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이야기
신광수
복권 이야기만 나오면 왜 그렇게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설레는 것만은 사실이다.
온통 신문과 뉴스에서 몇 주째 1등이 나오지 않는다고 몇백억이라고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0의 숫자가 길게 나온다.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그 숫자를 보면 “오메, 이게 진짜 일확천금이네”. 머릿속이 쭈뼛쭈뼛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스치는 생각이지만 자꾸만 Who knows?를 되새기며 사람 일을 누가 알아, 나에게도 혹시…. 돈벼락을 맞을지 아니면 하나님이 나에게 행운의 천사를 보내주실까? 내가 평생을 얼마나 아침저녁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며 살아왔는데…오늘따라 오기가 아닌 배짱이 발동한다. 옆에 앉은 아내는 코웃음 지으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고 손사래를 친다.
미국생활 40여 년을 열심히 일하고 자식 키우고 공부시키며 욕심 없이 살아왔는데 이 나이에 돈 욕심이라니 빈 웃음만 나온다. 그러다 슬퍼진다. 욕심이라기보다 그저 인간으로서 요행을 바라는 나약함이 아닐까 싶어서다. 그런데 교회에서도 우리 구역의 젊은 집사님이 한국 친구한테도 복권 몇 장 사서 사진 찍어 번호를 보내주었다고 기분 좋게 웃고 야단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뉴욕 복권금액이 연일 뉴스에도 나온다고 한다.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물질만능주의와 모든 것을 한방에 처리해 버리자는 삶의 방식이 만연한 것은 오래된 것 같다. 또 있다. 몇 년 전 친구가 한국에서 놀러 왔다. 아침부터 서울로 전화하고 온통 주식 사이트에 정신이 팔려 잘 다니던 공무원 출신이다. 직장도 휴직하고는 재수가 좋았는지 돈을 엄청 벌어 여행만 다니던 친구였는데, 그 후 주식이 떨어져 종잇조각이 되자 손해를 보고 지금은 정신 차리고 다시 복직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렇다. 세상은 노력이 아닌 우연한 행운을 찾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를수록 세상은 흉흉해진다. 우리 때만 해도 힘들여 땀 흘려 일하고 한 푼 두 푼 저축하며 늘어가는 목돈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온 한평생인데.
주유소 앞길이 차들로 즐비하다. 오늘도 각 나라가 대표하는 차들이 기름 넣는 쪽은 한가한데 복권 파는 편의점의 줄은 상당히 길지만 나도 당당히 일렬로 섰다. 모두가 생각해 둔 숫자 찍기를 한 복권종이를 손에 든 채 행운의 여신이 한 번이라도 좋으니…와주길 간절히 바라는 눈치이다. 오늘 밤 10시가 축복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어떤 이들은 미리 체념의 얼굴을 보이기도 한다. 어느새 내 뒤에도 여러 명이 더 서 있다. 복권과 당첨금 그리고 황당한 불순한 욕심에 허허롭고 계면쩍은 마음이 불쑥 든다. 그러면서도 내 차례가 되자 1장만 사려고 했는데, 10장을 샀다. 처음에는 재미로 1장을 사려다가 도전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확 바꿨다. “누가 알랴? 어디 도둑질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안 되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맨땅에 번갯불 콩 볶아 먹을 수 있는 행운의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자신 스스로 기도하며 간절해지는 이 복잡해지는 마음은 참 알 수가 없다.
차 안에서 빨리 오라고 아내가 손짓한다. 복권을 넣은 주머니가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1등, 아니 3등만 되어 좋겠다며 주머니에 현금이 든 것처럼 기분이 두둑해진다.
약력:
1955년 강원 강릉출생
한국문협 미주지회 시 등단
한국문협 미주지회 회원
뉴욕 스카스데일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