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열차
기차는 선로 위로
내가 살아온 짐짝을 싣고
산과 강을 건너
고향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는 밥보다
먹는 약들이 더 많고
새털같이 가벼우진 몸무게는
조개구름이 되어
사락거리며 흩어진다
살아생전 거북이 등같이
단단했던 세월은
무너진 흙담 틈새로
사바세계가 널브러져
어느새 얼굴과 손등은
쭈굴바가지가 되어 있다
한나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깍지 낀 손을 틀다가
기차 난간에 서니
양복 위에 잠바를 걸치고
모자까지 써도
차가운 바람이 매서워
애꿎은 담배만 피워댄다
다시 기차는 선로 위로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낡은 사원 헐고 극락 가신
부모님이 사용했던 염주(念珠)와
철길 옆 나무 이파리들이
곧추서서
쏴 소리 내며 도리질해댄다
다 저문 햇살에
먼 산은 노을빛이 되고
느지막하게 핸디폰에서 들려오는
고향 친구의 말발굽 벨 소리를
가재눈으로 맞이한다
우리의 인생열차
뒤돌아보면 많은 이정표대로 산것 같지만
세월에 순리담아 온걸 감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