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보석같은 작품 한 자리에

조회 수 4809 추천 수 1 2016.06.02 21:18:22

"1950년대 전후의 명동 밤거리에서 딱 한 번 대향(大鄕) 이중섭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얼굴 한쪽에 흙 잔뜩 묻히고 어슬렁거리는 훤칠한 키의 예술가였습니다. 그 사이 이중섭이 국민적인 애호의 대상이 되어온 것과 달리 나에게는 하나의 익명이 되었습니다. 이번 대기획전으로 현대 한국 미술의 한 절정을 증거하는 곳에서 이중섭의 천진난만한 고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인 고은이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이중섭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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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 화가' 이중섭의 대규모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 개막식이 2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3일부터 넉 달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여는 이번 전시에는 '황소', '길 떠나는 가족' 등 이중섭의 대표 유화 작품과 은지화, 드로잉, 엽서, 편지 등 총 200여점이 전시됐다. 1년여의 준비를 거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해 국내외 60여개 소장처로부터 주요 작품을 모았다. 이렇게 많은 이중섭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건 이중섭 30주기전이 열린 1986년 이후 꼭 30년 만이다.

개막식에 참석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국공립미술관 최초로 이중섭의 보석 같은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는 것 자체가 뜻깊은 사건"이라며 "그동안 노을에서 울부짖는 '황소'만 봤는데 이번엔 눈에 힘 있고 활기찬 황소가 처음 나오는 등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귀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이중섭미술상' 1회 수상자인 황용엽 화백은 전시장을 둘러보며 "그림 모두가 절실함이 담긴 일기 같다"며 "캔버스를 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 큰 그림이 없다는 게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스페인 출신의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중섭전을 한국 작가의 목소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세계 미술 역사의 새 장을 여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미술 애호가로 소문난 배우 이정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중섭이 지인과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개막식에서는 하루라도 일찍 이중섭을 만나려고 달려온 일반 관람객 400여명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개막식이 열린 미술관 2층 로비가 꽉 차자 일부 관객은 3층 난간에 기대서 개막식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이중섭의 작품을 보기 위해 달려왔다는 여환숙(66)씨는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이중섭의 내면세계가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을 저민다"고 했다.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피란 가 1년을 보냈던 서귀포에선 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를 비롯해 100여명이 단체로 참석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왈종 화백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최고의 전시"라며 "이중섭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전시 구성을 훌륭히 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현을생 서귀포시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이면영 홍익대 이사장, 장재영 신세계 사장,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 홍라영 삼성미술관리움 부관장, 김영순 부산시립미술관장, 오광수 뮤지엄산 관장(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미술평론가 서성록·최석태, 김봉태 화백, 오숙환 이화여대 교수,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 등 5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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