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가 낳은 한국 문단의 거목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 선생의 생가(生家) 복원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SSI_20150319182020_V.jpg

 

                                                                 ▲ 경북 경주시 성건동에 있는 김동리 선생의 생가터.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제공  
 

 
19일 경주시와 동리목월기념사업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박목월과 김동리 생가 복원사업에 나서 지난해 6월까지 건천읍 모량리의 시인 박목월(1916~1978) 선생 생가를 복원했다. 부지 매입 등에 총 19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박목월의 생가(부지 4319㎡)에는 안채, 사랑채, 디딜방앗간, 시 낭송장 등 건물 6동과 박목월의 대표 시 ‘나그네’를 연상하는 밀밭 등이 조성됐다. 이곳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 ‘윤사월’의 배경이 됐으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하지만 김동리의 생가 복원 사업은 여태껏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경주 도심인 성건동 284-4 생가터(234㎡)에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들이 부지를 절대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데다 수십억원의 사업비 확보도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까지 남아 있던 김동리 생가는 다른 사람에게 팔린 뒤 헐리고 지금은 그 자리에 단독 주택 2채와 슬레이트 가옥 등이 들어서 있다. 시는 이 일대 부지 등을 매입해 생가를 복원하는 데 박목월 생가 복원비에 비해서 몇 배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김동리 생가도 최대한 빨리 복원해 박목월 생가와 연계한 문학관광 명소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동리는 소설 ‘무녀도’와 ‘황토기’, ‘등신불’ 등을 남긴 우리나라 문학사에 빛나는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앞서 시는 한국 문단의 거두인 김동리와 박목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6년 3월 사업비 40억원을 들여 불국사 앞 진현동 1만 3847㎡의 부지에 동리·목월 문학관을 건립했다. 시는 이곳에 김동리와 박목월의 유품을 보존하고 동리·목월문학제를 비롯해 문예창작대학, 동리·목월음악회, 동리문학상, 목월문학상, 시 낭송회 등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장윤익(76) 동리목월기념사업회 회장은 “동리·목월 생가를 동시에 복원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경주시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동리 생가를 복원하겠다. 생가터 매입이 끝내 무산될 경우 인근 부지를 매입해 복원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5-03-20 12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공지 저작권법 웹관리자 2014-09-27 3515 4
23 이태준의 달밤 웹관리자 2015-03-22 8160 2
22 아버지와의 불화로 탄생한 <메밀꽃 필 무렵> 웹관리자 2014-10-28 6234 2
21 "문학의 나의 종교이자 모든 것"이었다고 말하는 소설가 김용만. file 웹관리자 2014-10-24 4302 2
20 죄와 벌(도르 도스토예프시키) file 웹관리자 2014-10-19 4758 2
19 정조, 개혁적 생각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file 웹관리자 2014-10-05 4313 2
18 시인 이상과 화가 김환기의 아내 웹담당관리자 2023-12-03 329 1
17 친일작가 문학상 논란 재점화 file 웹관리자 2016-11-25 2974 1
16 김민정 시인 "일상의 아름다움…처음 쓰게 됐죠" file 웹관리자 2016-07-03 3595 1
15 "이육사의 詩 '靑포도'는 청포도 아닌 덜 익은 '풋포도'" file 웹관리자 2016-03-15 4300 1
14 윤동주 시인의 시세계 웹관리자 2016-02-16 8128 1
13 황석영 "젊은 작가 작품에 '철학' 안 보여…문예창작학과 때문" file 웹관리자 2015-09-10 2678 1
12 윤봉길 의사 도시락 폭탄, 우리 작은 할아버지 작품이예요. file 웹관리자 2015-08-14 7422 1
11 이순신의 전황보고서 '장계별책'은 국보급 file 웹관리자 2015-08-13 3360 1
10 알렉상드로 졸리앵 file 웹관리자 2015-08-05 3266 1
9 '시인의 집' 60년, 이젠 예술가들 텃밭 만들어야죠 file 강정실 2015-08-03 3712 1
8 향토문학계의 거목, 시인 백기만의 문학열정 file 강정실 2015-07-19 7358 1
7 책값보다 훨씬 더 대접받는 '희귀본' file 웹관리자 2015-07-14 6203 1
6 “안중근 모친의 ‘편지’는 일본인 승려의 조작이었다.” file 강정실 2023-02-24 1260 1
5 김구 선생 어머니 눈물 서린 '옥바라지 여관 골목' 없어질까 file 강정실 2015-07-05 5962 1
4 윤동주 열품에 서정주.김소월.백석도---- 서점가 신풍경 file 웹관리자 2016-02-23 736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