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서울말을 잘 쓰는 지방출신 A씨, 고향 친구와 통화할 때면 자연스레 사투리와 특유 억양이 나오는데요.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신 많은 분들도 아마 그럴 겁니다.
사투리는 표준어는 아니지만 51만여개의 말이 실린 표준국어대사전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해당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말, 또는 지역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말은 사전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다보면 사투리가 아니었나 싶은 표준어들이 눈에 띄는데요. '아따, 거시기, 참말로' 등 사투리 느낌의 낱말은 모두 표준어로 나옵니다. 뜻도 익히 알고 있는 대로입니다. 몹시 고생스러운 일을 겪다는 뜻의 '욕보다'도 사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시방'은 지금과 같은 뜻이고요. '식겁하다'는 뜻밖에 놀라 겁을 먹다, '걸쩍지근하다'는 말 따위가 거리낌 없다는 뜻의 표준어입니다.
/사진=표준국어대사전 검색 결과 일부 갈무리
'경상도 사람만 아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게시판에서 화제가 됐던 사진. '헐심더'는 '쌉니다'라는 뜻입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말 '뷁'과 비슷하게 생긴 '붴'도 표준어인데요. 부엌의 줄임말입니다. 컴퓨터 문서 작업 때 어떤 폰트에선 글씨체 적용이 안될 만큼 모양이 특이합니다. 욕설 느낌의 '씨불거리다'는 주책없이 자꾸 실없는 말을 하다로 사전에 나옵니다. '가새표'는 가위표와 같은 말이고요. '헐하다'는 값이 싸다는 뜻입니다. 헐값의 '헐(歇)'과 같은 한자를 씁니다.
사투리인 것 같아서 이 말들을 쓸 때 주춤하셨다면 좀 더 편하게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와 달리 의외의 사투리도 눈에 띄는데요. 근래 많이 쓰는 '널널하다'(널럴하다가 아닙니다)는 널찍하다는 뜻의 함경남도 방언으로 사전에 올라있습니다. 나이어린 층에서 잘 쓰이는 '얼척없다'는 어처구니 없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입니다.
사투리는 의사소통 편의를 위해 공적인 자리나 문서에선 권장되지 않지만, 좋고 나쁨으로 구분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화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자산입니다. 사투리가 없다면, 한동안 많은 사람을 즐겁게 했던 '응답하라1994'와 같은 드라마는 없었을 것이고, 자이언츠 야구 팬들의 '마!' 응원도 없을 겁니다. '혼저옵서예' 대신 '어서오세요'라는 인사가 제주 관광객을 맞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이번주 퀴즈는 '사투리 해석하기'입니다. 편안한 추석 연휴되세요.
1.무사 영 햄서. (제주도요~) 2.내 아래께 뭈다. (경상도요~) 3.밭 일 좀 했더니 고뱅이가 아파. (강원도요~) 4.오늘 날씨가 영 개갈안나네. (충청도요~) 5.참말로 오져 죽겄네. (전라도요~)
/사진=tvN 홈페이지
정답은☞ 1.왜(무사) 이렇게(영) 해(햄서)? 2.나 그저께 먹었다. 3.밭 일 좀 했더니 무릎이 아파. 4.오늘 날씨가 영 시원치않네. 5.참말 좋아 죽겠다.(오지다=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