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피셔가 이끄는 RCO 내한공연
"베토벤 교향곡을 자주 지휘했지만 언제나 새로운 걸 발견했고, 그때마다 그 새로움을 관객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헝가리 태생의 명지휘자 이반 피셔(64)가 이끄는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RCO)가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RCO는 20~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나선다. RCO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피셔는 20일 첫 공연에 앞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굉장한 여정인 베토벤 전곡 연주를 한국 관중들과 나눌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피셔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뉴욕 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등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1983년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고국의 음악 발전에도 헌신하고 있다. 피셔와 함께 내한한 RCO는 1888년 암스테르담의 공연장 콘세르트허바우의 전속 오케스트라로 창립했다. 2008년 영국 유명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유수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과 빈 필을 제치고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 랭킹 1위로 선정한 명문 오케스트라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게 커다란 도전이다. 청중들에게 익숙한 작품인 데다, 수많은 음반과 공연을 통해 다양한 해석이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곡 해석에 있어서 이반 피셔는 "특별히 내 식대로 곡을 해석하겠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며 "해석은 작곡가와 그 음악을 듣는 관중에게 맡길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작곡가를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토벤은 음악에서 극단적으로 거칠거나, 서정적이고 어쩔 때는 사랑이 넘치다가도 고독했다"며 "이번 전곡을 모두 듣게 되면 베토벤의 양면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20일 1, 2번과 5번 '운명'을 시작으로 21일 3번 '영웅'과 4번, 22일 6번 '전원'과 7번을 거쳐 23일 8번과 9번 '합창'으로 마무리한다.
피셔는 "베토벤 이전에는 왕족과 귀족만을 위해 음악이 존재했다면 베토벤 이후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를 위한 음악이 됐다"며 "베토벤은 우리 시대보다 더 앞서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시민이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고 (음악계는) 과거 귀족을 섬기던 음악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봉착했습니다. 베토벤은 1∼8번 교향곡에서 그 답을 모색하다가 9번 교향곡에 이르러 인간의 목소리인 합창을 통해 답을 찾았습니다."
한국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처음에는 솔리스트가, 다음에는 오케스트라 두각을 나타내며 앞으로 한국이 유럽 클래식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점차 한국으로 돌아와서 제자를 양성하면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가지 않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