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일본 총리)도 자기 이름의 어원이 한국어라는 것을 알아야지. 일본어 어원은 한국말이야.”
처음 듣는 얘기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어순이 유사하고 비슷한 단어가 많기는 하지만 일본어 어원이 한국어라니. 최근 서울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김세택(78) 전 일본 오사카 총영사는 “일본말이 우리말을 외면하는 한 일본어 근원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김 전 총영사는 “사람들이 이런 나의 주장을 긴가민가해한다는 걸 안다”며 “일본이 우리말과 우리나라를 똑바로 알아야 한·일 관계도 바르게 인식하고 반도식민사관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세택 전 일본 오사카 총영사가 최근 서울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한국어가 일본어 뿌리라는 점과 우리말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웃고 있다.
1967년 도쿄 일본대사관에서 해외 근무를 시작해 1999년 오사카 총영사관으로 퇴직한 그의 경력은 일본어와 우리말의 관계를 꼼꼼히 따져보는 계기이자 기회가 됐다.
김 전 총영사는 “일본에 근무하는 동안 우리말과 흡사한 일본어를 발견하면서 ‘일본어 뿌리는 한국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우리말과 비슷한 일본어를 발견할 때마다 메모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사전을 펴놓고 단어 하나하나를 전부 따져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출간한 저서 ‘일본어 한자 훈독 우리말로 풀이하다’는 다른 사람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 홀로 20여년간 자료를 모아가며 작업한 결정체다. 1056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웬만한 사전보다도 두껍다. 아무리 봐도 ‘베스트셀러’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2005년 ‘일본말 속의 한국말’, 2010년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말’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고된 작업이었지만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언어학계도 침묵했다. 그런데도 그는 “언젠가는 일본인들도 알게 될 것”이라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확신이 있고 믿음이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이런 신념이 있기에 그는 얼마 전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사무실로 자신의 저서를 우송했다. 일본인이 볼 수 있도록 일본에서도 번역서를 출간하는 게 목표다.
김 전 총영사는 최근 영어사전을 펴놓고 단어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 그는 “고대 한국어에 고대 인도인의 드라비다어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일본 언어학자 오노 스스무(大野晋)는 생전에 일본어 근원이 드라비다어라고 주장했다”며 “산스크리트어 대가인 강상원씨는 옥스퍼드대학에 있는 산스크리트어 사전에 등재된 10만개 단어 중 3000여개가 한국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어 뿌리는 한국어이고, 고대 한국어는 산스크리트어나 드라비다어와의 유사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말이 유럽어 근원인 산스크리트어와 비슷하다면 전세계 언어는 원래 하나였다는 가설이 가능하다”며 “‘희다’는 우리말의 영어 단어가 히읗 음가로 시작하는 화이트(white)인 점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지금까지 찾아낸 우리말과 유사한 영어 단어는 대략 2000개다.
백발의 노신사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2020년 ‘세계언어는 원래 하나였다’는 제목의 책을 낼 것”이라며 “지난해 대학동기 60여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까지는 살 수 있겠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