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부작용 없이 찾아내는 의외의 효가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에이즈 예방·치료에 새로운 활로가 열릴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이즈 치료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샤론 레빈 멜버른대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간) 의학전문 저널 '란셋'에서 발표한 연구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에 사용되는 '디설피람'(Disulfiram)이 잠복중인 HIV 바이러스를 재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세계 에이즈의 날인 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학생들이 에이즈 퇴치를 상징하는 빨간 리본 형상을 만들고 있다.
↑ 세계 에이즈의 날인 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학생들이 에이즈 퇴치를 상징하는 빨간 리본 형상을 만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연구팀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받고 있는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일간 디설피람을 투여해 관찰한 결과 최고량을 복용시 부작용 없이 HIV 바이러스를 자극하는 것을 발견했다.
에이즈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HIV 바이러스가 인간의 면역세포에 숨어 있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후에야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디설피람이 잠자는 바이러스를 깨울 수 있다면 에이즈 치료를 병행하면서 HIV 바이러스를 포착,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사한 기능의 기존 약물과 달리 디설피람은 독성이 없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HIV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다른 약물과 디설피람을 혼합해 HIV 활성화와 제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줄리언 엘리엇 멜버른 알프레드병원 감염질병국 연구소장은 "바이러스를 깨우는 것은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가장 첫 단계에 불과하다"며 "이제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