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요.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천재 문학가 이상의 기일을 기념하는 행사 ‘이상과 13인의 밤’이 17일 오후 7시 통인동 ‘이상의 집’에서 열렸다. 소설 ‘굳빠이 이상’을 쓴 김연수를 포함한 13명의 작가(소설가 김중혁 윤고은 정용준, 시인 김이강 문태준 박준 송승언, 설치미술가 이부록 이피, 영화감독 남궁선,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 극작가 오세혁)들이 3월 31일부터 4월 14일까지 매일 밤 한 사람씩 이상의 집에 머물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이상을 만난 시간들을 글과 그림의 형식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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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혁 씨는 이상의 글에 자신의 글을 겹쳐 쓰는 작업을, 오세혁씨는 13명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해 그것을 기록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13이라는 숫자를 따와 ‘십삼야(十三夜)’리는 주제로 행사를 기획한 김연수 씨는 “이상이 이 집에 살 때 낮에는 총독부 기수로 일했지만 밤에는 하얀 종이에 세로로 글을 써 내려갔다”며 “그가 여기서 보낸 낮과 밤이라는 시간에 대해, 김해경과 이상이라는 외면과 내면에 대해, 그 사이가 어떻게 이상의 문학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낭독 공연 ‘거울’도 진행됐다. 극단 청년단 대표인 민새롬이 연출을 맡고 극단 작은신화의 박윤석 배우가 출연해 문학인 이상과 인간 김해경 사이에서 평생 충돌했던 작가의 내적 갈등을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상은 3세 때 부모 슬하를 떠나 통인동 본가에 있는 큰아버지 연필의 집에서 성장했으며 1937년 4월 17일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했다.

   ‘이상의 집’은 그가 3세부터 23세까지 생의 대부분을 보낸 큰아버지 집 터의 일부를 개조한 것으로, 매년 작가의 탄생과 기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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