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정순옥
생명의 기운이다. 새싹을 보고 있으면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 신비롭고 신선한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창조주의 위대하심을 찬양하며 연둣빛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꽃과 풀과 나무를 보고 있으니 문득 나의 가슴에서도 새싹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대부분의 새싹들은 봄에 돋아나는데 겨울이라고 불리는 은퇴 후의 나의 가슴에서도 새싹이 돋아남을 느끼니 행복한 생각이 든다. 나는 새로운 꿈과 비전을 품고서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들과 살고 있다.
식물과 나무들이 온 힘을 다하여 틔운 여린 새싹에서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 이 세상에는 씨에서 발아된 새싹도 있지만 잘려진 통나무에서 돋아난 새싹도 있다.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면 나는 이미 겨울에 들어선 사람이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놀 때가 많음은 어쩔 수 없다. 얼굴 주름살은 깊어지고 행동은 허둥댄다. 몸의 지체들은 이곳저곳 삐걱거린다. 어느 곳 하나 튼튼한 곳이 없고 아프고 부자연스럽기에 검사실과 약국을 수시로 드나든다. 그런데도 나의 마음은 은퇴 후 삶에 대한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인생을 정리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남은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롭게 돋아난 새싹속에서 살고 있다.
새싹은 맑고 따스한 자리에서 움을 틔워 죽음에서 생명으로 탄생된다. 그리고 쉬지 않는 생명력으로 자라난다. 새싹이 탄생됨은 어떤 도움이 있었기에 탄생된 것이다. 무거운 흙덩이를 머리에 이고 땅속에서 올라오는 새싹은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어딘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창조주의 손길이리라. 귀여운 새싹의 연두색갈은 마음을 순하고 차분하게 한다. 여리고 앙증스런 새싹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랑스런 연민으로 흡수한다. 새싹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감상케 한다. 새싹은 사람의 마음을 가깝게 끌어당기는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싹은 앞날의 삶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갖게 한다. 나는 새싹이라는 언어를 생각만해도 생명의 기운이 솟아나곤 한다.
새싹은 주로 봄에 많이 볼 수 있다. 산천초목들이 봄비를 맞으며 발아시킨 씨앗을 틔워 새싹이 돋게 한다. 사시사철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도 식물의 종류에 따라서 싹은 돋는다. 여기엔 반드시 따스한 햇살이 있어야만 한다. 함박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 방에서 기르는 콩나물도 방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아야만 씨를 발아시켜 새싹이 돋아난다. 햇빛은 어느 누구도 만들 수도 줄 수도 없는 것으로 전능자의 선물이다. 은퇴후에 내 가슴속에서 돋아나는 새싹도 분명히 전능자의 선물이기에 잘 자랄 수 있도록 은혜 베풀어 주실 것을 믿는다. 생명의 기운을 품은 새싹은 내 삶을 더욱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한다. 나는 내 가슴속에서 꿈과 비전을 품고 연둣빛으로 돋아나는 수많은 새싹들을 바라본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새싹들이 돋아나는 싱싱하고 희망찬 삶의 소리를 듣는 게 기쁘다.
사람들은 나보고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한 일들을 하라고 권한다. 글쎄다~. 누군가 말했듯이 무엇을 하든지 경제적인 문제가 따르니 아무리 꿈과 비전이 있다해도 할 수가 없음은 사실이지만 꿈만은 품고 산다. 은퇴후의 삶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명예 돈 자식 등 수많은 욕심에서 헤어나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지 않는가! 모든 생활이 단순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이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자기의 원대로 이루어 지지 않음을 안다.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조용히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즐겁게 살고 싶다. 내 눈엔 비록 보이지 않아도 새 길을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말이다.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자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꿈과 비전을 품은 새싹이 내 가슴속에서 돋아나는 느낌만으로도 나는 생명의 기운을 얻어 좋다.
싱그러운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에 머물러 내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 싶다. 연두색은 희망을 준다. 연두색을 좋아하는 은퇴후의 나의 삶이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 나이테 많고 잘려진 통나무에서도 새싹이 돋듯이 나의 남은 인생도 언제나 사랑스런 새싹이 돋아나길 소망한다. 비바람이 불고 거친 눈보라가 몰아쳐도 맑고 따스한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새싹은 돋아난다. 언제나 따스한 햇살을 받을 수 있도록 은혜를 사모하며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이다. 육체는 어쩔 수 없이 순리에 따라 은퇴생활에 들어갔지만 영혼은 새싹처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갈수록 무디어 가는 세포들과 감성을 자극시켜 생명의 기운을 만들어 언제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리라. 나는 이 시간 내 가슴속에 새롭게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들과 생활하고 있으니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 가슴속에서 새로운 새싹들이 수없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나의 은퇴후의 삶은 언제나 꿈과 비전을 품은 싱싱한 새싹이 돋아나는 아름다운 순간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생명의 기운인 연둣빛 새싹들과 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