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 해군의 큰돌고래 반입 신청서
 가두리에 넣었다가 2㎞ 떨어진
 포항 앞바다로 4마리 투입

 재갈 물린 채 기뢰 탐지, 함정 호위
 비인도성 탓 미국서 폐지 논란
 한국과 유전적 특성 다른데도
 반입 허가 내줬지만 작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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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페르시아 만에서 훈련 중인 큰돌고래 ‘케이도그’(K-dog)가 자신의 위치를 해군 요원에게 전달하는 파동발진장치(pinger)를 달고 헤엄치고 있다. 케이도그는 이라크전쟁에서 기뢰 제거 임무를 받고 투입됐다. ( 미국 해군 제공)


미국 해군이 2011년 동해에서 돌고래를 군사작전에 투입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기뢰 제거, 함정 호위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돌고래 병기’는 비인도적인 훈련방식과 작전수행 과정의 위험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011년 2월 미 해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큰돌고래 네 마리에 대한 반입신청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미 해군 소속 우주해상전쟁시스템센터(SPAWAR)가 제출한 이 문서를 보면, 돌고래들은 경북 포항 청림동 신항 해군기지 가두리에 수용돼 있다가, 작전이 시행되면 약 2㎞ 떨어진 도구해수욕장 앞바다로 투입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큰돌고래는 국가간 거래 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해당국 정부의 반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돌고래의 훈련 중 탈출 위험성 등 외래종 유입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은 채 미 해군의 군사적 이용이 학술연구 목적 등에 해당된다며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돌고래 군사작전은 그러나 미 해군 측의 사정으로 취소됐고 큰돌고래는 반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이전에도 미 해군이 한반도에서 돌고래 군사작전을 실시한 정황이 있는데다, 환경부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다섯개의 돌고래·바다사자 부대
군사용 돌고래는 소문으로만 나돌다가 1990년대 기밀해제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우주해상전쟁시스템센터에서 80마리의 ‘돌고래 병기’와 10마리의 ‘바다사자 병기’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홈페이지를 보면, 기뢰를 탐지하는 돌고래 부대 MK 4, MK 7, MK 8과 해군 함정을 호위하는 돌고래·바다사자 혼성부대 MK 6, 무기 및 기체 잔해를 회수하는 바다사자 부대 MK 5 등 다섯개 부대로 운영된다. 냉전 시절 미국과 옛 소련은 경쟁적으로 돌고래 부대를 운영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이 지역에 있던 돌고래 부대를 부활시켰고, 미국은 우주해상전쟁시스템센터가 유일하다.
돌고래 병사의 주요 임무는 기뢰 제거다. 작전 지역 바다를 수색해 기뢰를 발견하면 위성신호 발신장치인 ‘트랜스폰더’나 부표를 설치하고 온다. 해군은 기뢰의 위치를 확인한 뒤 철수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기뢰 탐지 중 폭발 위험성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는 군사 작전 동원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돌고래 사육방식의 비인도적 측면이다. 돌고래는 작전 중 야생 바다로 투입될 때마다 긴 부리(입)에 섭식방지장치(AFD)를 매단다. 이 장치는 재갈처럼 돌고래 부리를 묶어 돌고래가 입을 벌려 생선을 잡아먹을 수 없도록 한다. 탈출해봤자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돌고래는 임무를 마치고 어쩔 수 없이 가두리로 돌아와 군인이 주는 생선을 먹어야 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섭식방지장치가 ‘탈출방지장치’라고 비난하는 반면 미 해군은 이 장치가 유연한 고무 재질로 되어 있어 몇 시간이 지나면 풀린다고 반박해왔다.
미 해군 돌고래 병사는 1970~71년 베트남 전쟁 때 탄약고가 설치된 깜라인(캄란) 만 부두에 다섯마리가 투입돼 수중으로 침투하는 적 잠수요원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1986~88년엔 바레인의 항구에 정박한 미 해군 함정을 호위했다. 감시 업무에 투입되는 돌고래는 적 잠수요원을 발견하면 들이받아 부리에 설치된 장치를 통해 위치를 알리고, 아군 보트로 돌아와 보트에 설치된 센서를 누르도록 훈련을 받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에는 미군 함대가 결집하는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사전에 기뢰를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돌고래가 해군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뛰어난 해저지형 탐지능력 때문이다. 돌고래는 음파를 내보낸 뒤 전방 물체에서 튕겨져 나오는 반송파를 인식해 해저지형을 인식한다. 이렇게 ‘귀로 보는’ 돌고래의 생체학적 원리를 이용해 잠수함과 소나(음파탐지기) 기술이 발달했다. 사람이 만든 소나는 암석과 금속성 기뢰의 재질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돌고래는 먼 거리에서도 쉽게 해낸다.
2011년 한국으로 반입이 추진된 돌고래도 미 해군 우주해상전쟁시스템센터 소속이다. 미 해군은 그해 2월7일 한강유역환경청에 낸 신청서에서 큰돌고래 네마리를 군사작전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지역은 밝히지 않은 채, 세마리는 야생에서 포획됐고 한마리는 수족관에서 태어났다고 미 해군은 덧붙였다. 돌고래들은 미 공군기인 시(C)-17을 타고 포항공항으로 들어와 트럭으로 한국군 해군기지 내 포항 신항 방파제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가두리 네곳에 수용됐다가 작전 지역인 동쪽 도구해수욕장 앞바다로 투입될 계획이었다. 돌고래들은 훈련용으로 지급되는 먹이만 먹기 때문에 작전 중에 바다생선을 잡아먹지 않고 배출하는 배설물 또한 미미해 포항 앞바다 생태계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미 해군은 밝혔다. 돌고래의 구체적 임무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작전은 2월23일부터 3월11일까지 한·미 공동으로 진행되는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의 일부였다. 2010년 천안함 침몰사고가 터진 뒤 처음 열리는 연례 한·미 연합훈련이었다. 미 해군은 작전이 끝나는 3월초 돌고래를 미국으로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한반도 작전 수행했나?
환경부는 어떤 이유로 군사용 돌고래의 반입을 허가했을까? 16일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국립생물자원관의 검토 의견에 따라 2011년 반입 허가를 했지만, 미군의 사정으로 최종적인 반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군사용 돌고래 반입 허가는 몇가지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첫째, 외래종의 유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다. 미 해군은 과거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돌고래가 작전 도중 10차례 가까이 탈출했다가 회수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서양 서식종이 대부분인 미 해군의 큰돌고래는 한국 동해에 발견되는 큰돌고래와 같은 종이지만, 형태학적, 유전적 특성이 달라 최근 학계에서는 두 종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군사작전 중 돌고래 탈출 가능성 등에 대해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당시 한강환경청에 보낸 검토서에서 별다른 의견 없이 “국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미 해군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둘째, 모호한 허가 이유다. 군사용 돌고래 반입을 허가해준 이유를 묻는 장하나 의원의 질의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달 답변서에서 “군사적 이용을 위한 수입이 멸종위기종 국제거래 협약이 인정한 거래 목적 중 학술연구 목적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은 18일 “학술연구 목적 수입을 군사용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다. 억류와 학대로 폐사 위험을 수반한 군사적 이용에 대해 반입 허가를 한 것은 환경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보도 등을 보면 과거에도 군사용 돌고래들은 한반도에서 작전 수행을 했다. 2010년 돌고래 20마리가 미국 워싱턴주 뱅고어의 핵잠수함 기지를 감시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따뜻한 바다에 살던 군사용 돌고래들이 차가운 워싱턴주 앞바다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그해 9월 <시애틀 타임스>는 “차가운 바다에서도 돌고래의 신진대사능력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미 해군 담당자의 말을 인용하며 알래스카와 한국 겨울 바다에도 돌고래를 데려간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2013년 9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군사전문지인 <성조>도 한국, 뉴칼레도니아, 노르웨이 등에 돌고래가 투입됐다고 밝혔고, 미 해군 홈페이지도 한국을 군사용 돌고래의 작전 지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한 미 해군은 18일 <한겨레>에 보낸 답변에서 “한반도 해역에 보내지거나 사용된 군 훈련용 돌고래에 대한 기록이 없다. 현재에도 배치되어 있지 않으며 앞으로 투입될 예정도 없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공보 담당 관계자는 “2011년 기자들에게도 공개하려 했지만, 미 해군 사정으로 (작전이) 취소된 것으로 안다. 그 외에는 돌고래 관련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장하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봐도, 2006~15년 미국에서 온 돌고래의 통관 기록은 없는 상태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군사화물에 대해 세관검사를 면제하고 있다. 지난 5월 미 육군 생화학실험기지에서 실수로 활성화된 탄저균이 오산공군기지로 배송됐을 때에도 해당 탄저균은 세관검사를 받지 않았다. 한국은 1993년 멸종위기종 국제거래 협약에 가입했고, 2005년부터 야생동물보호법을 시행해 멸종위기종 반입 때 환경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전이라면 아무런 신고·허가 절차 없이 미 공군 비행장을 통해 돌고래를 들여와도 알 수 없었다.
미국에서 돌고래 병사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해군은 돌고래를 훈련 중 체벌하거나 공격용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빗발치는 비난 여론 때문에 수중로봇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미 해군은 2012년 영국 방송 <비비시>(BBC)에 돌고래 병사들을 2017년께 퇴역시키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환경부는 전후 사정과 논란도 모른 채 덜컥 허가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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