닫는 소리만 듣고도 저 할망구가 오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훤히 알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백 년을 해로 했습니다.

 

말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사용되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는 말이 진정이라면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부부간에 오히려 사족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머물러야 합니다. 사랑은 그를 위하여 맛있게 배춧국을 끓여 주는 정성이며, 그녀를 위하여 무딘 칼을 갈아주는 실천입니다.

 

페르퀸트(Peer Gynt)’는 바람둥이 청년입니다. ‘솔베이지라는 청순한 소녀를 만나 언덕 위에 오두막집을 짓고 잠시 행복했지만 타고난 방랑벽으로 그녀를 떠나 버립니다. 그리고는 세파에 시달리며 젊음을 탕진한 채 그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늙고 병든 몸으로 고향을 찾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쭈그려 앉아 양파 껍질을 벗기며 그는 중얼거립니다.

이놈은 꼭 내 인생을 닮았단 말이야. 까도 까내도 껍질이네. 어디에도 알맹이는 없네.”

이때 저편 오두막집에서 한평생 남편을 기다리느라 머리가 하얗게 센 여인이 물레를 저으며 그 유명한 솔베이지 송(Solveig's song)을 부릅니다. 그녀의 품으로 달려간 페르궨트는 마지막 평온을 얻습니다.

 

참는 것, 기다리는 것 용서하는 것, 이런 영원한 여성적인 본질에 의하여, 승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정복하고, 파괴하는 남성적인 추악함은 구원을 받는다는 입센의 메시지는 21세기 오늘날에도 고수의 반열에서 우뚝할 것입니다. (愚川 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8451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30700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8188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8279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813 5
2109 가을의 길목에서(이병호 시인) file 이병호 2024-11-24 140 1
2108 량유 김정아 디자이너 오픈 쇼 file 웹담당관리자 2024-10-27 211 1
2107 기청 <가을의 시>와 노벨문학상 file 웹담당관리자 2024-10-25 139 1
2106 청사(淸士) 오희영 시인 영상음악회 연습곡 모음 file [21] 오청사 2024-10-09 1922 2
2105 친절(정순옥 수필가) file [2] 정순옥 2024-10-07 527 2
2104 9월의 소회 [1] 홍마가 2024-09-06 549 3
2103 꿈과 추억을 품은 밥솥(정순옥) file [1] 정순옥 2024-08-12 492 1
2102 시집 '그리움을 향한 노래' 출판 file [6] 홍마가 2024-08-10 644 3
2101 안개비(정순옥) file 정순옥 2024-08-05 286 1
2100 세포들의 아우성(정순옥 수필가) file 정순옥 2024-08-05 249 1
2099 시집 한 권 값의 세대 웹담당관리자 2024-08-01 405 1
2098 전상중 시인의 아침편지 웹담당관리자 2024-07-17 282 1
2097 랑유 김정아 2024/2025패션 갈라쇼 file [1] 웹담당관리자 2024-07-08 394 3
2096 기청 시인 file 웹담당관리자 2024-07-01 280 1
2095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오청사 2024-06-25 285 1
» 기다리고 용서하는 것 file 웹담당관리자 2024-05-29 291 1
2093 발 받침대 file 정순옥 2024-05-28 530 1
2092 바람결에 들리는 소리 file 정순옥 2024-05-17 378 1
2091 유채꽃 가주 실버라도(얼바인근처) 어바인 호수 산악 바이크대회 참석 PHOTO BY OSHELL OH file [7] 오청사 2024-05-10 658 1
2090 O Sole Mio 영상시 노래 오청사 영상 제작 Oshell Oh 오청사 2024-05-10 38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