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은 어제일까요? 오늘일까요?

조회 수 2412 추천 수 1 2015.09.10 10:31:15

 

"기상청은 12일 자정을 기해 수도권 전역에 내려진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를 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물폭탄'이 쏟아진 몇주 전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기상캐스터 말에 시름을 놓았는데요. 연신 "다행이다"를 읊조리다 문득 자정이 언제인지 궁금해집니다.

'12일 자정이면 12일을 끝내는 밤 12시겠지? 12일을 시작하는 0시인가?’
갑자기 헷갈립니다. 오늘이냐 내일이냐, 하루가 걸린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자정, 정확히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2015090812062843714_1_99_20150908150411.jpg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익숙하신 분들 많으시죠? 아마도 재미로 보는 '오늘의 띠별 운세' 때문일 텐데요. 바로 12가지 동물을 나타내는 12간지입니다. 하지만 띠뿐만 아니라 시간도 12간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는 사실! 이를테면 쥐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자시는 11~1시, 축시(소)는 1~3시, 인시(호랑이)는 3~5시 등 2시간씩 차지합니다.

여기서 자시(11~1시)의 한가운데(正), 그러니까 밤 12시를 '자정'이라고 합니다. 앞뒤 순서를 바꿔 '정자'라고 해도 무방하고요. 반대로 '정오'는 낮 12시를 말하는데 역시 '오정'이라고 써도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12간지 순서를 보면 '자시'가 가장 먼저입니다. '오시'는 정확히 중간이고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자시는 '십이시(十二時)의 첫째 시. 밤 열한 시부터 오전 한 시까지'라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자시는 하루의 끝이 아닌 시작이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자정'이 하루의 시작인지 끝인지는 화자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절대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결국 기준에 따라 다르다는 말인데요. 그렇다면 12간지의 첫 번째인 자시를 하루의 마지막인 '밤 12시'로 볼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따라서 자시의 가운데 자정을 하루의 시작, 즉 '0시'로 보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문제 나갑니다. 12간지 중 상표등록이 가장 많은 동물은 무엇일까요?(특허청·2007년 기준)
1. 호랑이
2. 토끼
3. 닭
4. 개

정답은 1번 호랑이입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호랑이, 말, 용, 닭 등의 순이었는데요. 호랑이는 신통력이나 영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74 광복 후 첫 독도 조사 때 찍은 '강치 사진' 찾았다 file 웹관리자 2017-07-11 4838 1
73 바뀐 문장부호 file 강정실 2015-06-10 4689 1
72 우리말, -건대, 그리고 '대'와 '데' 강정실 2015-03-21 4614  
71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숨겨진 진실 file 웹관리자 2015-11-17 4555 1
70 천경자 화백, 수개월 전 별세…‘잠자듯’ 눈 감은 꽃의 여인 file 웹관리자 2015-10-22 4535 2
69 붴, 거시기, 시방… 우린 참말로 표준어다! 웹관리자 2014-10-24 4497 1
68 베테랑 유아인 "어이가 없네"의 몇가지 설 file 강정실 2015-10-17 4478 1
67 사칙연산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file 강정실 2015-10-17 4468 1
66 우리말, '~ㄹ게'와 '거야' 강정실 2015-03-21 4444 2
65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있는 곳(파리 북부, 오베르 쉬르 오와즈) 웹관리자 2015-11-25 4414 3
64 우리말, 사이시옷 강정실 2015-03-21 4384 2
63 우리말, '다르다'와 '틀리다' 강정실 2015-03-21 4381 2
62 우리말, 방어율?직구? 야구용어 속 '불편한' 진실 강정실 2015-03-21 4318 2
61 일본인 사진가가 찍은 이웃 나라…'내 마음속의 한국' file 웹관리자 2016-03-22 4251 2
60 2015년의 신조어 file 웹관리자 2015-12-16 4250 2
59 왜 청자뿐일까…해저유물 미스테리 file 웹관리자 2016-04-14 4179 1
58 <런닝맨>은 좋지만 '런닝맨'은 싫어요 file 강정실 2015-07-13 4084 1
57 우리말, '~에'와 '~에게' 강정실 2015-03-21 4027 2
56 새로 표준어로 인정된 어휘 웹관리자 2016-12-30 3975 1
55 세종의 아들들이 거쳐간 妓女 초요갱… 불나방처럼 달려든 사내들 file 웹관리자 2015-11-17 383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