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핫핑크돌핀스는 대만(타이완)의 분홍돌고래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돌고래 보호 운동단체 핫핑크돌핀스 활동을 하다 보면 단체 이름을 어떤 연유로 '핫핑크돌핀스'로 지었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혹시 대만이나 아마존 유역에 서식하는 분홍돌고래와 무슨 관련이 있냐는 묻기도 합니다. 애초에 핫핑크돌핀스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사실 저희 활동가들이 진분홍(핫핑크) 색을 좋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국의 핫핑크돌핀스가 진짜로 대만의 분홍돌고래를 찾아 나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제주도에만 백여 마리 남아 있는 남방큰돌고래가 있고, 대만에도 역시 개체 수가 백 마리 가량 남은 분홍돌고래가 있으니 서로 연결이 됩니다.
마침 저희가 참여하고 있는 '평화의 바다를 위한 섬들의 연대' 한국위원회에서 대만을 방문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번 방문에서 대만 돌고래 보호단체들과 공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간담회를 갖는 등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신비감 자아내는 분홍돌고래
분홍돌고래는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적은 개체 수에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돌고래이기도 합니다. 흔히 아시아에서 분홍돌고래라고 불리는 돌고래의 정식 명칭인 '중국흰돌고래(中華白海豚)'는 학명이 'Sousa chinensis'이며, 영어로는 'Indo-Pacific Humpback Dolphin'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남방혹등돌고래 또는 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 등이 되지만 보통 '중국 분홍돌고래'로 부릅니다. 중국해역에서는 홍콩 앞바다와 대만 서해안에 매우 적은 개체 수가 남아 있습니다. 홍콩 앞바다에 약 50마리 정도, 대만 서해안에 약 100마리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밖에 아마존 강 유역에 사는 아마존분홍돌고래가 있습니다. 아마존강돌고래라고도 하며 '보토(boto)'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먼저 가까운 곳에 서식하는 아시아 분홍돌고래를 만나고자 대만으로 향했습니다.
대만 분홍돌고래는 어릴 때는 온몸이 짙은 회색이다가 청소년기에 접어 들며 몸이 변색되어 색이 빠지면서 푸른 회색의 반점들이 나타나고, 이어서 완전히 나이가 들면 온몸이 분홍색이 됩니다. 돌고래 중에서는 몸집이 작은 편으로서 대개 유아기에 몸길이가 약 100cm이며, 성체가 되면 280cm가 됩니다. 이는 제주도에 분포하는 남방큰돌고래(90~270cm)와 거의 유사한 크기입니다. 한국 서해안과 남해안에만 사는 가장 작은 크기의 돌고래인 상괭이의 경우 성체가 되어도 약 170cm 정도입니다.
홍콩과 대만의 분홍돌고래에 구분이 없이 모두 통틀어서 중국흰돌고래(또는 중국 분홍돌고래)로 부르고 있으나, 대만 현지에서는 홍콩 분홍돌고래와 대만 분홍돌고래 사이에 교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으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즉, 중국흰돌고래의 아종으로 홍콩 연안과 대만 연안에 사는 분홍돌고래를 나누자는 제안입니다.
분홍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와 마찬가지로 연안종으로서,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제주 연안에서 500미터~1.5km 떨어진 곳에서 연중 살아간다면, 대만분홍돌고래는 대만 서해안 연안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연중 살아간다고 합니다. 역시 비슷한 습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만과 홍콩의 분홍돌고래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는데, 깊은 대만해협을 넘어 서로 교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서 지내왔기에 아마도 다른 생태적,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게 대만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제주남방큰돌고래 역시 개체수가 100여 마리 정도로 추정됩니다. 제주도가 다른 깊은 해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무리의 남방큰돌고래들과 오랜 시간 떨어진 채 독자적인 생활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독특한 행태와 습성, 문화 등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대만분홍돌고래 역시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보다 큰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고립된 채 자신들만의 소규모 집단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 온 대만의 분홍돌고래들에 대해 현재 과학자들이 이들만의 독특한 습성과 개체수, 분포도, 몸색깔, 유전자 등을 연구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분홍돌고래는 '마조의 물고기'라고 불렸을까
대만에서는 분홍돌고래를 일반적으로 '바이하이툰(白海豚)' 또는 '마조의 물고기'라는 뜻으로 '마쭈위(媽祖魚)'로 부릅니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분홍돌고래가 이런 애칭을 얻게 되었을까요?
마조(媽祖)는 지금으로부터 약 1천년 전 중국 송대 푸젠성 지방의 한 여인이었는데, 신통한 능력을 인정받아 이후 '바다의 여신'으로 신격화된 실존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복건, 절강, 광동 등지와 대만에서는 마조할망을 옥황상제에 버금가는 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제주도로 치자면 설문대할망을 떠받드는 것과 닮았더군요.
바다와 인접한 중국 동남부와 대만에서는 태풍을 잠재우고, 어부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풍어를 바라던 사람들의 소망 덕분에 특히 바다의 여신이 중요했겠지요. 대만에는 많은 곳에 도교사원이 세워져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대만인들이 마조를 모시며 기도하고 재물을 바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특히 지리적으로 중국 대륙과 가까워 일찍부터 대륙과 교류하던 항구가 있었던 대만의 창화시 루강(鹿港)에 있는 오래된 사원 티엔허우궁(天后宮)에 가면 마조할망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일년내내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사원으로, 대만 도교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분홍돌고래를 마조의 물고기라는 뜻의 마쭈위라고 널리 부르게 된 것은 그만큼 대만에서 분홍돌고래가 오래 전부터 신비의 동물로 알려져 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과 대만을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합니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1년 중 9개월은 물살이 세고 바다가 거칠어서 분홍돌고래들을 관찰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음력 3월이 지나면 바다가 잔잔해지고, 비로소 분홍돌고래를 관찰하기 좋은 계절이 시작됩니다. 바다의 여신 마조의 생일 역시 음력 3월 23일인데, 마침 이 시기에 대만해협의 물살이 잔잔해지고 바다에 분홍돌고래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부터 이 분홍돌고래들을 '마조어'라고 부르게 되었다니 참 흥미롭습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에 얽힌 많은 전설과 해녀들의 경험담이 있듯 대만인들 사이에서도 분홍돌고래에 대한 많은 경험담과 목격담, 전설이 전해집니다. 주로 물에 빠진 사람을 분홍돌고래가 구해주었다거나, 배가 침몰하기 전에 분홍돌고래가 나타나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등의 설화가 많습니다.
생태적으로 보자면 분홍돌고래는 대만해협에서는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분홍돌고래의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곳 해양생태계가 잘 유지된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홍돌고래는 바다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현지 어부들에 의하면 낚시를 하고 있을 때 분홍돌고래는 한달에 한 번 정도 눈에 띈다고 합니다. 지역민들은 물론 오래 전부터 분홍돌고래들을 보아 왔지만, 과학자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대만 분홍돌고래가 처음 발견되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입니다.
타이중과 창화시를 나누며 서해안으로 흘러가는 다두강(大肚溪) 유역이 처음 과학자들에 의해 목격된 곳입니다. 이곳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먹이가 풍부하여 연안 가까이 분홍돌고래들이 먹이활동을 하러 다가오기 때문에 망원경을 가져다 볼 필요도 없이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타이중 지역에서 2007년까지 조사를 통해 50마리의 개체들을 식별해 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가로횡단면 조사기법을 통해 약 99마리 정도가 대만 서해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정밀한 기법인 사진 판독을 통해 이보다 훨씬 적은 개체 수가 남은 것으로 대만 학자와 환경활동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대만 분홍돌고래들을 지키기 위하여 타이완생태학회, 타이완지속가능연맹, 타이완환경보호연맹, 타이완생태협회, 윈린현야생조류학회, 창화환경보호연맹, 포르모사고래보육연구소조 등 7개 민간단체들이 2007년 1월에 긴급 결성한 것이 바로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臺灣媽祖魚保育聯盟. Matsu fish Conservation Union, MFCU)입니다.
이들은 결성 이후 지금까지 과도한 어업행위와 자망과 저인망 등 분홍돌고래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어구의 사용을 제한하자고 주장합니다. 대만 서해안에 들어서려는 각종 석유화학기업 공장 건설 저지운동, 대만 갯벌 지키기 운동, 해상에 세워지는 풍력발전에 의한 분홍돌고래 서식처 파괴 저지와 감시 활동, 오염물질의 바다 배출을 막고 수질을 보호하는 활동 등도 벌여오고 있습니다.
대만 서해안의 중심부인 타이중과 창화시를 나누는 다두강 하구는 바다에 접하며 드넓은 한바오습지(漢寶濕地)를 형성합니다. 이 넓은 유역 한쪽에 타이중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으며, 공장지대가 있어서 분홍돌고래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됩니다. 원래 많았던 돌고래 개체수가 백 마리 이하로 감소하게 된 원인이 해양생태계 오염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창화시와 윈린현을 나누며 흐르는 대만 최대의 강 쭈어수이강(濁水溪)은 그 하구에 드넓은 따청(大城)습지와 쭈어수이 하구습지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한반도 서해안에 잘 발달되어 있는 새만금갯벌을 연상시킬 정도로 넓은 갯벌입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가 약 5km에 이르며, 대만 서해안 중앙에 형성되어 있어, 많은 도요새들을 비롯해 갯벌생태계가 잘 살아 있습니다. 이곳에 바닷물이 차오르면 그 위로 분홍돌고래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습지의 남쪽 지대에는 대만의 대표적인 석유화학기업인 포르모사플라스틱(Formosa Plastics)이 엄청난 매립 공사를 진행한 끝에 대규모 공장지대를 세웠습니다. 자고로 갯벌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빈 땅을 왜 놀리냐며 갯벌과 습지를 매립해 공장시설 등을 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염정화와 생태계 유지 등을 담당하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경제적으로 큰 이익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이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시설을 세워 개발하고자 하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새만금 갯벌을 죽인 것이죠.
대만에서도 이와 같은 논란이 벌어져 2010년 내내 환경단체와 개발업자 사이에 논쟁이 증폭됩니다. 따청 습지의 남아 있는 광활한 북쪽 지대를 매립해 석유화학공단을 세워야 한다는 쪽과 창화환경보호연맹과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 등을 중심으로 한 여러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진 끝에 가까스로 이 갯벌 매립계획은 철회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쭈어수이강 하구 북쪽 지대는 갯벌이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이 지역은 분홍돌고래들이 살아가는 구역으로 보다 절실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만의 서해안에 기대어 오랜기간 인간과 함께 바다에서 공존해온 분홍돌고래들이 이제 겨우 백 마리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국의 핫핑크돌핀스가 진짜로 대만의 분홍돌고래를 찾아 나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제주도에만 백여 마리 남아 있는 남방큰돌고래가 있고, 대만에도 역시 개체 수가 백 마리 가량 남은 분홍돌고래가 있으니 서로 연결이 됩니다.
마침 저희가 참여하고 있는 '평화의 바다를 위한 섬들의 연대' 한국위원회에서 대만을 방문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번 방문에서 대만 돌고래 보호단체들과 공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간담회를 갖는 등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 대만 분홍돌고래 서식지 개념도 중국 대륙과 마주한 대만해협이 있는 대만의 서해안 연안이 분홍돌고래들의 서식지입니다. 분홍색 지역은 분홍돌고래가 발견된 곳이고, 노란색 지역은 확장된 곳으로 아마도 이곳까지 분홍돌고래들이 출몰하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 |
ⓒ 핫핑크돌핀스 |
신비감 자아내는 분홍돌고래
분홍돌고래는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적은 개체 수에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돌고래이기도 합니다. 흔히 아시아에서 분홍돌고래라고 불리는 돌고래의 정식 명칭인 '중국흰돌고래(中華白海豚)'는 학명이 'Sousa chinensis'이며, 영어로는 'Indo-Pacific Humpback Dolphin'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남방혹등돌고래 또는 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 등이 되지만 보통 '중국 분홍돌고래'로 부릅니다. 중국해역에서는 홍콩 앞바다와 대만 서해안에 매우 적은 개체 수가 남아 있습니다. 홍콩 앞바다에 약 50마리 정도, 대만 서해안에 약 100마리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멸종위기 대만 분홍돌고래 대만에서 분홍돌고래 보호운동을 펼치는 시민환경단체 연합체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台灣?祖魚保育聯盟) 에서 공개한 분홍돌고래 사진입니다. | |
ⓒ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 |
이밖에 아마존 강 유역에 사는 아마존분홍돌고래가 있습니다. 아마존강돌고래라고도 하며 '보토(boto)'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먼저 가까운 곳에 서식하는 아시아 분홍돌고래를 만나고자 대만으로 향했습니다.
대만 분홍돌고래는 어릴 때는 온몸이 짙은 회색이다가 청소년기에 접어 들며 몸이 변색되어 색이 빠지면서 푸른 회색의 반점들이 나타나고, 이어서 완전히 나이가 들면 온몸이 분홍색이 됩니다. 돌고래 중에서는 몸집이 작은 편으로서 대개 유아기에 몸길이가 약 100cm이며, 성체가 되면 280cm가 됩니다. 이는 제주도에 분포하는 남방큰돌고래(90~270cm)와 거의 유사한 크기입니다. 한국 서해안과 남해안에만 사는 가장 작은 크기의 돌고래인 상괭이의 경우 성체가 되어도 약 170cm 정도입니다.
홍콩과 대만의 분홍돌고래에 구분이 없이 모두 통틀어서 중국흰돌고래(또는 중국 분홍돌고래)로 부르고 있으나, 대만 현지에서는 홍콩 분홍돌고래와 대만 분홍돌고래 사이에 교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으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즉, 중국흰돌고래의 아종으로 홍콩 연안과 대만 연안에 사는 분홍돌고래를 나누자는 제안입니다.
분홍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와 마찬가지로 연안종으로서,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제주 연안에서 500미터~1.5km 떨어진 곳에서 연중 살아간다면, 대만분홍돌고래는 대만 서해안 연안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연중 살아간다고 합니다. 역시 비슷한 습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만과 홍콩의 분홍돌고래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는데, 깊은 대만해협을 넘어 서로 교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서 지내왔기에 아마도 다른 생태적,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게 대만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제주남방큰돌고래 역시 개체수가 100여 마리 정도로 추정됩니다. 제주도가 다른 깊은 해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무리의 남방큰돌고래들과 오랜 시간 떨어진 채 독자적인 생활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독특한 행태와 습성, 문화 등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대만분홍돌고래 역시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보다 큰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고립된 채 자신들만의 소규모 집단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 온 대만의 분홍돌고래들에 대해 현재 과학자들이 이들만의 독특한 습성과 개체수, 분포도, 몸색깔, 유전자 등을 연구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 어미와 새끼 분홍돌고래가 함께 헤엄치는 모습 대만 서해안에 거주하는 분홍돌고래들 역시 집단생활을 합니다. 이들은 유년기에 짙은 회색을 띄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색깔이 빠지고, 청년기를 지나 노년기가 되면 비로소 분홍색의 피부가 드러납니다. | |
ⓒ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 |
왜 분홍돌고래는 '마조의 물고기'라고 불렸을까
대만에서는 분홍돌고래를 일반적으로 '바이하이툰(白海豚)' 또는 '마조의 물고기'라는 뜻으로 '마쭈위(媽祖魚)'로 부릅니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분홍돌고래가 이런 애칭을 얻게 되었을까요?
마조(媽祖)는 지금으로부터 약 1천년 전 중국 송대 푸젠성 지방의 한 여인이었는데, 신통한 능력을 인정받아 이후 '바다의 여신'으로 신격화된 실존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복건, 절강, 광동 등지와 대만에서는 마조할망을 옥황상제에 버금가는 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제주도로 치자면 설문대할망을 떠받드는 것과 닮았더군요.
바다와 인접한 중국 동남부와 대만에서는 태풍을 잠재우고, 어부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풍어를 바라던 사람들의 소망 덕분에 특히 바다의 여신이 중요했겠지요. 대만에는 많은 곳에 도교사원이 세워져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대만인들이 마조를 모시며 기도하고 재물을 바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특히 지리적으로 중국 대륙과 가까워 일찍부터 대륙과 교류하던 항구가 있었던 대만의 창화시 루강(鹿港)에 있는 오래된 사원 티엔허우궁(天后宮)에 가면 마조할망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일년내내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사원으로, 대만 도교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루강 티엔호우궁에 모셔진 마조할망 중국 송대에 태어나 신통한 능력을 발휘해 이후 바다의 여신으로 신격화된 마조할망의 모습. 대만 창화시의 구시가지 루강에 있는 사원 티엔호우궁에 모셔져 있다. | |
ⓒ 티엔호우궁 홈페이지 |
이렇듯 분홍돌고래를 마조의 물고기라는 뜻의 마쭈위라고 널리 부르게 된 것은 그만큼 대만에서 분홍돌고래가 오래 전부터 신비의 동물로 알려져 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과 대만을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합니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1년 중 9개월은 물살이 세고 바다가 거칠어서 분홍돌고래들을 관찰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음력 3월이 지나면 바다가 잔잔해지고, 비로소 분홍돌고래를 관찰하기 좋은 계절이 시작됩니다. 바다의 여신 마조의 생일 역시 음력 3월 23일인데, 마침 이 시기에 대만해협의 물살이 잔잔해지고 바다에 분홍돌고래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부터 이 분홍돌고래들을 '마조어'라고 부르게 되었다니 참 흥미롭습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에 얽힌 많은 전설과 해녀들의 경험담이 있듯 대만인들 사이에서도 분홍돌고래에 대한 많은 경험담과 목격담, 전설이 전해집니다. 주로 물에 빠진 사람을 분홍돌고래가 구해주었다거나, 배가 침몰하기 전에 분홍돌고래가 나타나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등의 설화가 많습니다.
생태적으로 보자면 분홍돌고래는 대만해협에서는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분홍돌고래의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곳 해양생태계가 잘 유지된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홍돌고래는 바다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현지 어부들에 의하면 낚시를 하고 있을 때 분홍돌고래는 한달에 한 번 정도 눈에 띈다고 합니다. 지역민들은 물론 오래 전부터 분홍돌고래들을 보아 왔지만, 과학자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대만 분홍돌고래가 처음 발견되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입니다.
타이중과 창화시를 나누며 서해안으로 흘러가는 다두강(大肚溪) 유역이 처음 과학자들에 의해 목격된 곳입니다. 이곳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먹이가 풍부하여 연안 가까이 분홍돌고래들이 먹이활동을 하러 다가오기 때문에 망원경을 가져다 볼 필요도 없이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타이중 지역에서 2007년까지 조사를 통해 50마리의 개체들을 식별해 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가로횡단면 조사기법을 통해 약 99마리 정도가 대만 서해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정밀한 기법인 사진 판독을 통해 이보다 훨씬 적은 개체 수가 남은 것으로 대만 학자와 환경활동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 대만 분홍돌고래 서식처 관찰조사 중 핫핑크돌핀스와 대만 환경활동가들이 분홍돌고래가 사는 타이중시와 창화시 일대를 돌며 생태조사를 벌였습니다 | |
ⓒ 핫핑크돌핀스 |
대만 분홍돌고래들을 지키기 위하여 타이완생태학회, 타이완지속가능연맹, 타이완환경보호연맹, 타이완생태협회, 윈린현야생조류학회, 창화환경보호연맹, 포르모사고래보육연구소조 등 7개 민간단체들이 2007년 1월에 긴급 결성한 것이 바로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臺灣媽祖魚保育聯盟. Matsu fish Conservation Union, MFCU)입니다.
이들은 결성 이후 지금까지 과도한 어업행위와 자망과 저인망 등 분홍돌고래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어구의 사용을 제한하자고 주장합니다. 대만 서해안에 들어서려는 각종 석유화학기업 공장 건설 저지운동, 대만 갯벌 지키기 운동, 해상에 세워지는 풍력발전에 의한 분홍돌고래 서식처 파괴 저지와 감시 활동, 오염물질의 바다 배출을 막고 수질을 보호하는 활동 등도 벌여오고 있습니다.
대만 서해안의 중심부인 타이중과 창화시를 나누는 다두강 하구는 바다에 접하며 드넓은 한바오습지(漢寶濕地)를 형성합니다. 이 넓은 유역 한쪽에 타이중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으며, 공장지대가 있어서 분홍돌고래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됩니다. 원래 많았던 돌고래 개체수가 백 마리 이하로 감소하게 된 원인이 해양생태계 오염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창화시와 윈린현을 나누며 흐르는 대만 최대의 강 쭈어수이강(濁水溪)은 그 하구에 드넓은 따청(大城)습지와 쭈어수이 하구습지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한반도 서해안에 잘 발달되어 있는 새만금갯벌을 연상시킬 정도로 넓은 갯벌입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가 약 5km에 이르며, 대만 서해안 중앙에 형성되어 있어, 많은 도요새들을 비롯해 갯벌생태계가 잘 살아 있습니다. 이곳에 바닷물이 차오르면 그 위로 분홍돌고래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합니다.
▲ 분홍돌고래에 대해 설명하는 대만의 환경활동가 대만 분홍돌고래와 해양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온 창화환경보호연맹의 차이쟈양 이사장과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의 지앤지에위 활동가. | |
ⓒ 핫핑크돌핀스 |
하지만 이 습지의 남쪽 지대에는 대만의 대표적인 석유화학기업인 포르모사플라스틱(Formosa Plastics)이 엄청난 매립 공사를 진행한 끝에 대규모 공장지대를 세웠습니다. 자고로 갯벌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빈 땅을 왜 놀리냐며 갯벌과 습지를 매립해 공장시설 등을 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염정화와 생태계 유지 등을 담당하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경제적으로 큰 이익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이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시설을 세워 개발하고자 하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새만금 갯벌을 죽인 것이죠.
대만에서도 이와 같은 논란이 벌어져 2010년 내내 환경단체와 개발업자 사이에 논쟁이 증폭됩니다. 따청 습지의 남아 있는 광활한 북쪽 지대를 매립해 석유화학공단을 세워야 한다는 쪽과 창화환경보호연맹과 대만분홍돌고래보호연맹 등을 중심으로 한 여러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진 끝에 가까스로 이 갯벌 매립계획은 철회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쭈어수이강 하구 북쪽 지대는 갯벌이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이 지역은 분홍돌고래들이 살아가는 구역으로 보다 절실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만의 서해안에 기대어 오랜기간 인간과 함께 바다에서 공존해온 분홍돌고래들이 이제 겨우 백 마리 남아 있습니다.
▲ 핫핑크돌핀스와 대만 분홍돌고래 보호활동가 대만 서해안에 발달된 넓은 따청 습지에서 분홍돌고래와 해양생태계 답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핫핑크돌핀스와 대만 환경활동가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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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은 늘 인조의 색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돌고래 또한 분홍을 띈 종이 있네요.
놀라운 창조주의 솜씨에 그저 매번 감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