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 값은 전거래일보다 0.1% 떨어진 1 트로이온스(이하 온스)당 1161.10달러에 거래됐다. 다시 소폭 하락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의지를 시사하면서 달러 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분이다.
금 가격은 지난 2011년 온스당 2000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는 치솟고 금 값은 하락하고 있다. 금은 보유하고 있어도 이자 소득이 없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금리가 낮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다른 이자를 주는 자산들과 가치를 비교할 때 유리하다.
달러가 오름세를 나타내면 금값은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역사적으로 금 값은 올랐다. 달러 가치와 반대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금값, 이유는 뭘까.
금은 전통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의 하락 위험을 헤지하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금값이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세계 경제, 미국 경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금은 금융위기, 경제위기 때 특히 빛을 발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 상황이 완만하고 실물경제가 견조하면 금의 위력은 수그러든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 달러 가치 뿐 아니라 주식과 원자재 시장도 급락했지만 금은 홀로 독주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면 처음에는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갔다. 그런데 이후 미국 등 주요국가의 양적 완화로 달러화가 지나치게 시장에 풀리자 달러화 가치가 다시 떨어진다. 그러자 금 값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2009년 4분기에 금 값은 1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달러가 가격이 떨어지자 다시 금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금 장신구를 팔고있는 인도 뭄바이 귀금속 매장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덮치자 급값은 정점을 찍었다. 8월8일 하루만에 70달러 가까이 폭등했고, 그달 22일에는 12월물 금 선물 가격이 19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자 금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금값이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제 원자재의 결제 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에 매긴 달러 표시 가격이 달러 가치가 하락한 만큼 올라야 금이 제 가치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국들의 통화가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상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되면 이들 지역 투자자들에게 달러로 표시된 금값이 저렴해 보이면서 금 수요가 오르게 되고, 이 또한 금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지폐는 발권력을 동원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지만 금의 양은 제한돼 있다. 이같은 희소성까지 더해지며 금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 더욱 안정적인, 일정한 구매력을 가진 자산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금이 기축통화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이후 국제무역 증가와 미국이 세계 경제권을 장악하면서 달러화가 국제결제통화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