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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에서 조태오(유아인)가 말하고 있는 장면(사진 왼쪽)과 궁궐의 '잡상'

 

 


영화 '베테랑'에서 조태오(유아인)가 말하고 있는 장면(사진 왼쪽)과 궁궐의 '잡상'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그걸 어이라고 해요. 맷돌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지면….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의 대사 일부입니다. 관객들로부터 명대사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어이없다의 '어이'가 맷돌 손잡이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이야기는 아니고 몇 가지 설 중의 하나인데요.

우리가 잘 쓰는 말 중에는 '□□없다'는 있지만 '□□있다'는 없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은데요. 오늘은 '○○없다'에 대한 설을 뒤쫓아 보겠습니다.

'어이없다'는 '어처구니없다'와 같은 뜻입니다. 뜻밖의 상황에 기가 막힌다는 뜻이죠. 여기서 '어이'는 유아인의 대사 내용보다는 절구에 넣은 음식을 빻을 때 쓰는 '공이'에서 나왔다는 설이 더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이가 없다'는 표현은 19세기 문헌에서 처음 나온다고 합니다.

'어처구니'는 사전에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로 나옵니다. 1897년 나온 '한영자전(韓英字典)'에는 '돈을 주조하는 데 쓰이는 놀랄 만한 기계'로 설명하고 있다는데요.(출처: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어처구니없는 것과 큰 기계가 무슨 관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말에는 다른 두 가지 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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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앞서 말한 유아인의 대사 내용인데요. 맷돌로 뭔가 갈려고 하는데 손잡이(어처구니?)가 없어서 당황스럽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궁궐의 기와지붕에 얹어진 동물 장식('잡상'이라고 함)이라는 설입니다. 역시 궁궐 짓기를 마무리 하려는데 이것을 잊어버려 당황한 데서 나왔다는 겁니다.

'뜬금없다'도 그 뿌리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뜬금'은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값(金, 금)이라는 뜻인데요. 갑작스럽고 엉뚱하다는 뜻의 뜬금없다와 느낌이 자연스레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몸통이 되는 말과 뜻이 잘 통하는 낱말도 있습니다. 터무니없다의 '터무니'는 터(집터 등의)를 잡은 흔적을 뜻하는데요. 근거나 이유라는 또 다른 뜻으로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터무니없다는 전혀 근거 없다는 뜻이죠. '덧없다'는 헛되고 허전하다, 모르는 새 지난 시간이 빠르다는 뜻인데요. '덧'은 퍽 짧은 시간을 말합니다.

이 밖에 느닷없다(갑작스럽다), 부질없다(쓸모가 없다) 등도 □□있다는 없는 말입니다.

끝으로 위에 나온 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붙여쓰기입니다. '없다'를 앞말에 붙여 씁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에 동시에 들어갈 수 없는 말은 무엇일까요? '○있다-○없다'(붙여쓰기임)
1. 값  2. 뜻  3. 맛  4.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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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2번. '뜻있다'는 보람 있다,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뜻입니다. 뜻없다는 사전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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