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틀밭틀길, 고샅, 고샅길, 고샅고샅, 숫눈길, 샅
길을 묘사한 말 몇 가지를 꺼내본다. 대부분은 농촌이나 소읍을 배경으로나 쓸 수 있는 말들이어서 실제로 활용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논틀밭틀-길[발음 : 논틀받틀낄]
명사 /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따라 난 좁은 길. [비슷한 말] 논틀밭틀.
논틀밭틀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간신히 집에 닿을 수 있었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논틀밭틀길’이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그 길들. 구불구불 휘어진 논둑을, 혹은 밭둑을 따라 걷던 기억과, 그 길의 모습은 여전히 눈에 선하다.
고-샅1[발음 : 고삳]
활용 : 고샅이[고사치], 고샅을[고사틀], 고샅만[고산만]
명사 / 1.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또는 골목 사이. [비슷한 말] 고샅길.
마을 고샅으로 접어드는 길
권대길과 대불이는…큰길을 빠져나가 어둠이 가득 괸 좁장한 고샅으로 휘어들었다. 출처 : 문순태, 타오르는 강
마을 전체가 마치 깊고 아득한 겨울잠에 빠져 있는 한 마리 커다란 짐승 같다. 대낮에도 회관 앞 빈터나 고샅에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출처 : 송기원, 월문리에서
오뉴월의 햇볕이며 권태이다. 수캐는 눈이 부셔 벌떡 일어난다. 고샅이나 남새밭을 어슬렁거려 볼 참이다. 출처 : 김원우, 짐승의 시간
왜인들은 태연하게 으쓱이며 갯가뿐만 아니라 여항(閭巷)의 고샅까지 들어와 활보를 했다. 출처 : 유현종, 들불
툭하면 여자가 벌거벗고 동네 고샅을 내닫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가 어린애라는 의견들이었다. 출처 : 윤흥길,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
2 . 좁은 골짜기의 사이.
깊은 고샅.
3 . ‘사타구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고샅에 뭔가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딸아이는 한참 자기의 고샅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제 오빠의 고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원 : ←골+샅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고샅은 비교적 많이 쓰는 말이다. 고샅길이라고 하면 ‘역전앞’이 될 텐데 의외로 표준어로 올라와 있다. 고샅을 겹쳐서 부사로 만든 말이 있다는 것도 잘 알지 못했다.
고샅-고샅[발음 : 고삳꼬삳]
부사 / 1 .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마다.
월부 밥솥 들여놓으라고 고샅고샅 외치고 다니던 그 입으로 계속 허풍을 떨어 대고 있었다. 출처 : 윤흥길, 완장
2 . 좁은 골짜기의 사이마다.
관련 규범 해설
‘지붕을 이을 때 쓰는 새끼’를 ‘고삿’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의 원래 형태는 ‘고샅’이다. ‘고샅’은 ‘좁은 골목이나 길’의 의미도 가지는데, 후자의 의미로는 어원을 살린 ‘고샅고샅’이라는 형태가 널리 쓰이므로 이를 표준어로 삼는다.
관련조항 : 표준어 규정 2장 1절 5항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고샅’는 고와 샅이 합쳐진 말이고, ‘고’는 골짜기의 ‘골’에서 받침이 탈락한 것이다. ‘샅은 무엇일까?
샅1[발음 : 삳]
활용 : 샅이[사치], 샅을[사틀], 샅만[산만]
명사 / 1 . 두 다리의 사이. [비슷한 말] 고간2(股間).
샅 밑은 익을 대로 익은 홍시 감이 됐는지 얼얼하기만 할 뿐 별로 뜨거운 것을 모르겠다. 출처 : 유현종, 들불
샅에서 요령 소리가 나고 궁둥짝에서 비파 소리가 나게끔 달려오는 동안에…. 출처 : 윤흥길, 완장
2 . 두 물건의 틈.
3 . <의학> 앞쪽 두덩 결합, 양쪽 옆은 앉았을 때 바닥에 닿는 뼈의 부분인 궁둥뼈 결절, 뒤쪽 꼬리뼈의 끝 등 네 곳을 연결하여 이루어진 다리 사이 아래쪽의 마름모꼴 공간. [비슷한 말] 회음3.
관련 규범 해설
‘샅’의 의미로 ‘부샅’을 쓰는 경우가 있으나 ‘샅’만 표준어로 삼는다.
관련조항 : 표준어 규정 3장 4절 25항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어떤 설명이 건 ‘둘 사이의 빈 공간’을 의미한다.
숫눈-길[발음 : 순눈낄]
명사 / 1 . 눈이 와서 쌓인 뒤에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발자국이 나 있지 않은 숫눈길을 걸어가다 보면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2 . [북한어] 아무도 걸어 보지 않은 생소한 길.
혁명의 숫눈길을 걷다. 출처 : 조선말 대사전(1992)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숫눈길’이란 낱말 자체는 잘 모르지만 이러한 상황은 누구나 선망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농촌이나 소읍의 이야기다. 도시에서는, 더구나 차를 몰거나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은 그 자체로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되어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