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많은 연구진들이 뚱뚱해지는 원인을 연구 중에 있다. 비만이 암과 만성질환의 치료율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관리의 대상을 넘어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슷한 양을 먹어도 쉽게 살이 찐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목할 연구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인종에 상관없이 비만할수록 혈청 비타민D농도가 낮은 것이 확인됐다. 비만과 비타민D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남녀 1만8000명 이상의 체질량지수(BMI)와 혈중 비타민D농도를 알아보는 연구가 노르웨이에서 진행됐다. 관찰 결과 비타민D 섭취가 가장 높은 그룹과 가장 낮은 그룹 사이에서 BMI가 1㎏/㎡까지 차이 나는 것이 확인됐다.
반대로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체중의 5∼10% 감소한 비만여성에서 혈청 비타민D농도가 상승하는 것이 관찰된 연구도 있다. 앞서 연구들이 비만과 비타민D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들은 비만과 비타민D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체내 낮은 비타민D 농도가 살찌는 체질로 변하는 원인 인자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연구진들이 비만과 비타민D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기전에 있다. 비타민D는 지방합성을 유도하는 효소를 억제하고 반대로 지방 분해와 관련 있는 효소를 촉진한다. 즉 비타민D 결핍 상태는 지방축적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 또 비타민D는 장에서의 칼슘 흡수를 촉진하는데, 칼슘은 지방 흡수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비타민D는 지방 생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자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에게 비타민D 보충요법을 시행했을 때 체중감소 효과를 불러올까. 비만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칼로리 제한 식사와 함께 비타민D 125 IU와 칼륨 600㎎을 함께 투여했다. 그 결과 칼슘과 비타민D 보충요법을 시행한 그룹이 칼로리 제한 식사만 시행한 그룹에 비해 내장 지방량과 내장 지방 분포 범위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체중 감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노르웨이에서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445명의 과체중과 비만 성인을 무작위로 골라 1년간 2만 IU의 비타민D를 주 2회 투여하거나, 주 1회 투여하거나, 투여하지 않았다. 세 그룹을 관찰한 결과 비타민D의 최종 산물인 25(OH)D의 농도 변화는 있었지만 체중변화는 없었다. 앞서 연구들에 대해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찬희 교수는 “체중감량에 대한 비타민D 역할을 지지하는 여러 기전들과 실험 근거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비타민D 자체가 체중이나 체중감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무작위 대조 연구 근거는 부족하다”며 “비만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비타민D사용을 권할만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