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조회 수 1836 추천 수 1 2015.10.17 13:11:25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계절이 바뀌는 건 우리 몸이 먼저 느낀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얼굴이 땅기는 것도 그 신호 중의 하나이다.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고…. 내가 느끼는 가을이다.


‘당기다’와 ‘땅기다’‘댕기다’는 헷갈리기 쉽다. 흔히 “얼굴이 당겨요” “피부가 당겨요”와 같이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럴 때는 ‘땅기다’가 맞다. ‘땅기다’는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다’는 뜻으로 “바람이 부니 얼굴이 땅겨요” “수술한 부위가 몹시 땅겨요” “상처가 땅겨서 아파요”와 같이 쓴다.


그 외의 것들은 대부분 ‘당기다’라고 생각하면 쉽다. ‘당기다’는 ‘마음이 끌리다, 입맛이 돋우어지다, 힘을 주어 가까이 오게 하다, 시간을 앞으로 옮기다’ 등 다양한 뜻이 있다. “호기심이 당겨요” “입맛이 당기니 살을 뺄 수가 없네요” “방아쇠를 당겼다” “결혼 날짜를 당겼다”와 같이 쓴다. 흔히 ‘당기다’를 강조한 표현이 ‘땅기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이다. ‘댕기다’는 불과 관련하여 쓰인다. ‘불이 옮아 붙다. 불을 옮아 붙게 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담배에 불을 붙일 때에는 ‘담배에 불을 댕기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와 같이 평음과 경음 사이에서 헷갈리기 쉬운 말 중에 ‘달리다’와 ‘딸리다’가 있다. ‘달리다’는 재물이나 기술, 힘 따위가 모자랄 때 쓰는 말인데 이를 ‘딸리다’로 쓰는 경우가 많다. ‘기운이 딸리다’가 아니라 ‘기운이 달리다’, ‘일손이 딸리다’가 아니라 ‘일손이 달리다’가 맞다. ‘딸리다’는 ‘어떤 것에 매이거나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화장실이 딸려 있는 방’ ‘식구가 다섯이나 딸려 있다’와 같이 쓴다. “딸린 식구가 많으니 힘이 달리네요”라고 기억하면 쉽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추천 수
54 웬만한 건 다 ‘웬’, 왠은 ‘왠지’로만 file 강정실 2015-08-01 2357 1
53 잔치는 벌이고 격차는 벌리고! file 웹관리자 2015-07-24 2296 1
52 <런닝맨>은 좋지만 '런닝맨'은 싫어요 file 강정실 2015-07-13 4086 1
51 ‘재연’과 ‘재현’ file 웹관리자 2015-07-12 3477 2
50 울궈내다? 우려내다. file 웹관리자 2015-07-12 3488 1
49 '든' '던' ? file 강정실 2015-07-04 5606 1
48 우리 땅에서 성장한 한자어는 우리말? file 강정실 2015-06-10 4950 1
47 바뀐 문장부호 file 강정실 2015-06-10 4689 1
46 짜장 똥겨줘요? 사전에 이런 말도 있다. file 웹관리자 2015-06-09 2024 1
45 ‘첫번째’ ‘첫 번째’ 올바른 띄어쓰기는? file 웹관리자 2015-06-09 6248 2
44 황태자 영친왕의 정혼녀 file 웹관리자 2015-05-19 3389 1
43 다르다와 틀리다와의 차이점 file 웹관리자 2015-05-10 5765 1
42 구름의 종류 file 강정실 2015-04-30 14900 2
41 국립국어원 발표 2047신어의 경향 file 강정실 2015-03-28 3725 1
40 우리말, 사이시옷 강정실 2015-03-21 4391 2
39 우리말, 맞히다/맞추다 강정실 2015-03-21 6739 2
38 우리말, 과자이름 속 맞춤법 강정실 2015-03-21 11686 3
37 우리말, 사귀다/피우다… 애매한 소리 '우' 강정실 2015-03-21 8987 1
36 우리말, 되/돼, 데/대 강정실 2015-03-21 7141 4
35 우리말, 붴, 거시기, 시방… 우린 참말로 표준어다! 강정실 2015-03-21 532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