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살림/ 청조 박은경
멀쩡한 내 집을 두고도
거의 호텔에서 지내던 시절
주말 내내 호텔방 신세를 지며
전화 예약 받고 프런트 손님 받고
방 청소 하고 많은 빨래 하고
집에서 만들어간 반찬 몇가지
전자렌지에 뎁혀서 사오일 버티다가
주중에 이삼일 집으로 퇴근
또 한주 버틸 먹거리를 준비하고
웃자란 잔디와 마당을 정리하며
집안일 돌보는 게 전부인 귀가
다음날 다시 호텔로 출근하면
며칠간 집에는 바람만 산다
집도 사람도 참 불쌍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