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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 한 비올라 연주자가 ‘회복불가능한 난청’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직업병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연주회에서 타악기 연주자가 나무망치를 내려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오케스트라 단원의 직업병 난청

 고막 터질듯한 금관·타악기 소리
 연주자들 청력손상 호소 줄이어
 영국선 손해배상 소송으로 화제

 악기군별로 간격 떨어뜨리거나
 투명 방음판 세워도 역부족
 쉬는 파트 때 살짝 귀마개 끼기도

 

청중의 귀에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하는 금관악기 음향과 짜릿한 긴장감을 전해주는 타악기 음향. 그러나 객석이 아닌 연주자석에서

듣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거대한 음량과 강렬한 타격을 자랑하는 곡일수록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겪는 청각적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청력 손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연주를 중단하거나, 레퍼토리를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청력 보호는 중요한 문제다.
최근 영국에서는 한 비올라 연주자가 로열오페라하우스를 상대로 ‘회복불가능한 난청’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화제가 됐다. 여러 영국 언론은 비올라 연주자 크리스 골드샤이더가 2012년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2부 발퀴레>리허설

도중 심각한 청력 손상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비비시>(BBC) 보도를 보면, 골드샤이더 바로 뒤에 자리한

금관악기군의 음량은 리허설 당시 최고 137데시벨에 달했으며, 이는 제트 엔진 소리에 버금가는 것으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청력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을 보면, 로열오페라하우스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복잡한 법의학적

사안이므로 판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스트레스와 청력 손상의 정도는 악기 배치뿐 아니라 개인적인 민감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음량이 큰 금관악기와 타악기 연주자들이 청력 손상 위험이 가장 크지만, 그 주변의 목관악기와 현악기 연주자까지 사실상 오케스트라 전체가 위험에 노출된다. 단원들이 청각적 부담을 느끼는 대표적인 레퍼토리는 말러 교향곡과 바그너 음악극을 비롯해 금관악기와 타악기 사용이 많은 근현대 대편성

관현악곡들이다.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2부 발퀴레>중 ‘발퀴레의 비행’에서 천마를 타고 웅비하듯 장쾌하게 뿜어 나오는 트럼펫과 트롬본 소리는

바로 옆에 자리한 비올라 단원들의 귀에 기관총 사격처럼 따갑게 꽂힌다. 타악기 사용이 두드러진 말러 교향곡 6번 4악장에는 일명

 ‘떡메’라 불리는 거대한 나무 망치의 “쾅”하는 타격이 세 차례나 등장한다. ‘운명의 타격’이라 불리는 이 굉음은 바로 앞에 앉은

호른 연주자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준다. 지난 1월 16일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연주에서는 나무 망치를 내려치는 순간,

호른 연주자가 손으로 귀를 막는 모습을 객석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목소리 큰’ 악기군과 다른 악기군 사이의 간격을 떨어뜨리거나 사이에 투명 방음판을 설치하기도 한다. 그래도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청중의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많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자신이 맡은 악기가 쉴

때 폴리우레탄 폼 귀마개를 귀 안에 삽입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한 2010년부터 연주자들의 청력 손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금관악기와 타악기 사용이 많은 말러 교향곡을 수십 차례 리허설하고 연주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단원들이 생겨나서다. 청력 보호 장치가 절실해진 서울시향은 당시 희망 단원들을 대상으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맞춤형 귀마개를 제작했다. 그러나 귀마개로 음향을 차단하는 것이 자칫 연주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상황에 따른 사용 여부는 연주자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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