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백곡천으로 돌아온 황새 '미호'(한국교원대 부여 개체 고유번호 B49)가 농약 중독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호'는 지난달 7일 백곡천을 떠나 초평천 등지에서 서식하다 지난 12일부터 애초 서식지인 백곡천 인근 논에서 조류 사진작가 임영섭(67)씨의 카메라에 잡혀 백곡천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미호'가 안전하게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서식 환경이다.
'미호'가 백곡천에 서식한 것은 지난 3월 22일 임씨 카메라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고, 미호는 서식지 인근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 논갈이가 시작되면서 이곳을 떠나 초평천 등지에 머물렀다.
'미호'는 한 달여 만에 다시 백곡천으로 날아왔지만 서식 환경은 사뭇 달라졌다.
농사철에 접어들면서 논에는 모가 심어진 것은 물론 살충제와 제초제 등 농약이 살포됐다.
13일 백곡천 인근 '미호'가 머무는 논 주변에는 농약병이 나뒹굴고 논두렁 풀은 누렇게 죽어 있었다.
한국황새생태연구원장인 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는 농약이 살포된 '미호' 서식지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올가을까지 '미호'가 머물러 준다면 내년 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문제는 '미호'가 이곳에서 가을까지 안전하게 서식하기 위해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황새생태농법 시행이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농약에 민감해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텃새 황새 한 쌍이 발견됐으나 사흘 만에 수컷이 사냥꾼의 총에 목숨을 잃었고 홀로 남은 암컷마저도 1994년 농약 중독으로 죽어 국내에서는 황새가 멸종됐다.
박 교수는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 새끼 두 마리를 도입해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박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농약 사용은 일본의 3배, 미국의 5.5배에 달한다"며 "황새를 살리고 사람에게도 안전하며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자연환경을 만들려면 황새생태농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곡천 주변 논은 제초제 대신 우렁이 농법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농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황새생태농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미호'가 농약에 중독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면 식욕을 잃어 먹이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