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림책

조회 수 6434 추천 수 1 2015.02.23 15:13:00

1970년대까지는 그림책이랄 게 따로 없었다. 어쩌다 해적판이 굴러다니긴 했지만 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원판 필름이 없었고, 색상도 조잡했다. 서양에서 최초의 어린이 그림책 세계도회(1658)가 나온 지 350여년이 흘렀는데도 당시는 그랬다. 우선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다.

국내에서 그림책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시공사와 비룡소, 창비, 보림 등이 아동문학과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출간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정식 계약을 맺은 외국책도 많이 들어왔다. 신진 작가들의 창작 그림책이 늘고 형식과 내용이 다양해졌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부모도 많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림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ked_20150223042504212.jpeg

 


아동도서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치상 수상작도 잇달아 나왔다. 2004년 팥죽할멈과 호랑이(픽션), 지하철은 달려온다(논픽션)를 시작으로 마법에 걸린 병(2006, 픽션),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2009, 논픽션), 돌로 지은 절, 석굴암(2010, 픽션) 등 우수상을 거쳐 2011년 마음의 집이 첫 대상(논픽션)을 거머쥐었다.

올해는 우리 그림책이 라가치상 전 부문(4개)을 석권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측이 지난주 발표한 50회째 심사 결과 한국 작품 5편이 4개 부문에 입상했다. 이들 작품은 다음달 말 개막되는 도서전에서 전 세계 출판인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게 된다. 이 도서전에는 해마다 70~80개국 1300여 출판사가 참가한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최근엔 20~30대 여성들의 그림책 수요도 늘고 있다. 1990년대 어린이 그림책 세대인 이들이 새로운 독자층으로 자리 잡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6개월째 종합베스트셀러를 지키며 색칠놀이 붐을 일으킨 어른용 그림책 비밀의 정원 덕분에 색연필과 물감이 평소의 두세 배나 팔리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마냥 좋아라고만 할 일도 아니다. 얼마 전 '그림책 현주소' 관련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여러 과제를 지적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픽처북' 코너를 따로 운영하는데 왜 우리는 아직 그림책을 독립 장르로 대접하지 않을까. 그림 솜씨는 좋은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왜 부족할까. 왜 가난과 부, 약자와 강자,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될까. 대부분의 소재는 왜 과거지향적일까. 아이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도 그렇다. "우리 그림책엔 왜 아파트가 거의 없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9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44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7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59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12 5
676 [연시조] 코로나가 떠난 세상 박은경 2020-07-19 2834 1
675 이 겨울 아침에/석송 석송 2016-12-11 2860 1
674 고유명절 설과 달라진 이면 [2] 오애숙 2018-02-13 2866  
673 6일 서머타임 해제 file 웹관리자 2016-11-03 2869 1
672 공항 캡슐호텔 file 홍용희 2017-10-01 2872 1
671 동이족 상형문자 북미대륙서 여럿 발견 file 홍용희 2017-03-14 2877 2
670 혈관스텐트 과연 안전한가 홍용희 2017-01-20 2945 1
669 99년만의 개기일식 눈앞 file 홍용희 2017-08-20 2946 1
668 입춘의 문턱에 서서 [3] 오애숙 2018-01-29 2964  
667 추석날 - 10월 4일 2017 file 홍용희 2017-09-17 2994 1
666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화 / 정재서 file 홍용희 2017-09-23 3014 1
665 한해가 저물고 새해에는.. 석송 2016-12-31 3053  
664 구례 산수유꽃 축제 [2] 오애숙 2018-03-23 3079  
663 손 전화기에 의한 오해 file 강정실 2017-06-04 3096 2
662 농작물 피해 주는 천덕꾸러기 고라니(?) 웹관리자 2017-07-08 3111 1
661 ‘I.SEOUL.U’보다 ‘Hi Seoul’이 낫다 웹관리자 2015-10-31 3118 1
660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아직은 무리야 홍용희 2016-11-20 3139 1
659 설날 덕담 한마디 박은경 2022-02-02 3171 1
658 현대 의학의 놀라움...팔뚝에 귀 배양해 이식 수술 file 웹관리자 2016-11-15 3263 1
657 갤럭시ㅣ노트 7 사용 불가, 2017년부터 홍용희 2016-12-18 327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