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화백의 '모자를 쓴 여인'
사망설이 꾸준히 나오던 천경자 화백이 최소 수개월전 사망했으며 천 화백의 딸 이혜선 씨가 지난 여름 유골함을 들고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계 "오래전 절필했고 매물 적어 크게 오르지 않을 것"
천경자 화백이 지난 8월 미국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22일 알려지면서 미술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그의 작품 가격이 올라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천 화백 작품의 평균 호당 가격은 8천250만원으로 박수근(1억7천8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작가가 작고하면 작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천경자 화백은 이미 오래전에 절필 선언을 했고 유명한 그림은 매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가격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육영 서울옥션 미술품경매팀 총괄은 "미술품 가격은 작가의 활동이 안정화된 중장년에 제작한 것이 가장 비싸고 노년작은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연로한 화가들은 이미 사망하기 전에 작품 가격이 많이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거래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천 화백의 대표작들은 많은 사람이 소장하고 싶어하지만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색화 열풍의 주인공인 고 김환기 작가가 예외적인 경우라고 설명하면서 "김 화백은 구상과 추상을 모두 하다가 말년에 추상인 점화를 그렸는데, 갑자기 사망해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천 화백의 작품 '막은 내리고'를 8억6천만원에 판매한 K옥션 관계자도 "천경자 화백은 실질적으로 신작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유족이 갖고 있는 작품을 내놓지 않는다면 작품 가격에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열리거나 이목이 지속되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퍼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술시장 전문가인 이호숙 씨는 "작가의 사망은 결국 작품의 공급 중단을 의미한다"면서 "천 화백은 스토리가 있는 작가이고 국내에 수요가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경매에 출품되면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