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클레어몬트대학 도서관에 있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은 조선 성종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을 중종 25년
(1530)에 55권의 증보판으로 간행한 책으로, 조선전기의 지리지를 집대성한 대표적인 관찬 지리서이다. 특히 태종에서 성종 때까지
조사된 우산도(독도)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약탈-일제경매-미국 경로 유출됐을까.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은 각 책마다 조선 후기의 역사학자이자 실학자인 순암(順菴) 안정복(1712~1791) 선생의
장서인이 있는 것으로, 안정복이 자료를 검토한 흔적들인 친필 두주(頭註)가 곳곳에 기록되어 있는 수택본(手澤本)이다.
이는 광해3년 (1611년) 간행된 판본으로 완질이며 상태가 양호하여 자료 자체로도 희귀본이다. 또한, 안정복이 ‘동사강목(東史綱目)’ 편찬을 위해 참고한 자료로 추정되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국보급으로 추정되는 이 책은 왜 미국에 가 있는가. 일제때 일본 골동품,고미술상이 총독부와 결탁해 문화재를 빼돌린 뒤 미국에
경매로 넘긴 유물이 부지기수라는 점은 ‘탱화의 귀환’때 입증됐는데, 혹시 이 문화재도 그 같은 고난의 여정을 겪었을까.
▶신증동국여지승람_미국 클레어몬트대학도서관 소장
▶까치와 호랑이, 민화가 그려진 백자는 일본에
일본 도미오카 미술관에 있는 조선시대 백자는 특이하다. 소나무위에 까치가 지저귀고 그 아래에는 호랑이가 앉아있다. 민화에서
즐겨 그려진 이 소재를 백자 위에 코발트 안료를 이용해 푸르게 그려 넣었다. 이름은 백자청화호작문호(白磁靑畵虎鵲文壺).
▶백자청화호작문호_일본 와세다대학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소장
서양 회화로 치면 아방가르드 팝아트 수준의 백자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측은 “18세기 후반의 청화백자에는 이처럼 민화풍의 그림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는데 이 항아리처럼
까치호랑이를 그린 경우는 국립경주박물관 소장품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소장품 정도만이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백자는 도미오카미술관의 설립자인 니혼중화학공업 초대 사장 도미오카 시게노리(富岡重憲, 1896-1979)가 개인 소장하던 것을
기증한 것이다. 누가 우리 백자를 일본에 넘겨 결국 시게노리에게 까지 갔을까.
▶자치통감강목 완질 임진왜란때 약탈
중국 상하이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 193종 1320책 중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59권 59책 완질은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약탈돼 일본으로 유출되었다가 상하이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자치통감강목_상하이도서관 소장
자치통감강목은 남송의 주희가 북송의 사마광이 편찬한 자치통감(資治通鑑) 294권을 저본으로 59권으로 편찬한 강목체
사서(史書)이다.
상하이도서관 소장본은 1420년(세종 2)에 만들어진 동활자인 경자자(庚子字) 간행본으로, 조선에서 처음 간행된 판본으로서
동일한 인쇄본의 전래가 드문 귀중본이다. 국내에는 일부만 남아 있는 데 비해 상하이도서관 소장본은 59책 59권 완질이 갖춰져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고구려 발해연구 귀중품 와세다대학에
일본 와세다대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한국문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와전(瓦塼, 기와 및 전돌) 700여 점이다. 와전의
뒷면에 출토지 기록이 있고 고구려, 발해 유적지 출토품이 섞여 있어 당대의 문화를 고증하는데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연화문수막새_발해_일본 와세다대학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소장
발해의 기와는 간략한 선으로 문양을 처리하는 특징이 있는데, 연화문수막새(蓮花文圓瓦當)의 경우 연꽃잎 모양이 하트모양이라
이채롭다. 수막새는 처마 바로 위로 보이는 수키와의 끝 부분을 장식하는 기와이다. 왜 하트모양이었을까. 진작 우리 땅에
있었더라면 정밀 연구가 진행됐을 것이고 역사적 해석은 깊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에 있는 ‘고려사’ 필사본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미국인을 거쳐 영국에 들어갔다.
▶국외소재문화재 재단 “끝까지 추적”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이 11일 공개한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 8400여점의 면면은 이 처럼 진귀하고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재단은 그간의 실태조사 결과를 10권의 보고서로 발간했다.
조사가 실시된 기관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미국 클레어몬트대학 도서관, 중국 상하이도서관 등 5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일본) 10개 기관이다.
재단은 지난 2012년 설립 이래 실태조사와 보고서 발간 사업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실태조사는 문화재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해외의 소장기관을 방문해 한국문화재로 분류된 모든 유물을 조사하고 시대, 재질, 크기, 특징은 물론 소장 경위부터 문화재적
가치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사항을 추적하고 밝히는 작업이다.
▶고려사 양장본 19책_영국 케임브리지대학도서관 소장
재단에 따르면, 이번에 목록을 공개한 8400점은 전체 국외 문화재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확인된 것 보다 더 많은 문화재가 해외
어디엔가 고국을 애타게 부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환 또는 전시 여부와 관련, 재단측은 반환노력은 매입, 외교적 담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우리국민의 소중한
우리의 국외문화재를 감상할 기회를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