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뭐야~ 엄마 이제 왔어?” “어~ 좀 늦었어.” “뭐지? 이 느낌은. 엄마 목소리가 아빠 같아.”
요즘 초등학생인 아들은 말끝마다 “뭐야뭐야~” “뭐지? 이 느낌은”을 붙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일요일 밤에 보는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유행어인데요. 뭐가 그리 웃긴지 자기가 말해놓고도 깔깔대고 자지러지게 웃는 답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일기장에도 등장했습니다. “머야머야, 내가 먼저 빌리고 싶은 책이었는데 친구 OO가 꺼내서 가져가버렸다.” 당장이라도 “유행어는 일기에 쓰지 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일기엔 유행어 말고 느낌을 적도록 하자. 그리고 ‘머야머야’는 잘못된 말이야. ‘뭐야뭐야’가 맞아”라고 타이르는 선에 그쳤답니다.
/사진=국립국어원 트위터 캡처
그런데 며칠 전 국립국어원 트위터를 살펴보다 ‘머야머야’도 맞는 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9월 국립국어원이 “‘머’는 ‘뭐’를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로 표준어가 맞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머’는 1950년대 한글학회 사전부터 표준어로 인정받은 말이라고 합니다.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뭐: 대명사, 감탄사 ‘무어’의 준말
*머: 대명사, 감탄사 ‘뭐’를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
그렇다면 ‘이게 머라고요?’ ‘먼일이래요?’ ‘그게 먼데요?’ ‘그게 먼소리예요?’ 등등도 써도 된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니까 표준어로 지정했다는 건데요. 이 같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바로 ‘짜장면’인데요. 2011년 8월 당시 표준어와 표기 형태는 다르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도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로 ‘짜장면’(자장면) ‘택견’(태껸) ‘품새’(품세) 3개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머라고’가 맞다면 ‘머라구’는 안되는 걸까요? 이 역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인 데다 ‘싸다구’라고 광고하는 쇼핑몰이나 가요제목 ‘라구요’가 생각나서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또 있었나 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답변을 댓글로 달아놓았는데요.
/사진=국립국어원 트위터 캡처
어떤 말은 표준어가 되고 어떤 말은 안되고…. 구어적으로 많이 쓰이니까 표준어로 지정한다는 국립국어원의 기준이 뭔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아무리 언어가 사회를 반영한다지만,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이 원칙’이라는 한글맞춤법 조항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듭니다.
이번주 문제 나갑니다. 다음 중 틀린 문장은? ① 뭣모르고 저지른 일이야 ② 언니는 머 좋아해? ③ 머 어쩌고저쩌고? ④ 지금 가려고요
정답은 ①번. ‘까닭이나 영문, 내막 따위를 잘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는 ‘멋모르다’가 맞습니다. ‘뭣모르다’는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