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잠자리

조회 수 264 추천 수 2 2020.08.15 11:57:42

 

  남편의 잠자리 

 

         권온자

 

온종일 일하고 

이슥해서야 집에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밥 먹고는 

잠자리를 찾는다 

 

여보,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무 대답도 없다 

밑이 거의 드러나 보이도록 

젊어서부터 함께 달려왔던 이 길 

 

언제건 낯선 땅을 돌며 

가끔 눈물 훔치며 

가슴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정도로 

일을 한다 

 

밤자리에 들면 

남편은 어깨가 시리다고 

모로 눕는다 

그러다 다시 돌아누워 

등과 다리가 절여져 온단다 

난 남편의 건강에 자주 놀란다 

 

타다만 노을처럼 

처마 끝에서 쫓겨나 

갈 곳 없이 사라져가는 

삶을 생각해 본다. 

 

 

 


박영옥

2020.08.15 13:27:29
*.134.164.31

야, 근사한 철학적인 시가 올라왔습니다. 삶의 깊이를 표현하여 참으로 공감합니다.

박은경

2020.08.16 18:45:39
*.36.72.70

아버지들의 모습이 그렇지요

가장의 짐을 지고 종일 일하면서도

하소할 곳조차 마땅이 없어 슬픈 가장들,,,

늘 잘 해주시고 건강 상하지 않게 섭생에 더욱 신경 써 주세요

귀한 글 공감하고 갑니다^^

권온자

2020.08.17 10:32:53
*.135.98.24

좋은 격려의 댓글에 힘이납니다.

감사드려요. 

이경미

2020.09.13 13:40:44
*.67.230.50

한미문단 20년 여름호에서 시인님의 이 시를 읽고, 하와이에서 뵐 때의 두분을 생각했습니다. 

두분 건강하신 모습으로 꼭 곧 뵐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김두현 선생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 이경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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