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 '미스터백'과 '빛나거나 미치거나'. 웹소설의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연재사이트 매출-작가 수익 쑥쑥…“누구나 작가 될 수 있는 시대”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포털사이트와 조아라·북팔과 같은 전문 연재사이트를 중심으로 웹소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작가의 산실이자 드라마·영화 등 2차 창작물을 통한 부가가치창출에 성공하면서 고사 직전인 순수문학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문학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 웹소설 ‘억대연봉’ 작가 배출…연재사이트 매출 ‘쑥쑥’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웹소설’이란 종이 책이 아닌 온라인으로 연재되는 소설을 지칭한다. 90년대 중반 PC통신의 등장과 함께 태동했다. 이후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시간∙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자투리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 트렌드와 맞물려 출퇴근 시간 등 ‘틈새시장’에 안착했다.
2013년 네이버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다음카카오가 가세하면서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KT경제연구소는 올해 웹소설 시장규모를 지난해 200억원에서 2배 성장한 400억원 규모로 내다봤다.
‘작가=배고픈 직업’이라는 도식도 깨지고 있다.
지난 2월 웹소설 2주년을 맞아 네이버가 펴낸 ‘콘텐츠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 1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웹소설 작가는 7명이었으며 최고 2억8000만원을 벌어들인 작가도 있었다.
웹소설 연재사이트 ‘문피아’에서도 월매출 4000만원을 넘기는 작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연봉 1억원을 넘는 작가도 20명 이상이다. ‘북팔’에서 로맨스 장르를 연재하는 인기 작가들 중에는 이미 1억 매출을 올린 작가가 20명 이상이며 올해 30명 이상의 1억 매출 작가가 탄생할 것으로 업체 측은 보고 있다.
문피아 관계자는 “취업이 점점 더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직장인들의 퇴직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전업 작가를 꿈꾸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작가 중심의 수익 구조’를 통해 작가들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안정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5년 역사의 웹소설 연재사이트 ‘조아라’는 작가들의 안정적인 집필환경을 위해 올해 1윌부터 ‘100-100 작가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0명의 작가가 월수입 최소 100만원을 보전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 즉 작가가 작품연재로 월 30만원을 벌었을 경우 70만원은 조아라가 보전해주는 식이다.
연재에서 성공을 거두면 전자책(e-book),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자책의 경우 작가 인세가 종이책 대비 높아 작가들의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되고 있다.
소설 연재사이트들의 매출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조아라는 1분기 25억8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97% 성장했다. 2008년 말 최초로 웹소설 유료 판매를 시작한 조아라는 2009년 연매출 2억 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72억원을 달성, 매년 2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문학 콘텐츠가 그 자체로 훌륭한 수익사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또 다른 연재사이트 문피아도 2013년 8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해 지난 3월 기준 월 매출 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배 가량 성장했다. 북팔 또한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600% 성장한 12억원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아예 ‘웹툰&웹소설 셀’을 사내 1호 독립기업으로 분리했다. 그간 포털 트래픽 확대 수단으로 활용됐던 콘텐츠가 독립 사업 영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기성작가들이 웹소설로 독자들을 만나는 경우도 생겼다. 현대문학상∙김유정문학상 등을 받은 26년차 중견작가 심상대의 ‘나쁜봄’은 온라인 연재 이후 문학과 지성사에서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이 소설은 2015년 동인문학상 후보로 선정되면서 평단의 인정까지 받았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김숨 작가도 출판사 ‘자음과 모음’의 웹소설 사이트 ‘에브리북’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 “스토리 본능…누구나 작가 될 수 있는 시대 올 것”
웹소설 전반의 작품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드라마∙영화 등 2차 창작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독특한 소재,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국까지 파고 들었다. 지난해 MBC에서 방영된 ‘미스터백’과 올해 방송된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업계는 단꿈에 젖어있다.
조아라 이수희 대표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스토리 본능’을 갖고 있다고 보기에 앞으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미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듯 향후 작가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웹소설의 진정한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