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완동물 공동묘지'/스티븐 킹 지음·황유선 옮김·황금가지·2006
죽음과 이별의 슬픔을 공포라는 정서를 통해 다룬 ‘정통멜로공포'(이런 장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이다. 한 인간의 죽음은 산 자에게 무엇을 남길까? 생전에 원수가 아니었다면 대부분, 회한과 슬픔과 그리움이 남게 될 터이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그의 죽음이 남긴 고통을 순순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죽음은 숙명이며 인간이 어찌 해 볼 수 없는 신의 고유영역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인간이 이 숙명에 반란을 일으키려 든다면, 신의 절대영역에 개입하려 든다면 어떤 결과가 돌아올까? 애완동물 공동묘지는 고상하게 표현하면 '신이 관장하는 죽음의 지대에 개입한 한 인간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르게 한마디로 표현하면 '좀비' 이야기다.
저자인 스티븐 킹은 '온 라이팅'이라는 창작론에서도 좀비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좀비라는 캐릭터를 매우 좋아한다.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소탈함,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뛰지 않는 여유로움, 먹을 것이 생기면 모두 함께 뜯어먹는 '정다운 공동체 의식', 세상 사람들이 좀비와 같은 자세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백배 정도 나은 모습이 될것이다."(소설가 정유정)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거서 크리스티 지음·해문, 황금가지, 동서문화사 등에서 출간
우리는 아무도 자기의 잘못을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릇된 일을 하고도 들키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오싹함은 “누군가는 반드시 너의 잘못을 알고 있고 심지어는 언젠가 심판을 받는다”는 근본적인 공포에서 비롯된다. 도망칠 수 없는 곳에서 한 명씩 죽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끔찍한가. 살인 게임과 고립 스릴러의 고전. 나는 왜 쫓는 자가 못 되고 쫓기는 자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걸까.(소설가 해이수)
3. '미저리'/스티븐 킹 지음·조재형 옮김·황금가지·2004
인간 마음의 심연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마주하는 일보다 더한 공포가 어디 있을까? 심리스릴러의 대가인 킹이 창조한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극단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듯 그려내는 문장의 칼날은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들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서늘한 희열을 선사한다.(출판사 '은행나무' 이진희 편집주간)
4. '세계대전Z'/맥스 브룩스 지음·박산호 옮김·황금가지·2008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워Z'의 원작이기도 한 이 책은 페이크 다큐 형식을 빌려 좀비병이 퍼진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 좀비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의심되는 중국에서부터 좀비 바이러스가 수그러든 이후까지 당시 상황을 겪었던 이들을 인터뷰하는 일종의 전염병 종말에 대한 소설 형태의 보고서다. 귀신이 나오거나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가 아니라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겠다, 싶게 현실감 있게 써내려간 작품이라 더 무섭다. 저자인 맥스 브룩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미디 영화의 제왕 멜 브룩스의 아들이다. 좀비병을 일으키는 가상의 바이러스를 현재의 메르스나 홍콩독감 등에 대입해도 놀랍도록 현실이 잘 설명된다.(출판사 '황금가지' 김준혁 편집주간)
5. 우리집에 놀러오세요/우타노 쇼고 지음·한희선 옮김·블루엘리펀트·2012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인 집이 밀실이 되고 죽음 혹은 살인의 현장이 되는 점이 무섭다. 산 속의 대저택, 철거 대상 주택, 새로 이사간 집, 시골집, 영화세트 같은 집 등 다섯 개의 집과 갖가지 사연으로 그 집에 살거나 방문하게 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선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인도 아닌 평범한 이들이 그곳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데, 그 점이 안타깝고 더 무서운 느낌을 들게 한다. 보통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운 소설을 잘 안 읽는데 우연히 읽기 시작해, "이래서 사람들이 추리·공포소설을 읽는구나"하고 느꼈다. 저자는 일본에서 반전의 대명사, 신본격 미스터리 귀재로 불린단다.(뉴스1 문화부 권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