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수히 많은 천체 사이를 유유히 여행하는 우주 방랑자를 만날 수 있다. 인공위성과 별똥별이 바로 그것이다.
도심에서는 광공해 때문에 인공위성과 유성우를 맨눈으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을 가지고 있는 이곳 전남 고흥에서 인공위성과 별똥별은 밤하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존재다.
지난 5일 밤에도 허블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수많은 인공위성, 그리고 유성우가 고흥의 밤하늘을 소리 없이 지나갔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은하수 중앙 팽대부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위 사진에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우리 은하수의 중앙 팽대부(그중에서도 궁수자리)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순간이 담겨 있다. 1990년 4월 24일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우주로 떠난 허블우주망원경은 올해로 25살이 됐다.
오랜 시간 나사의 일원으로 일한 만큼 업적도 크다. 그동안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로 보낸 관측 사진만 150만 장 이상. 사진은 1만 2800건 이상의 논문으로 재탄생했다. 천문학 발전에 엄청나게 이바지한 셈이다. 발사 당시 허블우주망원경의 수명은 15년이었지만, 다섯 번의 수리를 통해 2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주를 보는 지구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허블우주망원경은 처음부터 일 잘하는 엘리트였을까? 그렇지 않다. 첫 궤도 진입 후 두 달 만에 지구로 보내온 사진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유는 필드 렌즈가 설계보다 1.3mm의 아래로 밀렸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구면 수차가 발생한 것이다. 구면 수차는 평행 광선이 광축에서 멀어지는 데에 따라 초점을 맺는 위치가 앞뒤에서 어긋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허블우주망원경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허블우주망원경은 다섯 번의 수리를 거쳤다. NASA는 3년 후 4명의 우주인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보내 두 개의 렌즈(보정 렌즈와 WFPC2라 불리는 광시야 행성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는 첫 번째 수리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로써 허블우주망원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 기기'로 다시 태어났다.
-유성이 유난히 많은 고흥의 요즘 밤하늘
수명을 다한 일본 인공위성 ALOS가 궁수자리를 통과하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은하수를 지나 동쪽 하늘로 사라지자 또 다른 인공위성이 은하수를 횡단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ALOS(Advanced Land Observing Satelite)다.
사진 속에서 궁수자리를 지나고 있는 게 ALOS다. ALOS는 2006년 6월 24일 일본 다네가 섬에서 발사된 H-ⅡA 로켓에 실려 우주로 떠났다. 용도는 육지 관측과 재해 감시, 지형 탐사인데, 2011년 2월 우리나라에서 동해안 폭설이 발생했을 때 영상을 보내와 재해 복구에 도움을 줬다. 이어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영상을 보내와 재해 복구에 도움을 줬다. ALOS는 그해 수명을 다하고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절정에 달하는 13일을 일주일 앞둔 요즘, 밤하늘에선 유성이 유난히 많이 떨어진다.
덕흥천문대 야외 데크 풍경. 천문학과 학생이 은하수 아래에서 천체관측과 자료처리 실습 중이다.
이날은 별똥별(유성)이 유난히 많이 떨어졌다. 위 사진 오른쪽 위 끝에 기다랗게 그어진 흰색 줄이 바로 유성이 남긴 흔적이다. 유성이 은하수를 지나 기자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 현장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덕흥천문대에서 실습활동 중인 이가인 학생(경북대학교 천문대기과학과 3학년)은 "밤하늘을 수놓는 유성 덕분에 천체를 관측하는 시간이 더욱 즐겁다"면서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절정을 이룰 13일을 전후해 일주일 동안 유성이 우리를 기쁘게 해줄 것 같다"라고 유성이 펼칠 우주 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