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서 '잠굼' 해제라고요? '잠금' 해제죠!

 담그다/담구다 잠그다/잠구다 치르다/치루다

  
밀어서 '잠굼' 해제라고요? '잠금' 해제죠!
이영자, 김혜수, 유선, 김민정, 샘해밍턴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서 진행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식사하셨어요' 현장 공개에서 김장을 담그는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동네마트엔 배추 무 총각무 등이 켜켜이 쌓여 있고, 뉴스에선 배춧값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넘쳐나고, 아침 TV 정보프로그램에선 주부들의 관절과 허리건강에 대한 의학정보가 쏟아지는 요즘! 바야흐로 김장철입니다. 늘 엄마가 해준 맛있는 김치가 당연한 사람들에겐 별 관심거리가 아니겠지만, 사먹는 김치에 질린 데다 특히 올해같이 배춧값이 떨어져 사먹는 김치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 땐 '김장 한번 해볼까' 하는 용기가 불현듯 생기는데요. 저도! 지난 주말 고군분투하며 김장을 했습니다. 맛이야 장담할 수 없지만, 가족을 위해 건강한 재료로 정성껏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두며 뿌듯해 했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김장은 담글까요? 담굴까요? 담을까요?

"김장 담구셨어요?"
"아니요. 다음주에 담으려고요."
"저희는 어머니가 담궈서 보내주세요."
"요즘 김장을 직접 담는 분들이 많네요. 저희는 사먹어요."

동네에서 들을 법한 평범한 대화내용인데요. 어떤 게 맞는 말일까요? '김치·술·장·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서,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두다'라는 뜻으론 '담그다'를 써야 합니다. 따라서 모두 틀린 말입니다. '담으려고' '담는 분들'의 '담다'는 어떤 물건을 그릇 등에 넣는다는 뜻이고, '담궈서'의 '담구다'는 아예 사전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담다'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담그다'의 뜻으로 쓰이지만 표준어는 아니고요. 어떤 게 맞는 말인지 헷갈릴 때는 '김장하다'가 한 단어이므로 '김장했어요?'라고 물으면 됩니다.

밀어서 '잠굼' 해제라고요? '잠금' 해제죠!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이와 비슷하게 틀리는 말로 '잠그다' '치르다'가 있습니다. "현관문 잘 잠궜어" "시험 잘 치뤘어?" 등으로 쓰이는 경우인데요. 이는 '잠그다'의 기본형을 '잠구다'로, '치르다'의 기본형을 '치루다'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그다는 '잠가, 잠그니'로 활용되고 치르다는 '치러, 치르니'로 활용되죠. 따라서 앞 문장들은 "현관문 잘 잠갔어" "시험 잘 치렀어?"로 고쳐 써야 맞습니다. '잠그다'는 휴대폰 바탕화면에 '잠굼 해제'가 아니라 '잠금 해제'라고 뜨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겁니다. 또 치르다는 '병을 앓아 치러 내는 일'을 말하는 '병치레'가 '병치뤠'가 아님을 떠올리면 좀더 쉽게 기억하시겠죠?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보기 중 틀린 말은 몇 번일까요?
① 낚시를 물에 담갔다 건졌다 하는 것을 담금질이라고 하죠.
② 열쇠를 넣고 차 문을 잠궈버렸어. 어쩌지!
③ 돌잔치 행사는 덕분에 잘 치렀어.

정답은 ②번입니다. '잠궈버렸어'를 '잠가버렸어'로 써야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34 우리말, '~에'와 '~에게' 강정실 2015-03-21 4642 2
33 우리말, '몇'과 '일'의 환영 못 받는 연애 강정실 2015-03-21 3574 3
32 우리말, 방어율?직구? 야구용어 속 '불편한' 진실 강정실 2015-03-21 4385 2
31 우리말, 띄어쓰기 강정실 2015-03-21 6123 2
30 우리말, '내거'와 '내꺼' 강정실 2015-03-21 9818 1
29 우리말, "취직하려면… 입문계가 좋아요? 시럽계가 좋아요?" 강정실 2015-03-21 3589 1
28 우리말, '다르다'와 '틀리다' 강정실 2015-03-21 4446 2
27 우리말, '나아(낫다)'와 '낳아(낳다)' 강정실 2015-03-21 21721 1
26 우리말 ,삼가야 할 장애인 비하 표현 강정실 2015-03-21 3756 2
25 우리말, 어떻게/어떡해, 안/않 강정실 2015-03-21 9909 2
» 우리말, 담그다/담구다 잠그다/잠구다 치르다/치루다 강정실 2015-03-21 10116 2
23 우리말, 아라비아 숫자를 읽고 쓰는 법 강정실 2015-03-21 11641 1
22 우리말, '뭐'/'머', 구어적 표현이 표준어가 된 사례 강정실 2015-03-21 7490 1
21 우리말, 알아도 틀리게 쓰는 말 '바라/바래' 강정실 2015-03-21 5631 1
20 우리말, '도찐개찐~' 강정실 2015-03-21 3865 2
19 기사에서도 틀린 말들이… 강정실 2015-03-21 7289 3
18 우리말, 개비/가치/개피 바로알기 강정실 2015-03-21 5476 2
17 우리말, '토종 우리말' 같은 외국에서 들어온 말 강정실 2015-03-21 7250 2
16 우리말, 고쳐야 할 일본식 지명 강정실 2015-03-21 5465 2
15 우리말, 된소리(쌍자음)가 받침에 올 때 강정실 2015-03-21 1338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