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 여기까지 왠일이야?” “오늘따라 웬지 네가 보고 싶더라.”
위 대화에서 ‘왠’과 ‘웬’이 잘못 쓰였습니다. 서로 바꿔야 합니다. 둘을 구분해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웬’은 ‘어찌 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웬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처럼 말할 수 있지요. 또 ‘어떠한, 즉 정체를 알 수 없는’의 의미로도 쓰입니다. ‘어젯밤에 웬 남자가 너를 찾아왔더구나’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웬’ ‘웬걸’ ‘웬일’ 등에서의 ‘웬’은 모두 ‘예상했던 것과 달리’ 또는 ‘의외의 일로’의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웬’은 ‘무슨 까닭으로, 또는 어째서’의 뜻을 가진 ‘왜’와는 전혀 관련 없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게 웬 떡이야’라는 말에서 ‘웬’의 쓰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왠’은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요. ‘왠’ 혼자서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왠지’로만 쓰입니다. ‘왜인지’가 줄어서 된 말인데 ‘어쩐지’,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빈집에 들어오니 왠지 으스스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웬지’는 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