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진순 교수 새롭게 해석
“日서 해방돼야 할 한반도 의미”
“윤동주는 일본에서도 추모한다고 하는데 이육사는 그렇지 않다. 이 책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합동으로 이육사를 기리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하는 게 소망이다.”
김구·안중근 등 한국 현대사 인물 연구로 정평이 난 도진순(왼쪽 사진) 창원대 사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민족시인 이육사(1904∼1944)를 재조명했다.
사학자의 시각에서 이육사의 참모습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새로 밝혔다는 점에서 뜻깊다.
도 교수는 최근 펴낸 ‘강철로 된 무지개: 다시 읽는 이육사’(창비·오른쪽)에서 이육사의 대표작인 ‘청포도’ ‘절정’ ‘나의 뮤-즈’ ‘광야’ 등을 새롭게 해석했다.
제목에 쓰인 ‘강철로 된 무지개’는 대표작 ‘절정’에 나오는 대목이다. “매운 계절의 챗죽에 갈겨/ 마츰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꾸러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깜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그동안 ‘강철로 된 무지개’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도 교수는 중국 자객 형가(荊軻)의 고사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형가가 진시황을 암살하러 갈 때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해는 진시황을, 흰 무지개는 그를 찌르는 검을 의미한다”면서 “‘절정’은 결국 일제에 맞서는 의열 투쟁을 그린 시”라고 분석했다.
‘영원에의 사모’를 노래한 것으로 알려진 시 ‘나의 뮤-즈’는 기존과 완전히 다르게 설명했다. 도 교수는 “이 시에서 가장 해독이 어려운 부분이 ‘보(褓)보다 크고 흰 귀를 자주 망토로 가리오’라는 구절인데 이것은 사자관을 쓴 불교 음악의 신 건달바에 대한 묘사”라며 “이 건달바를 통해 이육사가 죽음을 넘어선 자신의 영원한 과거이자 본래 면목을 노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 ‘광야’의 의미도 새롭게 풀이했다. 도 교수는 “광야가 넓은 벌판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황무지를 뜻한다”며 “이육사의 고향 안동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으로 일제 강점 이후 체포와 투옥이 만연하던 곳이며 이 때문에 자신의 고향, 즉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돼야 할 식민지(한반도)를 광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책에는 이육사의 생애와 도 교수가 직접 촬영한 사진, 상세한 작품 연보가 들어 있다.
도 교수는 “2015년 추석 연휴 기간에 이육사의 시가 사자후처럼 나를 깨웠다. 순국 70년이 지났건만 아직 이육사의 시가 마치 물구나무서 있는 듯해 참으로 불편했다”면서 “불현듯 찾아온 이육사와 함께하는 여정은 나의 학문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