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당수는 증상 없지만 '불임' 같은 심각한 합병증 위험
전문가 "불특정 다수와 성접촉 피하고 피임기구 써야"
현재 사용되는 어떠한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다제내성 임질균(임균)'이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임균은 여성에게 임질은 물론 자궁내막염, 난관염, 골반염 등의 질환을 일으키고 불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경원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이혁민 가톨릭관동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2011~2013년 우리나라 남녀 임질환자 210명(남 136명, 여 47명)에게서 채취한 임균을 배양한 결과 최대 9%(19개)가 '다제내성 임균'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대제내성 임균'이라는 말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 계열' 약물에도 내성이 생겨 균이 죽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에 배양된 임균의 세팔로스포린 계열 약물에 대한 내성 비율은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3%(7개), 세포독심(Cefpodoxime) 8%(17개), 세픽심(Cefixime) 9%(19개)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특히 내성 균주 19개 중 4개는 지난 2011년 일본에서 보고된 고도 내성 균주와 유전형이 연관돼 있었다"면서 "현재 임균 치료의 마지막 보루로 꼽히는 '세프트리악손' 약물에 대해서도 내성을 갖는 임균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임균 감염에 의한 임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3만5천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생식기질환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의 절반 정도와 일부 남성은 임질에 걸려도 감염 증상이 없다. 남성은 소변을 볼 때 따끔한 느낌이 있는 요도염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배뇨통과 함께 고름과 같은 농액이 요도를 통해 나오기도 한다. 여성은 자궁내막염의 형태로 악화해 분비물에 고름이 섞이고 배뇨통과 빈뇨, 긴박뇨 증상이 일어난다.
임균은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만큼 불특정 다수와의 성접촉을 피하고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항균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지만 항균제 내성 임균의 증가가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미국은 2013년에 다제내성 임균을 '긴급 조치가 필요한 내성균 3종 중 하나'로 지정했다. 일본도 이미 2011년에 세프트리악손 내성 임균 발생이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임균이 2000년 초반부터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계항생제 등 전통적인 항균제에 내성을 나타내기 시작한 이후 2012년에는 강력한 항균제인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균제로 치료 받는 환자의 비율이 47%에 달했다.
이경원 교수는 "세팔로스포린계 약물에 내성을 가진 임균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산이 시작되는 단계로 보인다"면서 "성매매금지법 이후 특수 직업여성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어려워졌고, 여성 환자의 대부분은 무증상이어서 관리가 어려운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정기적인 국가 차원의 항균제 내성세균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내성균 관련 국제학술지(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