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궈내다? 우려내다.

조회 수 3599 추천 수 1 2015.07.12 10: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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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 오락을 제공하고 돈을 울궈내는 방식이구나.

○○○ 후보가 내세운 영종-강화대교 건설은 10여 년 가까이 울궈먹는 공약이다.

인용문의 ‘울궈내는, 울궈먹는’은 ‘우려내는, 우려먹는’으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됩니다. ‘울궈먹다, 울궈내다’는 ‘우리다’의 방언인 ‘울구다’에서 파생된 말로 입말로 많이 쓰이고 있지요.

먼저 ‘우려내다’는 세 가지 뜻을 가지고 있어요. ‘물체를 액체에 담가 성분, 맛, 빛깔 따위가 배어들게 하다’ ‘생각이나 감정을 끄집어내다’ ‘꾀거나 위협하거나 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돈이나 물품을 빼내다’인데요. 첫 번째 뜻처럼 소뼈를 고아 진하게 끓인 곰국을 표현할 때는 표준어인 ‘우려내다’가 주로 쓰이는 데 반해 세 번째 뜻처럼 타인에게서 금품을 뜯어내는 것을 표현할 때는 ‘울궈내다 ’가 표준어보다 훨씬 말맛이 살아나지요.

‘우려먹다’는 ‘음식 따위를 우려서 먹다’ ‘이미 썼던 내용을 다시 써먹다’는 뜻인데요. 첫 번째 뜻으로는 ‘우려내다’와 거의 같이 쓰입니다. 두 번째 뜻으로는 같은 소재나 형식을 여러 번 차용한 예능 프로그램이나 예전에 내놓았던 방안들을 짜깁기한 회사의 기획안 등을 논할 때 쓸 수 있어요.

일상에서 어제와 다른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가끔 다람쥐 쳇바퀴에서 내려올 수 있는 용기와 함께 그래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지혜가 필요한데요. 그런 용기와 지혜가 생긴다면 이전에 배운 철 지난 지식을 평생 ‘우려먹는’ 일은 없어지겠지요.

허림 시인은 ‘울궈내다’란 시에서 ‘울궈내는 일은 삶의 결박을 푸는 일이다’라고 했는데요. 그 결박을 풀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겠지요. 일과 여가의 균형을 통해 때맞춰 마중물을 부어줄 수 있을 때 발전적인 아이디어도 잘 ‘우려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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