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이시옷

조회 수 4391 추천 수 2 2015.03.21 19:07:41

"막냇동생한테 뒷골목 고깃집으로 오라고 해"

. 사이시옷, 때로는 어색한 사이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한여름입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습한 공기.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장맛비까지. 올해는 비가 뜸하긴 했지만….

여기서 늘 헷갈리는 단어 '장맛비'가 나오는데요. 지금이야 장맛비가 맞춤법에 맞다는 걸 알지만, 기자시절 처음엔 당연히 '장마비'인 줄 알고 오자를 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우비는 여웃비가 아니라니…. 왜 이렇게 될까요?

사이시옷 규칙은 간단히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 '우리말+우리말', '우리말+한자어', '한자어+우리말'이 결합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낱말에 사이시옷이 옵니다. '한자어+한자어'는 사이시옷이 없는 거지요.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빼면 어색해질 6개 단어(곳간, 툇간, 횟수, 셋방, 숫자, 찻간)는 사이시옷을 인정합니다.
두 번째는 두 낱말이 합쳐지면서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나 [ㄴ] 소리로 날 때 사이시옷을 씁니다. 고깃집[고기찝], 나뭇잎[나문닙] 등이 이에 해당하죠.
세 번째, 뒤에 오는 말의 초성이 된소리 글자(ㄲ ㄸ ㅃ ㅆ ㅉ)나 거센소리 글자(ㅋ ㅌ ㅍ ㅊ)인 경우 사이시옷을 넣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막냇딸이 아니라 막내딸이 맞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는 교과서에서도 사이시옷 표기를 따르게 되면서 등굣길, 하굣길 등 낯선(?) 단어가 학생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한자어+우리말'에 뒷글자의 첫소리가 된소리인 경우지요.

하지만 이런 규칙을 알더라도 우리는 사이시옷을 넣을지 말지 고민하게 됩니다.
장맛비를 볼까요. 첫 번째 규칙처럼 '우리말+우리말'의 결합인 데다 발음이 [장마삐]이므로 장맛비가 맞습니다. 그럼 여우비는? 이 역시 '우리말+우리말'이지만 발음이 [여우비]이므로 표기도 그대로 여우비가 되는 것입니다.

'어, 난 아닌데?'
우리들이 헷갈리는 건 이 부분인데요. 장맛비를 [장마삐]가 아닌 [장마비]로 읽을 수도 있지 않은지…, 여우비도 [여우비]가 아닌 [여우삐]로 발음할 수도 있는 것 아닌지 말이죠. 발음이 된소리가 나는지, 아닌지는 직접 사전을 찾아 발음기호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 골치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앞의 경우엔 헷갈려도 사전만 찾아보면 답이 나오는데요. 사전에 안 나오는 단어는 어떻게 할까요? 사이시옷 규칙에 일일이 적용하더라도, 눈에 익지 않아서 어떤 게 맞는지 고민만 될 뿐입니다.

/사진=뉴스1
가로수길, 자전거길은 'ㅅ'을 넣어야 할까요? 사이시옷 규정을 보면 가로숫길, 자전것길로 써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공식적으로 이 경우엔 '가로수 길', '자전거 길'로 띄어써야 합니다. [가로수낄] [자전거낄]로 발음하는 게 맞지만,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이므로 하나의 낱말(합성어)로 인정되지 않아 가로수 길, 자전거 길로 써야 된다는 겁니다. 표준어의 구분을 사전에 있는지 여부로만 보니 생긴 문제점인데요. 이렇게 띄어쓰는 게 맞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심지어 가로수길은 강남 신사동이란 지명보다 더 유명해 많은 표지판에 '가로수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가로수 길'로 표지판을 고쳐야 될까요? 자전거도로 활성화 정책으로 많은 표지판에 자전거 그림과 함께 적힌 '자전거길'은 어떻게 할까요.

단어를 무조건 사이시옷 규정에 맞게 발음하거나 띄어쓰도록 하는 것보다, 원칙을 두되 나머지도 허용하는 건 어떨까요. 올초 방송된 MBC '무한도전-받아쓰기'에서 막내동생이 아닌 막냇동생[망내똥생/망낻똥생]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에 놀란 멤버들보다 시청자들은 더 놀랐을 겁니다.

☞ 끝으로 문제입니다. 다음 중 사이시옷 규정에 따르면 잘못된 낱말은 어떤 걸까요?
1. 진돗개 2. 첫쨋날 3. 부챗살 4. 북엇국
해답: 2번/첫째 날(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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