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력파를 찾았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We have detected gravitational waves. We did it!).”
데이비드 라이츠(David reitze) 미국 라이고(LIGO) 실험 책임자(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0시 30분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중력파 검출 성공을 발표했다. 191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했던 중력파의 존재가 1세기가 지난 101년 만에 마침내 밝혀진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론의 마지막 과제를 푼 것으로 블랙홀·초신성·빅뱅 등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라이츠 책임자의 발언 직후 기자회견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라이츠 책임자는 “지난해 9월 14일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중력파를 탐지하기 시작한 이후 실험 결과를 수차례 체크했다”며 “이는 400년 전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한 것에 비견할 수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있는 물체는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시공간이 일렁이면서 중력파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력파는 ‘시공간의 잔물결’로 불린다. 중력파는 138억 년 전 우주 대폭발(빅뱅)로 시공간이 흔들린 흔적이기도 한 만큼 중력파가 발견되면서 우주 탄생의 비밀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라이츠 소장은 “측정한 중력파는 양성자 보다 작은 크기”라며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데 이제 머리카락 하나의 차이도 잴 수 있다”며 이번 중력파 탐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에 중력파를 검출한 시설은 미국 워싱턴 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톤에 각각 위치한 길이 4㎞에 이르는 ‘L’자형 진공터널인 ‘라이고(LIGO)’다. 라이고는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파가 지나가면서 만든 공간의 길이 변화를 측정해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이번에 확인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오차범위 7억5천¤19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중력파 검출에는 한국 연구진의 역할도 컸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대 등 과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orean Gravitational-Wave Group)은 2009년부터 라이고 연구에 참여해왔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꾸린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009년부터 라이고 과학협력단(LSC)에 참여해 관측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 일부를 만들고 개선하는데 기여했다”며 “그동안 관측 가능성에 믿음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중력파 검출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 우주 연구에도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이 교수는 “빛을 관측해 천체를 연구하듯 중력파를 관측해 천체를 이해하는 ‘중력파 천문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