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 높이에서 통찰과 혜안으로 얻은 행복론
『백년을 살아보니』1 (김형석) 편
이택화 문학평론가
김형석은 103세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기를 꿈꾸지만 80세를 넘긴 주변의 노인들은 장수를 힘들어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100세 이상 사는 것이 이상적일까? 하는 회의(懷疑)를 달래는 이가 있으니 그가 김형석이다. 100세가 넘었어도 강연과 대담을 하는 그의 모습은 100세 이상 살고 싶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고독이라는 병』(삼중당, 1960), 『영원과 사랑의 대화』(삼중당, 1961), 『그대여 이날을 헛되이 보내려나』(세종출판공사, 1985),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자유문학사, 1988), 『그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자유문학사, 1990), 『그래도 인생은 선하고 아름다운것』(자유문학사, 1990),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철학과현실사, 1991), 『인생, 소나무 숲이 있는 고향』(철학과현실사, 1991), 『망치들고 철학하는 사람들』(범우사, 1995), 『모든 자녀들에게는 꿈이 있다』(철학과현실사, 1998), 『철학의 세계』(철학과현실사, 2002), 『나의 인생 나의 신앙』(기독교문서선교회, 2012),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프런티어, 2016), 『어떻게 믿을 것인가』(이와우, 2016), 『백년을 살아보니』(댄스토리, 2016), 『행복 예습』(댄스토리, 2018), 『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두란노, 2020), 『우리, 행복합시다』(김영사, 2021), 『김형석의 인생문답』(미류책방, 2022)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김형석은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부드럽고 따뜻한 어법으로 수필을 써서 독자를 감동하게 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후학에 전념하면서 철학, 윤리, 종교를 녹여 문학의 금자탑을 쌓았다.
김형석이 격변의 한 세기를 관통해 살면서 100층 높이로 쌓인 통찰로 삶에 대한 혜안을 펼친 저서가 『백년을 살아보니』(댄스토리, 2016)이다. 독자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는 뒤표지의 첫 줄처럼 100년을 성장한 거인의 안목을 행간마다 느낄 수 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 스님(1912.04.06. ∼ 1993.11.04.)의 법어처럼 이 책의 내용은 깊되 담백하고 넓되 명료하다. 그는 변하지 않으면서 심오한 진리나 순리의 의미를 담담하고 단순하게 서술해 독자의 이해를 도모하고 감동을 일으키게 한다.
이 책은 1. 행복론 2. 결혼과 가정 3. 우정과 종교 4. 돈과 성공, 명예 5. 노년의 삶 등 5부로 나누어져 있다. 인간 삶에 필요한 주제를 다양하게 거론하고 있지만 광범위하여 저자가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행복론’에 국한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행복론’은 ‘똑같은 행복은 없다’라는 대주제 아래 6개의 소주제가 있다. 6개의 소주제는 성공하면 행복할까, 인격 수준과 재산의 관계, 일을 하는 이유, 오래 살면 좋을까,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다 떠나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이다. ‘행복론’의 중심어는 성공, 돈, 일, 장수, 감사, 사랑이므로 이들을 중심으로 김형석의 행복에 대한 통찰과 혜안을 헤아려보고자 한다.
김형석이 102세였을 때 KBS 전주에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의했는데 다음과 같은 동화로 시작한다. 이 책에도 수록된 이 동화는 그의 ‘행복론’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에 이에 인용한다.
한 가난한 소작인 농부가 있었다. 평생소원이 남처럼 내 땅을 갖고 마음껏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었다. 어떤 날 신문에서 뜻밖의 광고를 보았다. 러시아의 한 귀족이 원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농토를 나누어준다는 것이다. 농부는 그 귀족을 찾아가 사실이냐고 물었다. 귀족은 “얼마나 많은 땅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농부는 아침에 해가 뜰 때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까지 밟고 돌아오는 모든 땅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귀족은 내일 아침 해 뜨기 전에 저 언덕 위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농부는 무척 흥분했다. 내일이면 나도 내 땅을 갖는 지주가 된다고 생각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약속한 언덕 위로 올라가 기다리던 농부는 해가 동쪽 언덕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저는 이제부터 뛰기 시작할 것입니다.”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귀족은 “해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하네.”라고 대답해주었다.
농부는 뛰고 또 뛰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농부는 점심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달려야지 하면서 준비해온 도시락도 내던졌다. 물통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일부터는 이 좋은 땅들이 내 것이 될 터인데, 라고 다짐했다.
너무 멀리까지 온 것 같다고 생각한 농부는 발걸음을 돌렸다. 또 달려 나갔다. 북쪽의 해는 빨리 지는 것일까. 태양은 벌써 서쪽 하늘 중간까지 걸쳐 있는 것 같았다. 농부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언덕 밑에 왔을 때는 해가 거의 산 밑으로 내려앉는 듯싶었다.
농부는 죽을힘을 다해 언덕에 올라서면서 “아직은 해가 조금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쓰러졌다. 그것을 본 귀족은 “그래, 모두 자네 땅이 되었네.”라고 말하며 농부가 일어서기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산책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농부는 일어서지 않았다. 귀족이 “이 사람아, 이제는 일어나야지.” 하고 어깨를 들쳐보았더니 너무 기진맥진했는지 이미 숨을 거둔 것이었다.
귀족은 종을 불러 거기에 땅을 파고 묻어주라고 지시하면서 “이 사람아, 사람은 다섯 자 땅에 묻히면 그만일세. 그리고 그 정도 땅은 누구나 갖도록 되어 있는데 공연히 애태우다가 죽었구먼…….”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미 해는 지고 땅거미가 드리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 「인격 수준과 재산의 관계」 부분
이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 1828.09.09. ∼1910.11.20.)의 『톨스토이 단편선』에 나오는 내용이다. 톨스토이는 1886년에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파콤’이라는 농부를 주인공으로 세워 인간의 불행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도 김형석과 마찬가지로 중학교 1학년 때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후 사색에 잠긴 적이 있다. 김형석은 ‘김형석 교수의 인문학 이야기 ‘103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두 번째 강의 2부’에서 간디와 더불어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콤’의 불행한 사고와 행위는 김형석이 사유한 행복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파콤’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고, 돈(재산)을 소유할 수 없었으며, 일에 대한 목적과 가치를 파악하지 않았고, 단명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감사의 마음을 품지 않았고, 사랑을 남기지 못했다. ‘파콤’과 다른 인생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그의 진언을 들여다보며 필자는 흐뭇한 미소와 더불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그의 행복에 대한 깨달음의 향연에 많은 사람이 초대되어 즐겁고 기쁘기를 고대해본다.
1. 성공으로 시간의 빈 그릇에 행복을 채우다
김형석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빈 그릇 속에 담아 넣고 싶은 것들’이 행복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 ∼ 기원전 322)는 ‘행복이 최고의 선’이라고 하면서 행복을 인간이 사는 목적으로 삼았다. 미국의 독립선언서(1776)에는 평등하게 창조된 모든 사람은 창조주로부터 행복의 추구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0조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 성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은 물질적이며 가시적인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주어지는 만족감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 중략 – 이런 것들은 소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실했을 때는 고통과 불행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사람은 소유의 노예가 되어 정신적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또 더 많은 소유와 독점욕에 빠지게 되면 사회적으로 더 큰 고통과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오히려 행복을 찾는 것이 더 큰 불행의 원인이 된다.
- 「성공하면 행복할까」 부분
‘파콤’은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땅을 소유하려고 하다가 고통과 불행을 겪었다. 사람들도 ‘파콤’처럼 물질, 권력, 욕망을 충족하려다가 파멸을 맞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형석은 사람들이 불행으로 이끄는 것들에서 벗어나 행복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 ‘행복에도 차원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물질적 가치를 따르는 행복감보다 정신적 가치를 높여 획득하는 행복감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미켈란젤로의 예술적 가치가 어떤 이탈리아의 기업가나 재벌이 남겨주는 경제적 가치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형석은 1947년은 독일의 자랑스러운 시인 괴테의 탄신 20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독일은 극심한 전쟁의 후유증 때문에 기념행사를 개최할 여력이 없자 적대국이었던 미국이 세계적인 기념 축전을 개최한 사례를 들어 정신적 가치의 숭고함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는 미국의 주간지 『타임(TIME)』이 100년 동안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으로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선정한 일화와 알렉산더 대왕과 비교해 감사와 존경의 대상이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신적 유산과 혜택을 들어 정신적 가치가 성공의 기반임을 피력한다. 사람들이 정신적 가치를 깨달아 인류가 남긴 업적의 혜택을 누리는 일에 동참함으로써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형석의 안목은 높다.
‘인간의 자격’은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김형석은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영국 작가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1865.12.30. ∼ 1936.01.18.)의 ‘숲 지킴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공동체인 가족, 학교, 지역사회, 국가사회에서 선한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낀다고 보았다. 김형석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선하고 건설적인 인간관계를 갖지 못하고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정신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였다.
‘행복과 성공의 함수관계’에 대한 김형석의 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사람마다 행복의 모양과 크기는 다르므로 하나의 척도로 삼을 만하다.
성공과 실패의 객관적 기준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은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주어진 유능성과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가 없다. 60의 유능성을 타고난 사람이 65나 70의 결실을 거두었다면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90의 가능성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70의 결과에 머물렀다면 실패한 사람이다. 밖에서 볼 때는 같은 70이지만 그 자신의 삶의 가치를 따진다면 성공과 실패는 달라지는 법이다. 그래서 정성 들여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실패가 없으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성공이 없는 법이다.
- 「성공하면 행복할까」 부분
이 글에 따르면 ‘주어진 유능성과 가능성’의 성취에 따라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으로 나눠진다. 정성 들여 자신의 가능성을 능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의 성지에서 기쁨을 누릴 시간이 많다.
김형석의 수필이 보여주는 빛남은 그의 진실한 삶과 언행이 그대로 스미어 글로 표현되었다는 데 있다. 수필가가 현란한 언어를 구사해 수필을 쓴다고 해도 삶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다면 좋은 작품일 수 없다. 육체의 향락만을 위해 달콤한 말로 속삭이는 호색한의 말과 다르지 않은 수필이 되지 않으려면 인생의 발자취마다 진실이 묻어나야 한다. 이런 면에서 김형석은 행복의 성루에서 빛을 발하는 성공한 수필가이다. 그는 시간의 빈 그릇마다 유능성과 가능성을 능가하는 수필로 채우기 위해 100세가 넘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는 행복한 수필가이다.
2. 돈으로 인격 수준을 높이고 행복을 나누다
돈의 위력은 막강하다. 돈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이다. 현재 돈은 사물의 가치를 넘어서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재산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돈 앞에서 사람들은 절제를 잃었고 정도를 버렸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은 돈에 일희일비하며 행복과는 멀리 떨어져 울부짖으며 산다. 돈 때문에 미쳐 날뛰는 사람들의 고삐를 잡아 행복의 마구간으로 이끌 참스승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시대에 100년을 관통하는 지혜로 돈에 대해 조언하는 김형석이 반갑다. 재산 만들기에 현혹되어 어리석은 사람이 된 ‘파콤’처럼 살지 않으려면 그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필요하다. 돈과 재물이 강렬한 유혹으로 인격과 인생을 망치는 악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세상에서 그의 금언들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 소중한 인생을 헛되이 끝내지 않는 사람은 현명하다.
내가 항상 가족들이나 제자들에게 권하는 교훈이 있다.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사회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충고이다.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을 더 많이 누리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사는 것이 좋은가.
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다. 그의 인격의 수준만큼 재산을 갖는 것이 원칙이다. 인격의 성장이 70이라면 70의 재물을 소유하면 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해서 90의 재산을 갖게 되면 그 분에 넘치는 20의 재산 때문에 인격의 손실을 받게 되며, 지지 않아야 할 짐을 지고 사는 것 같은 고통과 불행을 겪는다.
- 「인격 수준과 재산의 관계」 부분
필자는 ‘인격의 수준만큼 재산을 갖는 것이 원칙’이라는 표현 앞에서 숙연해졌다. 신의 눈으로 살펴서 신의 저울로 인격의 수준만큼 재산을 나누어준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상상만으로 웃음이 나왔다. 인격이 낮은 사람은 의식주에 사용할 재산을 가지고 만족하고, 인격이 높은 사람은 많은 재산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사용하면서 행복할 것이다.
김형석은 ‘인격의 수준과 재산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3명의 사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여성 작가가 60세 가까운 나이에 존경할 만한 남성을 만나 결혼을 한 후 벌어진 재산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녀는 남편의 자식들이 남편의 재산을 그녀가 가로챌까 걱정하므로 재산에 관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녀는 11년이 지나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저열한 인격을 보이는 남편의 자녀로부터 유산을 지켜 남편의 유지를 영광되게 키우려고 노력했다. 둘째는 서울 서북쪽의 S대학과 중·고등학교를 설립한 B 여사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녀는 구한말 때 물려받은 부동산을 자녀들에게 나누어주면 남는 것 없이 사라지겠기에 자식들에게 어느 정도 나누어주고 육영사업에 투신했다. 셋째는 왕실에서 물려받은 많은 재산을 관리하다 인생을 낭비한 M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67세가 되었을 때 차라리 재산이 없었다면 떳떳한 사회인으로 보람 있게 살았을 것이라고 고백하며 후회했다.
사례 중 두 명의 여성은 인격의 크기에 알맞게 재산을 관리하였거나 사회에 환원하여 보람과 행복을 찾았다. 나머지 한 명의 남성은 인격의 크기보다 많은 재산을 가졌기에 더 불행한 삶을 살았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재산이면 좋은가.
중산층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생활의 기초필요조건은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으로서 가정을 꾸려가고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재산은 필요하다. 그리고 여유가 생긴다면 어느 정도의 취미생활이나 여행 등을 즐길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 「인격 수준과 재산의 관계」 부분
유명한 교수이면서 수필가인 김형석의 소박한 재산관은 맑고 깨끗한 우물물과 같다. 한 바가지씩 떠서 마신다면 돈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사라지리라. 돈이나 재산은 옷과 같아서 너무 작아도 커도 불편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돈과 재산을 가지고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지나친 욕심을 부려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성숙한 인격 형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재산보다 귀한 일에 투신하는 사람에게 행복의 여신은 곁에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성숙한 인격으로 피처럼 귀한 돈과 재산을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행복의 한복판에 서서 인간의 향기를 풍기게 될 것이다.
3. 일로 남에게 받은 것을 갚아 행복을 높이다
일은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람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일하는 동안은 부끄럽지 않다. 모든 생명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게 되어 있다. 그들은 일하면서 도움을 받은 일을 갚을 수 있기에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며 당당할 수 있다. 식물도 동물도 일하지 못하는 시기가 오면 목숨을 잃어간다. 자연의 섭리는 완강하여 일하면서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불평하는 자에게는 안식을 주지 않는다. 일 속에는 행복의 알갱이들이 박혀 있어 기쁨, 즐거움, 보람, 희망, 사랑 같은 참다운 맛을 일하는 자가 느낄 수 있다.
영국의 비평가 겸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 1975.12.04. ∼ 1881.02.05.)은 ‘자기 일을 발견한 사람은 복을 받은 사람이다. 그가 다른 복을 찾지 않게 하라.(Blessed is who has found his work, let him ask no other blessedness.)’는 명언을 남겼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른 복들도 저절로 따라오므로 다른 복을 찾으려고 헤매며 귀한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파콤’은 땅을 많이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가득 차서 자기 일을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했고 복을 얻지도 못했다. 우리는 매스 미디어(mass media)에서 그와 다른 부와 명예를 얻은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성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얼굴은 행복으로 빛이 난다.
김형석의 얼굴도 빛을 머금고 환하다. 103살의 늙고 초라한 얼굴이 아니라 안경 속 두 눈은 부처의 감은 눈 같고, 선덕을 오래 쌓아 좋은 풍경을 이룬 주름 속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곱고 선하다. 그의 얼굴은 일을 정말 사랑하고 일과 하나가 되어 산 사람의 표본이 될 만하다.
나는 40세가 될 때가지 가난하게 살았다. 본래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대학에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해방이 되어 자리가 잡히기도 전에 무일푼으로 탈북을 했다. 겨우 안정을 찾는가 싶었을 때 6·25 전쟁으로 모든 것이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정전停戰이 되고 서울에 왔다. 대학교수의 직책을 맡으면서 겨우 안정을 되찾게 되었을 때는 교육을 책임 맡아야 하는 부양가족이 8명이나 되었다. 북에서 데리고 온 두 동생은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고 내 어린애들도 6명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열심히 뛰었으나 혼자의 수입으로 8명의 교육비를 감당하기는 벅찼다. 셋방살이의 고생도 치렀고 기초생활의 어려움도 겪었다.
그렇게 사는 긴 세월 동안은 왜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돈이 필요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가난을 극복해야 했다.
- 「일을 하는 이유」 부분
나는 내 생활의 한 단계 높은 가치를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돈을 위해서 일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돈보다는 일이 중하기 때문에 일하는 삶의 방법과 방향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돈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돈을 위해서 일의 가치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지성인의 도리가 아니라는 뜻을 체험하게 되었다. 돈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낮은 차원의 인생을 살게 되어 있으나 일이 귀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그 일의 가치만큼 보람과 행복을 더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또 몇십 년을 보내다 80의 나이가 되었다. 다시 물어보게 되었다. 일을 왜 하는가. 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때의 대답은 ‘일은 이웃과 사회에 대한 봉사’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그 사람들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내 돈을 써가면서라도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세상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나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웃을 돕는 것만큼 그들이 또 나를 돕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생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삶이 귀한 것이다. 그러나 적게 받고 더 많은 것을 베풀면서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 「일을 하는 이유」 부분
위의 두 예문은 김형석이 일을 왜 하는지 깨달아가는 단계를 보여준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1920년 4월 23일에 평안남도 대동군 고평면 송산리(현 평양시 만경대구역 만경대동)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기에 그의 어머니는 그가 20살까지 살아 있기를 바랐다.
그런 그가 40세까지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했다. 그에게는 2명의 아우와 6명의 자식을 키우고 교육하는 책임이 따랐다. 그러나 그가 혼자 벌어서 8명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기에 벅찼다. 40세 이전의 일은 가족의 생계를 위한 가장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고통을 그에게 주었다.
그 후 그는 20년 가까이 돈을 더 주는 강연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살았다. 그러다가 교통편 제공과 사례비 2배를 주는 서울의 기업체 강의 대신 대구의 중·고등학교 선생들 600 ∼ 700명을 위한 강연을 다녀와서 그는 ‘생활의 한 단계 높은 가치를 깨달았다.’ 돈보다는 일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80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일은 이웃과 사회에 대한 봉사’임을 확실히 알게 되어 적게 받고 더 많이 베풀면서 보람과 행복을 얻었다. 김형석은 나이를 높이 쌓으면서 일에 대한 지혜의 눈이 밝아져 자신과 가정만을 위해 일하지 않고 이웃과 사회를 위한 봉사로 나아갔다.
나로 하여금 나 되게 했고 이렇게 살게 해준 모든 사람들의 혜택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학문도 모두가 스승과 다른 학자들로부터 받은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내 생명과 인생 자체가 부모, 가족과 더불어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많은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가르치는 일 한 가지만 하면 된다. 또 그 한 가지를 열심히 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 온다. 얼마나 아름답고 착한 세상인가. 그 한 가지만이라도 정성껏 보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인생이다.
- 「일을 하는 이유」 부분
우리들은 날마다 먹는 음식, 몸을 보호해주는 옷, 편한 생활을 유지해주는 집, 가전제품, 자동차, 도로 등 외부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육체와 정신도 누군가에게 받아 살고 있다. 받고 사는 것들이 수천을 넘어 수만에 이른다. 우리가 이런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면 자기 일에 충실해 갚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받은 것에 대한 감사로 일을 귀하게 여긴다면 ‘아름답고 착한 세상’은 저절로 열릴 것이다. 우리들은 그런 세상에서 행복을 누리며 이웃과 함께 만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4. 장수로 봉사하는 삶을 살아 행복을 늘리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5.7%로 815만 명이다. 2070년이 되면 생산연령인구가 46.1%, 고령인구가 46.4%로 거의 비슷해진다. 노인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유엔(UN)은 65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이 되면 고령사회라 하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고령인구의 증가추세도 2025년 20%, 2035년 30%, 2050년 40%를 초과할 전망이다. 노인들은 노후 준비의 미비로 인한 가난, 질병 증가로 인한 치료비 증가와 고통, 소외로 인한 고독감 등으로 장수가 축복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때에 김형석의 다음과 같은 글은 노인들에게 희망을 준다.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나와 내 가까운 친구들은 오래전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 『백년을 살아보니』 뒤표지 부분
김형석이 위의 예문에서 말한 ‘내 가까운 친구들’은 김태길(1920.11.15. ∼ 2009.05.27.)과 안병욱(1920.06.26. ∼ 2013.10.07.)이다. 세 사람은 우리나라의 석학이며 수필가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는 희망의 말이 세 사람의 합의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니 믿음이 간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노인은 남의 도움이나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는 복 받은 사람이다. 필자는 실제로 주변의 60세에서 75세 노인들이 자식들 분가시키고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큰 질병에 시달리지 않는 지금이 인생에서 정말 좋은 때라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노인이 성장하려고 노력한다면 행복의 열매는 저절로 딸 수 있다.
오래전에 보았던 한 여론조사가 기억난다. ‘오래 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시 ‘90세가 넘도록 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18%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뜻밖의 결과였다. 왜 그랬을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 가운데서 90세가 넘은 이들의 실태를 본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기는 해도 그 노인들같이 될 것 같아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 「오래 살면 좋을까」 부분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대수명이 남자 80.5세, 여자 86.5세로 평균수명이 83.5세다. 기대수명이란 0세 출생자가 기대되는 평균 생존 수명이다. 요즈음 돌아가시는 분들의 나이를 보면 80세 이상인 경우는 보통이고 90세 이상인 경우도 많다.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76세 이상이 되는 노인의 삶은 비참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많은 노인이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처참하게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노인으로 신음하며 죽음이라는 자유를 갈망하는 상황이라면 90세 이상의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다. 그래서 위의 예문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18%만이 오래 살고 싶다고 대답한 것이다. 어쩌면 18%의 사람조차 주변에서 고통받는 노인들과 접촉이 적었거나 막연히 오래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대답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며 김형석은 노인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흔들면서 걱정만 하지 말고 자신을 따라서 장수를 누리자고 말한다. 노인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의 발언은 반갑다. 장차 그들도 노인 세대로 편입될 테니 사전에 지혜를 배워 두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만일 조물주가 ‘네가 살고 싶을 때까지 살도록’ 허락했다고 하자. 150세나 200세까지 살게 된다면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살고 싶겠는가. 오히려 나는 그렇게 살지는 않겠다고 할 것이다. 내가 오래 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며 고통을 안겨준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불행하고 저주스러운 인생과 사회가 되겠는가. 그래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때까지 사는 것이 최상의 인생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장수보다는 좀 더 오래 많은 일로 봉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이 장수의 가치와 의미가 될 것이다.
- 「오래 살면 좋을까」 부분
김형석은 ‘90세까지는 늙는 게 아니고 9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의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누어 ‘30세까지는 나를 키우는 단계, 65세쯤은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단계, 90세까지는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단계’로 보았다.
90세를 지나 103살의 나이로 〈김현정 뉴스쇼〉에서 말한 대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건강을 주시면 건강을 주시는 동안 나를 위해 일하지 않고 하나님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키는 그가 장수의 선구자다. 우리는 그가 보여주는 힘으로 장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단명한 ‘파콤’이 누리지 못한 행복을 봉사로 길게 늘려 흠뻑 취해 볼 문이 열렸다.
행복을 끄는 두 마리 말은 감사와 사랑이다. 감사와 사랑을 담은 언행을 날마다 실천하는 사람은 행복의 쌍두마차를 타고 시간을 여행한다. 그의 주변에는 밝고 맑은 사람들이 모여 사랑스러운 정경을 이루고 감사의 인사가 오간다. 행복의 여신은 이런 곳에 희망의 꽃씨를 뿌리며 떠나지 않는다.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는 감사에 대한 글이고, ‘다 떠나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는 사랑에 대한 글이다. 감사와 사랑은 행복의 발판이고 매개체이면서 필수요소이다. 이 두 가지가 행복을 위해서는 당연히 갖추어야 할 요건이므로 이에 대해 언급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파콤’은 베풀어주는 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그가 귀족에게 땅을 받을 수 있을 때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는 목숨을 잃을 만큼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파콤’은 땅을 많이 차지하려는 욕망에 치우쳐서 자신을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 정신을 담고 있는 그의 육체가 죽음과 키스할 때 그의 인생은 초라하게 끝을 맺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김형석처럼 100% 할 수 있어도 90%만 일하고 에너지를 비축한다. ‘짧고 굵게 살자’는 것보다 ‘길고 굵게 살자’는 표어를 새기며 자신의 건강을 지켜 감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희망은 행복을 안겨주며,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과 공존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부분
김형석은 손기정 옹, 고당 조만식 선생, 임어당 박사의 일화를 들어 감사가 행복의 원천임을 밝히고 있다. 손기정 옹은 상금을 받고 국가의 혜택에 감사하기 위해 법적으로 가장 많은 돈을 낼 방법으로 계산해서 세금을 냈다. 고당 조만식 선생이 고려호텔에 연금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면회를 온 아내에게 자른 머리카락을 봉투에 담아 주어 장례를 치르게 했다. 1968년경 ‘사상계’사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 임어당 박사가 가난한 한국인은 올라갈 길만이 주어져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행복으로 제시했다.
세 이야기는 국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일으킨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은 손기정 옹, 조만식 선생, 임어당 박사가 살던 시절보다 국가의 보호 아래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위태로움을 겪은 그들보다 지금의 국민들은 애국심이 부족하다. 누구나 잃어보면 소중함을 아는 법이다. 국가가 사라지거나 위태해지면 피부가 사라진 몸과 같아서 국민은 쓰라린 고통을 처절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는 국가에 대해 감사함을 되새기며 국민의 의무를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내가 있다.’는 명제가 가장 적절한 대답이다.
93세 되는 가을, 나는 자다가 깨어나 메모를 남기고 다시 잠들었다.
나에게는 두 별이 있었다.
진리를 향하는 그리움과
겨레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 짐은 무거웠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 「다 떠나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부분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나도 나이 들면서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90고개를 넘기면서도 나를 위해 남기고 싶은 것은 다 없어진 것 같다. 오직 남은 것 한 가지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었으면 감사하겠다는 마음뿐이다.
그 마음밖에는 남을 것이 없을 것 같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남는 것은 사랑이 있는 고생뿐인 것 같다. 죽을 때까지 그 마음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그는 모든 것을 잃어도 그보다 몇 배나 소중한 것을 찾아 지니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
- 「다 떠나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부분
다 떠나고 나면 사랑만 남는다. 사랑은 살아도 남고 죽어도 남는 생사의 원동력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사랑했는가로 가치가 매겨진다. 염라대왕이 사람을 천국과 지옥으로 보내는 기준은 사랑의 무게일 것이다. 사랑도 종류에 따라 값이 달라서 ‘사랑이 있는 고생’이 비싼 값을 받을 것이다.
김형석의 진리와 겨레를 위한 사랑은 결코 행하기가 쉬운 사랑이 아니다. 사람이 자신에게 이로운 사랑을 하기는 쉽지만, 타인에게 도움이 될 진리를 밝히고 겨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은 어렵다. 그가 떠나고 나도 그의 진리와 겨레를 위한 사랑은 몇 배로 남아서 사람들의 가슴에서 감동을 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를 닮아 진리와 겨레를 위한 사랑의 길로 묵묵히 걸어 들어가리라 믿는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유언은 가슴을 아리게 하여 눈을 들어 하늘을 보게 만든다. 요한 바오로 2세가 힘든 사랑을 행복으로 여기고 실천했기에 우리는 더욱 감동을 받는다. 그가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며 행복했듯이 그는 우리들도 행복의 길로 가기를 바라며 축복했다. 김형석은 그러한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향해 풀었던 사랑을 하며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는 103세의 노구(老軀)를 끌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러 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를 필요로 하는 장소를 행복의 광장으로 만드는 그가 있어 우리들은 행복하다.
김형석은 오래 살아도 좋을 사람이다. 신이 그를 깊이 사랑해 신의 행복을 사람 속에 넣어주는 시간이 더욱 연장되기를 바란다. 사람이 오래 묵으면 현인이 되는 실상을 그를 통해 보고 싶다. 사람들이 그를 따르며 각자의 행복을 찾아 누리면 세상은 조금 더 순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약력:
교육학석사(고려대), 정책학석사(고려대), 문학박사(충북대), 충북대, 충북과학대 출강 역임, 새한국문학회 이사회 운영위원장 역임, 한국미래예술총연합회장, 미래시학작가회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문인 신인상, 탐미문학상, 새한국문학상 수상. 저서: 시집 6권, 소설집 2권, 수필집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