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 저자 한스 애빙 방한…"예술은 어려우면 안 돼"
 

지금은 '국민 화가'로 불리며 작품이 고가에 팔리고 있지만 박수근(1914∼1965)은 생전에는 백내장에 걸린 한쪽 눈의 수술비가 없어 실명할 정도로 평생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난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이중섭(1916∼1956)은 재료를 구할 돈이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어떤 작가의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하며 팔렸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하지만 모든 작가가 부를 얻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예술가 대부분은 작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부업을 해야 할 정도로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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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예술가는 왜 가난할까. 

"왜 예술가들이 가난하냐고요? 그건 예술 자체가 지닌 높은 가치 때문에 예술가는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스테디셀러인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의 저자인 한스 애빙(68) 암스테르담대 예술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네덜란드 경제학자이자 시각예술가인 그는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리는 '노동하는 예술가, 예술환경의 조건' 주제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한스 애빙 교수는 "예술은 좋으니까 작가라면 무조건 헌신해야 한다는 예술 분야의 '에토스'(ethos·기풍)가 머리에 너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예술가들은 낮은 수입에도 열심히 예술 활동을 하려는 성향을 지녔어요.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돈으로 (예술 활동을) 환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죠."

그는 "네덜란드에서 자신의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 수준이 빈곤선 이하인 비율은 전체 예술가의 40% 정도"라며 "예술가의 94%는 노동자의 평균 수입 이하"라고 설명했다. 

"고작 6%의 예술가만 예술계에서 명성도 있고 부도 있는 셈이죠. 경제학자들은 예술가들이 수입이 낮아도 (작업을 해서) 행복하니까 그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수입이나 명성 등 모든 게 낮으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상위에 속하는 소수에 포함되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다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죠."

낮은 수입에도 계속 예술을 하려는 예술가의 '열정'이 예술가에 대한 착취 구조로 이어졌다는 것이 한스 애빙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비영리 예술 재단에서 특히 예술가를 착취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비영리 단체의 예산이 빠듯하다는 것을 예술가들도 알고 있다 보니 해당 단체의 공연이나 전시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 대신 보수를 아예 받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가가 더는 가난하지 않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한스 애빙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보수를 감내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아티스트 비용을 받지 않고 일하는 작가들은 손가락질을 받고, 예술가를 착취하려는 비영리 재단도 당연히 지탄을 받아야 합니다."

그는 예술가의 연대를 강조했다. 

"10년 전에는 예술가들이 수동적인 위치에 있었어요. 모든 것을 수용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죠. 이제는 많은 예술가가 자신들을 착취하려는 미술관 등을 대상으로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의 대중화다.

"예술은 어려워서는 안 됩니다. 클래식 음악이든 현대 미술이든 다양한 수준으로 소비돼야 해요. 깊게 파고드는 사람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기 수준에 맞춰서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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