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에볼라 바이러스

조회 수 3292 추천 수 4 2014.10.20 17:42:36

                                                   세계화와 에볼라 바이러스

 

수정: 2014.10.19 20:30/등록: 2014.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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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선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과거 국지적으로 표홀하던 바이러스

‘세계화’ 통해 감염지역 확산 철저한 방역 체계 갖춰야

 

  나는 인간이 바이러스보다 더 진화한 존재인 줄 잘 모르겠다. 인간은 극도로 분화한 뇌세포를 이용하여 주위의 사물을 이해하고 통제하지만, 바이러스는 자기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만 가지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여 계속 살아남고 번식한다. 만약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산산조각 난다고 해도 어느 바위 틈새에 숨어 있던 어느 바이러스는 다른 외계 별의 다른 우주 생명체에 다시 기생하여 그 명맥을 이을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최후에 살아남는 것은 인간이 아닌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래서 나는 복잡한 것이 진화한 것인지 간단한 것이 더 진화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지금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1976년 콩고에서 처음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콩고 에볼라 강의 이름을 따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90% 정도의 높은 치사율을 보인 공포의 바이러스다. 아프리카 원시림의 과일 박쥐를 숙주로 삼고 침팬지나 고릴라에게 옮겨질 수 있는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전염되면 치명적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보호장구를 사용하고 진료를 한 의료진이 감염되었다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에서 나온 작은 체액 방울들이 공기를 통해 날아가서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보호장구 사용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는 보호장구 착용에 숙련된 의사들만을 에볼라 진료에 투입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본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개체의 혈관 내피세포를 망가트려 염증이 생기고 열이 나며 여러 장기에 출혈이 발생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과거엔 아프리카 중서부의 박쥐 서식지에서 주로 발현했다. 워낙 치사율이 높고 발병 지역이 오지이다 보니, 감염된 사람들은 거의 다 죽고 바이러스는 더 이상 퍼지지 않았다. 그리고 만연된 지역으로 의료진을 보내어 돕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세계화가 진행되고 오지에도 길이 놓이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자 그 감염의 속도가 이젠 확연하게 다르다. 그리고 치료진의 접근도 쉬워졌다. 현재 치사율은 50% 정도로 보고된다. 현재 의학적 처치로 바이러스를 제압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대증요법을 실시하면 면역을 얻고 살아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감염된 사람이 사망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과거 오지에 고립된 한 부족을 멸족시키고 사라지던 바이러스가 이젠 감염된 사람들의 이동으로 퍼지고 때로는 치료를 돕던 의료진을 감염시켜 가며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세계화는 항상 준비된 사람들의 편이었다. 자본이 많고 금융 기술이 뛰어나고 산업화에 익숙한 선진국은 항상 세계화의 수혜자이자 승리자였고 열악한 환경의 제3세계 국가들은 세계화 속의 무한 경쟁 앞에서 항상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세계화와 교역 발달의 현재 세상에서 가장 몸집을 줄인 생명체가 튀어나와 오히려 선진국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아직도 지구에는 알려지지 않은 오지가 많이 남아 있고 가축들과 어울려 같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사람들에겐 오랫동안 같이 살아서 면역을 얻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언제 어디서 툭 튀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세계화, 도시 집중 그리고 자원 개발의 광풍이 지구촌 어느 오지에서 잠잠하게 숨어 있던 바이러스를 끌어내어 괴물로 만들지 모른다.

  그래서 지구촌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세계적인 수준의 감염질환 관리 체계와 방역 체계 구축을 반드시 확립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에볼라 바이러스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사전의 철저한 안전 관리만이 큰 재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이 세계화의 이득을 얻고 자연에서 자원을 구할 참이면 그에 상응하는 공동선의 추구와 책임 있는 윤리의식을 더불어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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