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불륜이 낳은 그림

조회 수 7789 추천 수 1 2015.04.17 09:15:53

피렌체에 가면 보티첼리만큼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는 화가를 만날 수 있다. 보티첼리의 스승 프라 필리포 리피다. 그래서인지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 속 시모네타만큼 어여쁜 여자들이 그의 그림에 넘쳐난다.

어쩌면 그녀들은 보티첼리보다 덜 이상화되어 있는 동시에 훨씬 더 관능적인 여자들임에 틀림없다.

프라(fra)는 이탈리아어로 '승려'라는 뜻이다. 고아가 된 리피는 15세 무렵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카르멜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카르미네 수도원에 입단해 평생 수도사 겸 화가로 살게 된다. 미술사상 그 누구보다 다채로운 삶을 살았던 그는 많은 일화와 추문을 남겼다. 술과 여색을 탐했으며, 술고래에 사기꾼으로 알려진 그는 방탕하고 분방한 일생을 보냈지만, 예술에서만큼은 타고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빛의 교차를 통한 미묘한 명암과 윤곽선, 맑고 섬세하고 풍부한 색채, 설득력 있는 공간 구성과 우아한 인물상들은 리피 그림의 세속적이고 관능적인 쾌락을 신성함의 경지로까지 격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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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두 천사와 함께 있는 마돈나, 1465. 목판에 템페라, 우피치미술관리피는 1456년 프라토의 산타 마르게리타 수녀원의 제단화를 그리던 중 그곳의 아우구스티누스회 수녀원에서 루크레치아 부티를 납치했다. 아마도 그녀는 성모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나이 50세에 23세의 아름다운 수련 수녀를 유혹했던 것! 두 사람은 루크레치아의 자매와 몇몇 다른 수녀들의 도움으로 함께 살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코시모 메디치의 도움이 컸는데, 메디치가 그의 재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들은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아들은 후에 유명한 화가가 된 필리피노 리피이고 딸은 알레산드라다. 특히 아들 필리피노 리피는 아버지의 이름을 받아 '작은 필리포'가 되었고, 아버지가 못다한 작품을 마무리했으며, 아버지만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리피는 루크레치아를 추측하게 하는 이 그림 속 마돈나의 얼굴을 붓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못 올 사랑처럼 아련하고 고혹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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