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음식의 종류와 금기 음식(오신채)
채식주의자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사찰음식이다. 불살생의 계율에 따라 육식을 멀리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가모니가 불살생의 계율을 설파하지만 육식 자체를 금하진 않았다. 동물 살해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면 육식에 너그러운 편이었다.
불교 초기에는 모든 승려들이 특별한 거처 없이 산속이나 동굴에서 살면서 탁발을 하여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지냈다. 승려를 일컫는 비구(比丘)는 팔리어 '비쿠(bhikkhu)'의 음역으로, 음식을 빌어먹는 걸인을 가리킨다. 비구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덕이 있는데, 첫 번째 덕이 바로 개인의 재산을 모으지 않고 걸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입는 옷조차도, 일반 대중들이 입다가 해진 옷을 걸레로 쓰고 그러다 더 이상 걸레로도 쓸 수 없어 버린 천들을 모아 만들었다. 초기 불교의 승려들은 한마디로 집도 절도 없이 탁발로 연명했다. 이 집 저 집에서 주는 음식을 먹으며 지냈기 때문에 가리는 음식 없이 무엇이나 먹었다. 따라서 육식을 피하진 않았다.
탁발한 음식으로 오전 중에 식사를 마쳐야 하고 1일 1식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따라서 정오에서 다음 날 일출까지는 비시(非時)라 해서 음식물을 절대로 입에 대지 않았다. 석가모니도 설산에서 6년간 고행하면서 일마일맥(一麻一麥: 깨 한 알과 보리 한 알)에 의지했다고 한다.
불교 초기에는 거처가 따로 없이 지내던 승려에게 우기 3개월 동안 한 곳에 머무르는 생활이 허락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안거제도(安居制度)이다. 이런 안거제도가 차츰 발달하면서 왕족과 부호들이 집을 지어 기증했다. 이로 인해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가 생겨났고 주위에 회랑 또는 담장을 둘러서 원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러한 주거공간의 변화는 승려들의 식생활로 이어졌다. 탁발을 하던 승려들은 이제 신도들이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게 됐던 것이다.1) 더욱이 왕권의 보호로 귀족 불교가 되고 여러 유형의 불교가 생기면서 예외적인 식생활 형태가 나타나게 됐다. 1일 1식의 원칙도 변화하여 하루에 한 번 이상 먹는 것을 허락했다. 그때의 주식은 말린 밥, 콩과 보리를 섞어 지은 밥, 미숫가루, 고기, 떡 등 다섯 가지였고 부식으로는 식물의 가지, 잎사귀, 꽃, 과일, 우유, 꿀이나 석밀 등이었다.
특별히 음식에 대한 금기는 없었는데 고기는 아무 고기나 먹어도 상관없다는 것은 아니다. 고기는 병이 든 비구에 한해서만 삼종정육(三宗淨肉)·오종정육(五種淨肉)·구종정육(九種淨肉) 등을 허락했다. 삼종정육은 자신을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지 않은 짐승의 고기, 남으로부터 그런 사실을 전해 듣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 살생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지 않는 고기를 말한다. 오종정육은 삼종정육 외에 수명이 다해 자연사한 오수(鳥獸)의 고기나 맹수 또는 오수가 먹다 남은 고기를 뜻한다. 구종정육은 오종정육 외에 자신을 위해서 죽이지 않은 고기나 자연사한 지 여러 날이 돼 말라붙은 고기, 우연히 먹은 고기,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고기 등을 말한다.
불교 전래 초창기 중국에서는 술과 고기를 먹었지만 양무시대 이후 점차 소식(素食)으로 바뀌었다. 승려들은 1세기 전후가 되면서 점차 소식을 하게 됐다. 대승불교가 흥성하면서는 오신채(五辛菜: 마늘·파·달래·부추·흥거)를 음식에 넣지 않게 됐다. 『능엄경』에 의하면 삼매(三昧)를 닦을 때에는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끊어야 하는데, 이 채소들을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사찰이나 지역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기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산채·들채·나무뿌리·나무 열매·나무껍질·해초류·곡류만을 가지고 만들며, 인공조미료 대신 다시마·버섯·들깨·날콩가루 등의 천연 조미료와 산약초를 사용한다. 조리를 할 때에는 제철에 나는 재료를 이용해 짜거나 맵지 않게 재료의 풍미를 살려야 하고, 음식은 끼니때마다 준비해야 하며, 반찬의 가짓수는 적어도 영양이 골고루 포함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 사찰음식의 종류
죽 | 바죽, 현미죽, 연시죽, 팥보죽, 비지죽, 개암죽, 우분죽, 늙은호박죽, 잣죽, 콩나물죽, 흑임자죽, 옥수수죽, 땅콩죽, 야채죽, 팥죽, 들깨죽, 호두죽, 미역죽, 아욱죽, 녹두죽, 버섯죽, 대추죽, 오미자죽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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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 찰밥, 산나물비빔밥, 콩나물밥, 야채밥, 유부밥, 보리밥, 김밥, 김치밥, 무밥, 김초밥, 버섯덮밥, 보리밥, 오곡밥, 야채영양소밥, 톳나물밥, 연잎밥 등 |
국 | 국, 미역국, 우거짓국, 시금칫국, 감잣국, 쑥국, 냉이국, 김국, 거프국, 근댓국, 배추국, 토란국, 두부냉국, 냉콩국, 째가무냉국, 짠오이냉국, 청포묵국, 시래깃국, 양해란국 등 |
김치 | 사찰김치는 젓갈류·파·마늘을 쓰지 않아 담백하고 독특한 맛이 있으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적 특성이 강하다. |
나물·무침 | 시금치, 냉이, 비름나물, 더덕무침, 죽순채무침, 꽈리고추무침, 미사무침, 가지나물, 고사리나물 등 |
조림 | 감자조림, 우엉조림, 무조림, 고구마, 물엿조림, 꼇질콩조림, 송이버섯조림, 곤약조림 등 |
볶음 | 감자볶음, 야채볶음, 호박볶음, 머우볶음, 도라지볶음, 오이볶음, 말린추나물볶음, 죽순볶음 등 |
찜, 부침류 | 가지찜, 배추찜, 채소찜, 연두부찜, 호박부침, 당근부침, 표고전, 김치부침, 감자부침, 녹두부침 등 |
튀김, 구이 | 버섯튀김, 깻잎튀김, 쑥갓튀김, 고추튀김, 가지튀김, 늦싸리부각, 들깨송이부각, 산동백잎부각, 아카시아꽃부각, 우엉구이, 표고구이 등 |
밑반찬류 | 산초장아찌, 절인고추, 콩장, 무말랭이, 절인오이, 짠배추, 무, 오이, 양희장아찌, 감장아찌, 참외장아찌 등 |
떡 | 호박오가니떡, 쑥개떡, 풋고추장떡, 메밀떡, 감자송평, 물호박떡, 호박찰시루떡 등 |
다식 | 율무다식, 찹쌀다식, 콩다식, 깨다식, 녹두다식, 밤다식, 송화다식, 팥다식 등 |
한과 | 유과, 유밀과, 강정, 다식전고, 엿강정 등 |
장 | 된장, 간장, 고추장으로 나누는데 각 사찰의 물맛, 조리법 등에 따라 독특한 맛을 낸다. |
차 | 쑥차, 솔차, 작설차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