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는 빌리고 용서는 빌고

조회 수 1660 추천 수 1 2015.08.08 13: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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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관계를 트럼프 카드 형식을 빌어 센스 있게 풀어보았다.

과거 제 발언 때문에 상처 받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빌다’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어요.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해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거나 누군가에게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호소하다, 생각한 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것으로 기원(祈願)하다의 의미지요. 다른 하나는 남의 물건을 공짜로 달라고 호소해 얻는 것으로 구걸(求乞)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주로 ‘빌리다’를 써야 할 자리에 ‘빌다’를 쓰면서 생기는데요. ‘빌리다’는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을 믿고 기대다,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을 취해 따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한다는 뜻이 있어요.

남의 물건을 돌려주기로 하고 쓰는 것은 빌려 쓰는 것이고 밥을 거저 달라고 사정하는 것은 빌어먹는 거지요. 일손이나 머리는 빌려 쓸 수 있지만 건강은 빌릴 수 없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첫째 인용문의 ‘카드 형식을 빌어’는 차용(借用)한다는 뜻이므로 ‘빌려’로 써야 하는데요. 성인의 말씀을 빌려 설교하거나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하는 것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인용문의 ‘이 자리를 빌어’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한다는 뜻이므로 ‘빌려’로 고쳐야 합니다. 영화제 등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인사말을 할 때 빠뜨리지 않는 표현인데요. 수상하게 된 기회를 이용해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지요.

어떤 자리를 ‘빌려’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용서를 ‘비는’ 일이 아니라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면 좋겠습니다. 용서를 비는 데 힘쓰기보다는 애초에 그런 상황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위 나기엔 더 나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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