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된소리(쌍자음)가 받침에 올 때

조회 수 13042 추천 수 3 2015.03.21 18:07:07

닦아서 '닦달', 볶았으니 '떡볶이'

 된소리(쌍자음)가 받침에 올 때

  
JTBC '비정상회담' 16회에는 캐나다인 기욤이 '짜' 발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의 된소리(이하 쌍자음, '쌍자음'은 공식적인 표현은 아닙니다만 쉬운 이해를 위해 사용했습니다)는 ㄱ, ㄷ, ㅂ, ㅅ, ㅈ과 구별하기 어려운 소리인데요. 우리에겐 어떨까요?

"가세요"와 "까세요", 다르게 느껴지시죠. 하지만 우리말 자음은 받침에 올 경우 제소리를 다 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받' '밭' 밧'은 이 자체로는 소리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쌍자음이 받침에 올 때도 맞춤법이 어려워집니다. "석"과 "섞", 구별이 되시나요?

다음 사진은 몇 년 전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 있었던 '□기도'입니다. '뜬금없이 모든 걸 꺾어버린다'던 이 코너 이름의 첫 글자는 무엇일까요?

닦아서 '닦달', 볶았으니 '떡볶이'
/사진=개그콘서트 '꺾기도'의 한 장면(KBS 방송화면 갈무리)
글자를 맞게 쓰려면 '~어(아)'로 활용시켜 발음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꺼거] 아닌 [꺼'꺼']버린다고 발음을 하므로 첫 글자의 받침은 쌍기역 '꺾'이 맞습니다. ㄱ자가 4개가 보여 어색해서인지 잘 틀리는 낱말입니다. '깎아' 역시 [까가] 아닌 [까까]로 발음하므로 ㄲ 받침을 씁니다.

인기 간식거리 떡볶이는 떡을 볶아서[보까서] 만든 것이므로 '볶'이 맞고, 물고기를 잡는 것은 낚아[나까]보려는 것이므로 '낚'시가 맞습니다. 이 밖에 ㄲ 받침이 들어가는 단어는 겪다, 닦다, 묶다, 섞다, 솎다, 엮다 등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아)'로 바꿔 발음하면 정확히 글쓰는데 도움이 됩니다.

쌍기역 받침이 들어간 말 중에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것들도 있는데요.

문서 작업을 할 때 쓰는 기호인 [, ] 등은 흔히 '꺾쇠'라고 하는데요. 이는 '꺾'어서 꼬부린 '쇠'막대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모양 비슷한 기호에 그대로 쓰였습니다. 마치 @를 골뱅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남을 윽박질러 혼낸다는 뜻으로 쓰는 [닥딸하다]는 닥달(×)이 아닌 '닦달'이 맞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닦다'의 설명 10번에는 뜻밖에 '휘몰아서 나무라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닦아서 '닦달', 볶았으니 '떡볶이'
(나눔글꼴을 썼습니다)
닦아서 '닦달', 볶았으니 '떡볶이'
'깎다'의 경우 ㄲ 받침까지는 잘 찾았는데 '깎이', '깎기'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먹는 대상이 '먹이', 먹는 행동이 '먹기'인 것처럼 손톱을 깎는 도구는 손톱'깎이', 깎는 행동은 '깎기'가 맞습니다.

그런데 쌍자음 받침은 ㄲ밖엔 없을까요. 지나간 것을 얘기할 때 우린 '~했다' 식으로 ㅆ 받침을 씁니다. 쌍시옷 받침은 과거형을 만들 때나 '있다'에 쓰입니다. 나머지 ㄸ, ㅃ, ㅉ은? 써도 문제가 되진 않지만, 그런 낱말은 현재 없습니다. 독창적인(?) 감탄사를 만드는데 쓸 수도 있겠지만 컴퓨터 자판으로는 쳐지지 않습니다.

이번 주 문제입니다. 다음 김치 이름 중 표기가 '바른 것' 1개는 무엇일까요? 쌍자음에 주의해서 보세요.
①깎두기
②갔김치
③섞박지
④오이소밖이

정답은, '③섞박지'입니다. 무, 배추, 오이와 여러 가지 고명을 넣은 김치인데요. '21세기 세종계획 한민족 언어정보화'에서는 이 낱말을 뒤'섞'은 다음 '박'아 담근 김치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①은 깍두기(무를 깍둑썰기로 모양내 담근 김치), ②갓김치, ④오이소박이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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