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에서 본 미소

조회 수 9171 추천 수 15 2014.09.21 10:48:49
작가 : 이숙이 

 

                                  협곡에서 본 미소

                                                                               이숙이

 

    돌산이었을까? 흙으로 빚어진 바위였을까?

비와 바람과 오랜 세월이 협곡을 만들고 거대한 바위를 갈라놓아 희귀한 모양이 되어 있다. 구불구불 갈라진 틈새로 태양 빛이 스며들 때 프리즘 작용의 신비로운 색상과 모양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갈라진 바위틈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의 머리는 위로 향해 젖혀져 있고 카메라 들어 올린 두 팔도 위로 뻗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심오하게 만들어진 무늿결 바위 모양에 감탄하며 카메라에 담는다.

많은 관광객이 비좁고, 조금은 어두운 곳에서 숨죽이고 한 발짝씩 움직일 뿐이다.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수없이 셔터를 누르는 모습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위로 젖혔던 고개를 바로 하고 어깨가 닿도록 바싹 붙어 있는 옆 사람을 보면서 조금은 숙연한 미소로 말한다.

말을 잊은 채 조금씩 움직이며 틈을 빠져나온 후 표현을 말로 할 수 없으니 긴 한숨으로 하는 듯했다.

~. 참으로 기이하게 갈라졌군.’ 한 신사의 말에 부인인듯한 여인이 얼른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그리고는 주위 남들의 얼굴을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경관이라기보다 기이하고 멋지게 갈라진 바위산 틈새로 보이는 여러 형태의 무늬는 만고풍상의 긴 세월을 대변하는 듯하다.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로 여기는 이곳에서의 흥분이 가시고 트럭 뒤칸에 앉아 찬바람과 흙먼지 날리며 나오는 동안에도 얼굴마다 경건한 미소가 그대로 남아있다. 애리조나의 상큼한 공기가 신선하게 코를 타고 허파 깊숙이 파고들어 온다.

몇 끼니 빵을 먹지 않아도 자연의 신비한 기를 영혼에 담고 간다면 배고픔의 고통쯤 능히 이길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서, 앤탤롭캐년(Antelope canyon) 관광을 잊을 수 없으리라.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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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천안출생

크리스천문학 소설부문 . 열린문학.서울문학 수필부문 당선

한국문협 회원 및 한국문협 미주지회 이사

저서: 매실과 눈깔사탕


웹관리자

2015.05.14 08: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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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세상

 

   , , 돌 온통 돌이다. 세상 어디에도 이처럼 돌은 많지만, 돌이 산을 이룬 곳은 없다. 나는 문득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창조주가 돌이 있어라.”라고 하신 후 흩어지라는 명령을 깜박 잊으셨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주위가 온통 돌의 세상일 수 있을까 싶다.

   알라비아 힐스의 큰 돌은 바윗돌이고 길 건너에는 그보다 작은 돌이 오글오글 쌓여 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나는 피카소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그림을 보는 것처럼,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위트니 산을 배경으로 양쪽에 있는 돌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요카운티의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인요카운티에 버티고 있는 명산, 위트니 산, 맘모스 산 등 그리고 많은 호수의 순수자연이 주는 감동은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감격 그 자체이다. 돌 세상을 차로 천천히 돌아 나오며 돌 하나하나에 정신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비바람에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긴 세월을 감내한 것을 볼 때 작은 고통에도 무너지는 인생보다 훨씬 강해 보인다.

   사람 정신마저 압도할 만큼 크고 웅장한 바위도 멋있지만, 돌끼리 만들어져있는 돌산 앞에서 우리는 친밀함과 화합을 배워야 할 것이다. 돌 자체는 무기력하지만 합해질 때 바로 태산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작은 돌의 결집이 산을 이루듯이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가정과 가정의 결집이 사회가 되듯 그런 순리 안에서 우주가 움직인다는 나의 논리다.

   자연은 아름다움으로 혹은 의연함으로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언가 느끼게 해 주는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어지게 한다. 늘 보고 듣는 일상에서 벗어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보면 마음이 정화되기도 한다. 자연은 그저 하늘의 뜻에 자신을 맡긴 채 말없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게 해야 할 고비가 있을 때는 선택의 자유권을 잠시 접고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어찌 보면 돌은 잠잠히 인내만 한다. 무한정한 자유를 남용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인간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최후통첩을 남발하는 미련함을 돌 앞에서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더 많이 인내하고, 더 많이 받아 주어야 한다는 성찰의 순간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미치니 속된 나의 본질이 돌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것을 알게 한다. 실은 사람을 어찌 돌에 비교할까마는 고귀한 인간이 돌을 통해서라고 깨달음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날이다.

   인요(Inyo)는 위대한 정신 혹은 영혼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뜻의 파이우트(Paiute)족의 인디언 말이라고 한다. 인디언의 숨결과 정신이 느껴지는 곳 중 이곳이 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 밤 꿈은 분명히 내가 돌이 되는 꿈을 꿀 것이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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